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전 챙긴 포스코, 손실 떠안은 OCI
포스코 추가 투자 확약했지만 OCI 홀로서기
자본잠식 합작사, 장기적 정상화 방안 돌입
포스코그룹의 이차전지 소재 계열사 포스코퓨처엠과 OCI가 함께 세운 합작사(피앤오케미칼) 지분 거래에서 양측의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있다. 합작사 지분 51%로 주도권을 쥔 포스코퓨처엠은 투자원금을 그대로 회수하며 홀가분하게 손을 뗐다. 반면 OCI는 4년째 이어진 손실로 837억원이 넘는 결손금이 누적된 합작사를 사실상 떠안게 됐다.
포스코퓨처엠, 자본잠식회사 투자원금 회수
지난 26일 포스코퓨처엠은 이사회를 열고 피앤오케미칼 지분 51%를 OCI에 전량 매각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매각대금은 536억7750만원. 이날 OCI도 이사회를 열고 지분 인수 결정을 내렸다. 포스코퓨처엠이 피앤오케미칼 지분 전량을 털면서 OCI의 피앤오케미칼 지분은 49%에서 100%로 늘었다.
지분 매각대금은 포스코퓨처엠이 피앤오케미칼에 지난 4년간 투자한 자금과 정확히 일치한다. 피앤오케미칼은 2020년 설립 당시 출자금 300억원을 시작으로 5차례 추가 증자를 통해 총 1052억5000만원을 투자받았다. 투자금은 보유지분대로 포스코퓨처엠이 51%(536억7750만원), OCI가 49%(515억72500만원)를 댔다.
포스코퓨처엠 입장에선 간신히 본전은 건졌지만, 이번 지분 거래가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 적자가 누적된 회사에서 손을 뗄 수 있어서다. 피앤오케미칼의 당기순손실은 2021년 17억원, 2022년 151억원, 2023년 671억원 등 눈덩이처럼 늘고 있다. 손실이 지속되면서 작년 말 결손금은 838억원에 이르렀다. 자본잠식에 빠진 것이다.
올해 상황은 더 나빠졌다. 피앤오케미칼이 2022년 광양에 세운 과산화수소 공장은 지난 6월부터 재고 과잉으로 생산이 중단됐다. 작년 11월 준공된 공주 음극재용 피치 생산 공장은 아직 대량생산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투자가 집중되는 사업초기 적자를 피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도 부진한 성적표로 분석된다.
포스코퓨처엠은 피앤오케미칼 사업초기 지분도 절반 이상 확보하고, 수장도 포스코 출신의 김종국 대표이사를 선임했다. 합작사를 주도한 포스코퓨처엠 입장에선 잃을 게 없는 투자금 회수(엑시트)가 된 셈이다. 피앤오케미칼을 종속기업으로 분류하고 있는 포스코퓨처엠은 재무적 부담도 덜었다. 적자기업의 재무적 연결고리를 끊을 수 있어서다. 포스코퓨처엠 측은 1500억원대 재무 개선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이 피앤오케미칼에서 손을 뗀 것은 고강도로 진행되는 그룹의 구조개편 계획에 따라서다. 지난달 포스코그룹은 전략에 맞지않고 수익성이 떨어지는 자산 120개를 처분해 2026년까지 누적 현금 2조6000억원을 창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투자 확약한 포스코 떠나자, OCI '독박'
OCI 처지는 다르다. OCI는 피앤오케미칼에 2020년 147억원, 2021년 259억원, 2022년 110억원 등 총 515억원 넘게 투자한 데 이어 이번에 포스코퓨처엠이 보유한 피앤오케미칼 지분 51%를 추가로 사들이는데 537억원을 썼다. 출자로 총 1000억원이 넘게 투자한 것이다. 올 상반기엔 피앤오케미칼에 29억원을 빌려주기도 했다.
앞으로 추가 투자도 불가피하다. 올 하반기에 OCI는 피앤오케미칼 유상증자를 통해 200억원을 추가 투자할 계획이다.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포스코퓨처엠과 공동으로 증자에 참여하기로 확약까지 했지만, 포스코퓨처엠이 발을 빼면서 OCI가 증자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피앤오케미칼 독자 경영에 나서는 OCI는 그간 기술력을 기반으로 중장기 성장을 이끌겠다는 계획이다. OCI의 고순도 과산화수소를 생산하고 있는 익산공장과 시너지를 통해 품질과 원가 경쟁력을 끌어 올릴 것을 기대하고 있다.
OCI 관계자는 "현재 피앤오케미칼의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은 맞지만, OCI의 기술력으로 충분히 수익성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며 "이번 지분거래는 적정가치로 판단했다"고 전했다. 이어 "과산화수소의 원료는 계속해서 제철공정 중 발생하는 수소를 포스코퓨처엠으로부터 받고, 피앤오케미칼이 생산하는 음극재용 피치는 포스코퓨처엠에 공급할 계획"이라며 "파트너십은 그대로 유지된다"고 덧붙였다.
안준형 (why@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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