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예산] 소위·하사 기본급 보다 많은 병장 봉급 205만원… “간부 지원율 하락 우려”

윤희훈 기자 2024. 8. 27.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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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 봉급 3년 만에 150% 증가
내년 하사 1호봉은 기본급 193만원 그쳐
수당 붙으면 간부가 더 많지만… 차이 ‘소소’

내년부턴 병장 봉급(월급+내일준비지원금)이 소위와 하사 1호봉 급여보다 많아진다. 기획재정부가 내년도 병장 봉급을 현행 165만원에서 205만원으로 인상하면서다.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세번째 공약으로 내세웠던 ‘병 봉급 200만원’ 공약은 집권 이후 세 번째 예산안에서 이행됐다.

정부는 병사 급여 인상과 짧은 복무기간으로 지원율이 급감한 초급간부에 대해선 주거 시설 개선이라는 당근을 내놨다. 국민평형(85㎡) 관사와 1인실 숙소 등 군 간부 주거시설 예산을 7863억원으로 올해 예산(5260억원) 대비 50% 늘렸다. 여성 화장실과 탈의실 등 여군 기본시설 확충 예산으로도 417억원을 편성했다.

정부는 27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2025년도 예산안을 확정했다.

그래픽=손민균

기재부에 따르면 내년 병봉급 예산은 5조1013억원으로 올해 예산(4조2846억원) 대비 19.1% 인상된다. 계급별로 이병 70만원, 일병 90만원, 상병 120만원, 병장 150만원의 월급을 받는다. 여기에 계급과 무관하게 내일준비지원금 55만원이 추가된다.

내일준비지원금은 병역의무 이행기간 가입할 수 있는 내일준비적금 상품에 매칭해 지급되는 지원금이다. 병사가 55만원을 적적금에 납입하면, 1:1로 지원금 55만원이 추가 적립되는 구조다. 금리도 높아 거의 모든 군 복무자들이 가입을 하고 있어, 지원금이지만 사실상 봉급으로 간주된다.

2024년 소위 1호봉 봉급은 189만2400원이다. 하사 1호봉은 187만7000원이다. 내년도 하사 1호봉의 기본급은 193만원이다. 여기에 초과근무와 당직비, 직급보조비 등 각종 수당을 포함하면 병장보다 실수령액이 많다고 기재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하지만 급여에 붙는 세금과 건강보험료를 차감하면 병장 월급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의무복무를 하는 병사는 봉급에서 세금을 떼지 않지만, 직업군인인 간부의 봉급에는 소득세와 건강보혐료 등이 붙는다.

윤석열 정부 임기 동안 병사 봉급은 급격하게 인상됐다. 임기 첫 해 병장 봉급을 82만원에서 130만원으로 60% 인상한 데 이어, 올해에는 165만원, 내년에는 205만원을 늘어난다. 의무복무라는 이유로 현실과 동떨어진 병사 봉급 수준을 끌어올린 것이다.

병역 의무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면서 군 사기를 끌어올리는 효과를 냈지만, 초급간부 지원율 급감이라는 부작용도 발생했다. 2015년 4.8대1이던 ROTC 지원율은 작년 1.8대1까지 떨어졌다. 학군단을 운영 중인 전국 대학 108곳 중 81곳이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초급간부 지원율이 급감한 것은 병사들에 대한 처우 개선에 비해 간부들에 대한 복지 향상이 상대적으로 저조했기 때문이다. 2022년부터 2025년까지 3년간 병장 봉급이 150% 증가(82만 → 205만원)하는 동안 하사 1호봉 봉급은 171만원에서 193만원으로 12.9% 증가에 그쳤다. 여기에 의무복무기간은 하사 4년(48개월), 소위(육군 ROTC 기준) 28개월로 병사(18개월)보다 최소 10개월 이상 길다.

대학생들 사이에선 “의무복무를 하면서 사회진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간부를 지원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는 굳이”, “병역을 최대한 빨리 끝내는 게 이익”, “장교나 부사관 경험이 취업 전선에서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등의 반응이 나온다. ROTC 출신인 한 예비역 중위는 “혜택은 적은 데 간부로서의 책임만 늘어나는 현재의 구조에서 초급간부 지원율은 계속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병 봉급 200만원은 핵심 국정과제로 국민과의 약속이라는 측면에서 중요했다”면서 “하사와 병장의 월급격차가 줄어든 측면은 있다. 다만 의무복무를 하는 병사들에 대한 처우와 보상이 과거에 너무 소홀했고, 이를 보완한 것으로 이해를 해달라”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하사와 소위 등 초급장교에 대해서는 봉급 말고 다른 부분에서 보완을 많이 했다”고 덧붙였다.

그래픽=손민균

기재부는 간부에 대한 복지 확대 분야로 주거 개선을 꼽았다. 기재부는 내년도 간부 주거복지 예산으로 7900억원을 편성했다. 올해 예산(5300억원) 대비 50% 가량 증액했다. 가족과 함께 거주하는 간부를 위해선 국민평형 관사를, 독신 간부에 대해선 1인 1실 숙소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간부 숙소 개선과 함께 병영 생활관 개선 예산으로도 782억원을 편성했다. 올해 118동을 지은 2~4인실 생활관을 내년에는 187동까지 늘려 건설할 계획이다. 병영식당 리모델링 예산으로도 217억원을 배정했다.

전투역량 강화를 위한 워리어플랫폼(모듈형 방탄헬맷, 피아식별기, 청력보호헤드셋, 고성능확대경, 조준경 등) 확충 예산으로 417억원을 배정했다. 내년 예산 집행으로 워리어플랫폼 장비 보급률은 54.8%에서 71.1%로 늘어난다. 기능성 전투우의 등 신형 피복 도입 예산도 535억원을 편성했다.

그래픽=손민균

첨단 군사 전력 예산도 대폭 증액했다. 2026년 전력화를 앞둔 KF-21 보라매 전투기 양산 관련 예산은 올해 2387억원에서 내년 1조1495억원으로 5배 수준이 된다. 레이저 대공무기(15억→712억), 중거리자폭드론(신규 50억) 등 무인기 대응 전력도 대폭 확충한다.

장사정포 요격체계 개발(702억→1127억), 장거리지대공유도무기(L-SAM, 신규 52억) 양산 등 북한의 장사정포와 미사일 방어 체계 예산도 증액했다.

국가유공자에 대한 보훈 급여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3년 연속 5%대 인상한다. 기본 보훈급여는 올해 대비 5% 증액하고, 참전·무공수당은 3만원 정액 인상한다.

경북 영천과 경기 이천, 전북 임실호국원의 국립묘지에 묘역을 9만5000기 확충하고, 보훈대상자의 편의 증대를 위한 지방보훈회관도 3개소 신규 건립한다.

80주년을 맞는 광복절 기념 행사 예산도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됐다. 범국민적 기념 행사와 독립운동가·순국선열 감사 캠페인 전개를 위한 예산으로 97억원을 편성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군 장병 처우 개선과 전투장비 및 시설 확충을 통해 강한 군대를 육성하는데 중점을 두고 국방 예산을 편성했다”면서 “유공자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보훈 보상 지원도 확대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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