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한화 덕아웃, 가장 많이 나온 말 “우리도 우리가 뒤집을 줄 몰랐다”
박빙 흐름 잡으며 자신감 상승
7회 이후 타율 3할대 ‘접전 강세’
김경문 감독도 놀라는 발전 속도
프로야구 한화는 지난 주말 두산과 잠실 3연전을 모두 잡았다. 2005년 이후 19년만에 재연한 일로 그사이 강산이 두 번 바뀌고, 한화 주축선수도 두세 번은 달라졌다.
지난 25일 일요일 경기는 한화 선발 류현진과 두산 선발 발라조빅이 주도한 투수전이었다. 초박빙 흐름에서 한화는 승부처마다 힘을 내며 3-1로 승리했다. 적잖은 한화 선수들은 최근 레이스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다. 경기 후반 박빙의 흐름에서 익숙해 있던 결과를 바꾸고 있다.
두산과 3연전 최종일이 벌어진 25일 잠실구장 3루쪽 한화 더그아웃에서는 경기 전 김경문 감독을 비롯해 구단 관계자 가릴 것 없이 비슷한 코멘트를 했다. “그 흐름에서 우리도 우리가 뒤집을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려웠다”는 얘기였다.
한화는 전날인 24일 두산전에서 4-2로 리드하던 8회말 밀어내기 포함 볼넷을 4개나 내주고 강승호에게 2타점 적시 2루타 등을 허용해 4-6으로 리드를 빼앗겼다. 흐름과 분위기를 모두 내준 상황으로 9회초 한번의 공격에서 재반전을 시키기는 어려워 보였다. 25일 만난 한화 더그아웃의 김경문 감독에 따르면 김 감독 또한 박수로 선수들을 독려하면서도 내심 흐름을 되돌리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
그날, 한화는 다시 흐름을 바꿨다. 9회초 선두타자 노시환이 때린 뜬공이 두산 유격수와 좌익수가 겹치며 나온 행운의 2루타로 연결돼 잡은 찬스에서 상대 마무리 김택연의 폭투 등으로 동점을 만든 뒤 10회초 김태연의 적시타로 결승점을 뽑았다. 돌려 보면 한화가 매번 잘 싸우다가도 경기 후반 경기를 놓쳤던 장면 같았다. 한화는 매번 ‘새드엔딩’이던 결과를 ‘해피엔딩’으로 바꿨다.
이렇게 이기나 저렇게 이기나 1승이다. 그러나 그날 1승은 한화 젊은 선수들은 물론, 구성원들에게 닿는 느낌이 달랐다. 다음날인 25일 대부분이 “8회 리드를 내주며 그대로 승부는 끝난 거로 생각했다”고 입을 모았을 만큼 선수들 사이에 생긴 또 다른 힘을 확인한 날이었다. 박빙이던 25일 두산전 또한 결국 후반 승부에서 이겨낸 것도 전날의 기운이 이어진 것으로 해석할 만했다.
한화는 8월 들어 13승7패(0.650)을 기록하고 있다. 8월 들어 팀타율은 0.276이지만, 7회 이후 팀타율은 0.304로 경기 후반 승부처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26일 현재 5위 KT에 1게임차로 접근해 있다.
김경문 한화 감독은 “연승을 하면 연패도 할 수 있다”며 현재 팀 상승세에도 긴장을 늦추지 않으며 잔여 시즌을 달릴 뜻을 보였다. 더불어 김태연, 장진혁 등 젊은 선수들이 점점 자신감을 갖고 타석에 서는 모습에 의미를 뒀다. 한화가 진짜 강팀으로 갈 수 있는 열쇠를 그들이 쥐고 있기 때문이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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