재정준칙에 방점 찍은 '지출 감속'…경기 마중물 역할엔 한계
권영인 기자 2024. 8. 27.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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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서 기획재정부 예산총괄심의관은 "건전재정과 재정의 지속가능성이 정부의 기조라는 점을 감안했고 총지출 증가율도 당초 계획(4.2%)보다 상당히 낮아졌다"고 말했습니다.
돌봄서비스 확대, 배우자 출산휴가 급여 인상, 대체인력 지원금 인상 등 기존 대책을 확대한 것들이 대다수이고,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등 자영업자는 상당수가 여전히 지원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습니다 정부가 부족한 재원에도 약자복지·의료개혁 등에 중점을 두면서 재정적자를 줄인 점은 긍정적이라는 평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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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명동 골목의 폐업한 상점 모습
윤석열 정부가 2년째 총지출 증가율을 3% 내외로 묶으면서 '재정 허리띠'를 바싹 조였습니다.
이로써 재정준칙 약속은 지키게 됐지만 '세수 펑크', 감세 등으로 인한 세수감소 여파로 총지출 증가율은 당초 계획에 크게 미달하게 됐습니다.
내년 성장률이 다소 둔화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재정의 '경기 마중물' 역할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전문가들은 재정건전화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세수기반 확충보다 지출에 무게를 두는 방향은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정부가 오늘(27일) 발표한 2025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도 총지출 증가율은 3.2%로 지난해 발표된 중기계획(4.2%)에 못 미칩니다.
총지출 개념이 도입된 2005년 이후 올해(2.8%)와 2010·2016년(각 2.9%)에 이어 4번째로 낮습니다.
2년째 총지출 증가율이 3% 내외에 묶인 탓에 윤석열 정부 3년간 총지출 증가율은 연평균 3.9%를 기록, 4%에 미달하게 됐습니다.
문재인 정부(8.6%)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이명박(6.3%)·박근혜(4.2%) 정부보다도 낮습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총지출 증가율이 작년보다는 증가했지만 높은 수준으로 보기는 어렵다"라며 "코로나19 팬데믹 대응 과정에서 재정의 지속 가능성이 크게 약화했고 이를 정상화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정부는 내년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지출효율성 제고를 위해 24조 원 규모의 '지출 구조조정'에 더해 부처 간 칸막이를 허무는 '협업 예산'도 추진했습니다.
하지만 올해 최소 10조 원의 '세수 펑크'가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법정 의무지출과 연구·개발(R&D) 예산 증액, 의료개혁 등 최소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재정적자를 늘리거나 씀씀이를 줄여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정부의 선택은 '지출 증가율 감속'이었습니다.
결국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3% 이내로 묶는 '재정 준칙'은 지킬 수 있게 됐지만 당초 중기계획 대비 '긴축 재정'은 불가피해졌습니다.
내년 재정이 내수 진작, 성장 잠재력 지원, 필수 공공재 공급 등 재정의 기본 역할에 충실할 수 있을지 회의론이 끊이지 않는 이유입니다.
유병서 기획재정부 예산총괄심의관은 "건전재정과 재정의 지속가능성이 정부의 기조라는 점을 감안했고 총지출 증가율도 당초 계획(4.2%)보다 상당히 낮아졌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2.9%(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를 타깃팅 하거나 숫자 자체에 집착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문제는 정부가 당장 '재정수지 관리'에 주력해도 될 만큼 향후 경기여건이 여유롭지 않다는 점입니다.
반도체 업황 회복으로 수출은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고금리·고물가, 실질임금 감소 등으로 내수는 여전히 차갑고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이어 한국은행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잇달아 하향 조정한 것도 이런 내수 부진과 맞닿아 있습니다.
최근 가계부채 급증세로 통화정책 운신의 폭이 좁아지면서 재정 역할에 대한 기대감은 오히려 더 커지고 있습니다.
내년 성장률이 올해보다 소폭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 역시 내년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을 싣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이 전망한 내년 성장률은 2.1%로 올해(2.4%)보다 낮습니다.
정부 전망치 역시 올해 2.6%, 내년 2.2%로 비슷한 흐름입니다.
정부는 내수부진 장기화 조짐에도 내년 재정 역할을 '인센티브' 중심의 간접 지원에 한정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내수 예산으로 꼽히는 사회간접자본(SOC·25조 5천억 원) 분야 지출은 올해보다 3.6% 줄었습니다.
정부는 기초생활수급자 생계급여 인상 등을 부각하며 '민생'에 중점을 두고 예산안을 편성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최근 3년 연평균 생계급여 인상액은 166만 원으로 2017∼2022년(47만 원)의 3배 수준입니다.
하지만 전체적인 재정 여력이 줄면서 전체 보건·복지·고용 분야 지출 증가율(4.8%)은 올해 증가 폭(7.5%)에 크게 미치지 못했습니다.
2023년(4.1%)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수준입니다.
위기 상황으로 거론되는 저출생 등 구조적인 과제들이 상황을 반전할 만큼의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한다는 점도 아쉬운 대목으로 꼽힙니다.
정부가 밝힌 저출생 대응 예산은 올해보다 약 3조 6천억 원 늘어난 19조 7천억 원입니다.
하지만 육아휴직 급여 인상(월 150만→250만 원)을 위해 약 1조 4천억 원을 증액한 것을 제외하고는 굵직한 증액 사업을 찾기 어렵습니다.
돌봄서비스 확대, 배우자 출산휴가 급여 인상, 대체인력 지원금 인상 등 기존 대책을 확대한 것들이 대다수이고,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등 자영업자는 상당수가 여전히 지원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습니다 정부가 부족한 재원에도 약자복지·의료개혁 등에 중점을 두면서 재정적자를 줄인 점은 긍정적이라는 평가입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세수 기반 확충에 대한 고민 없이 지출만 줄이는 방향의 건전재정은 중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합니다.
윤석열 정부는 2년째 계속된 세수 펑크에도 대기업·고소득자 중심의 감세 정책을 고수하고 있지만 뚜렷한 세수 기반 확충안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권영인 기자 k022@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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