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세이 대란’ 이후 최악···일본 ‘쌀 품귀’ 알고보니
사재기·외식 증가로 수요는 늘어
일본이 이례적인 쌀 품귀 현상을 겪고 있다. 일조량 부족 등으로 쌀 수확량이 감소한 상황에서 사재기, 외식 증가로 수요가 늘어난 게 원인으로 거론된다.
27일 일간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쌀 민간 재고량은 지난 6월 말 기준 156만t으로 역대 최저치였다.
현지 마트는 텅 빈 쌀 매대에 ‘오늘은 매진입니다’ ‘당분간은 한 집에 한 봉지만 팝니다’ 등 공지를 붙여놓고 있다. 냉해에 따른 흉작으로 쌀 가격이 폭등했던 1993~1994년 ‘헤이세이 쌀 대란’에 빗대 ‘레이와(2019년 이후 연호) 쌀 소동’이란 말까지 나왔다.
품귀 현상 원인으로는 니가타현, 아키타현 등 쌀 주요 산지에서 지난해 5월 햇빛이 부족했고 여름엔 무더위가 이어진 영향이 일단 거론된다. 쌀 수확량이 줄어든 데다, 고온 여파로 쌀 알갱이가 정미 단계에서 부서지는 품질 문제가 발생했다고 NHK는 짚었다.
마이니치신문은 일본 정부가 식용 쌀 생산량이 수요를 크게 초과하지 않도록 시기에 따라 조정 정책을 편 결과라고도 지적했다. 생산량을 줄였는데 생각보다 수요가 많았다는 것이다.
NHK에 따르면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 중인 외국인 관광객 규모, 코로나19 이후 내국인 외식 증가 등이 쌀 수요 증가로 이어졌다. 이달 8일 난카이 해곡 지진 임시 정보가 발표되고 대지진 우려가 퍼지면서 ‘음식 사재기’가 일어난 영향도 있다고 산케이는 짚었다.
한쪽에서 품귀 현상이 벌어지는 동안 다른 쪽에선 팔리지 않은 쌀과 밥이 쓰레기가 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사가미하라시 주오구의 한 식품 에콜로지센터를 취재해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버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슈퍼, 편의점 등 소매점부터 이들에게 음식을 공급하는 식품 공장까지, 팔리지 않은 주먹밥, 쌀, 도시락 등이 이곳으로 흘러들어 온다. 그 분량이 하루 40t, 쌀은 이 중 20%인 8t 수준이다.
아사히는 식품 전문가를 인용해 “기업은 소비자가 사고 싶을 때 상품이 없어 판매 기회를 잃을 것을 우려해 팔리는 양 이상을 주문하고 있고, 소비자 측도 항상 신선한 상품을 입수할 수 있는 것이 당연해지고 있다. (이는) 아직 먹을 수 있는 낡은 상품이 폐기되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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