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비처럼 쏟아지는, 모두가 평등한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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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배 작가의 개인전 《無等等 Mu Deung Deung》이 9월3일 서울 강남구 이브갤러리에서 열린다.
미국 유학을 시작으로 한국과 인도를 오가며 오랜 기간 다양한 문화, 언어, 관습 등을 경험하고 적응하는 과정을 살아오고 있는 희배 작가는 이 '디아스포라'적 삶을 작업으로 풀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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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공성윤 기자)
희배 작가의 개인전 《無等等 Mu Deung Deung》이 9월3일 서울 강남구 이브갤러리에서 열린다. 미국 유학을 시작으로 한국과 인도를 오가며 오랜 기간 다양한 문화, 언어, 관습 등을 경험하고 적응하는 과정을 살아오고 있는 희배 작가는 이 '디아스포라'적 삶을 작업으로 풀어내고 있다.
그의 작업들은 '시간과 장소'를 '색과 선'으로 성립되는 관계를 주로 탐색하고 있다. 작가는 자신의 작업에 대해 "시간과 장소가 혼재된 언어적 내러티브를 추상적 시각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작가는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는, 항상 동일한, 남들보다 좀 더 별스런 감각적 사유의 통로가 늘 본인에게 존재한다고 한다.
이런 예민한 감각적 사유의 통로가 작가의 디아스포라적 삶과 엮여, 서로 다른 환경에서의 삶이 모두 다른 입장 차이로 인해 수많은 간극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작업으로 관객에게 보여주고자 한다. 인도 카슈미르 난민 캠프 사진 작품에서 시작된 그의 작업은 사진 속 사실적 인물을 강렬한 붓질과 색으로만 드러내고 있다. 본질은 해치지 않으면서 또 다른 추상의 공간을 보여준다.
희배 작가의 회화적 특징은 선을 적극적으로 사용해 면을 표현하는 방식이다. 점, 선, 면을 구분하는 서양 회화의 방식과는 달리 동양 회화에서 나타나는 선과 면을 혼용하여 사용한다는 점이다. 또한 그의 색은 굉장히 다양하고 강렬하고 감각적이다. 그 강렬함이 빛의 스펙트럼을 보는 듯하게 한다.
그리고 색을 섞어 쓰지 않는다. 무수히 많은 색을 선으로 겹겹이 쌓아 올려 공간을 혼동시켜 결국 하나의 흐름이 만들어진다. 선과 색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들어, 마치 용암이 흐르는 듯한 느낌이다.
이번 전시에서도 희배 작가는 그가 꾸준히 다루었던 다른 듯 같은 공간·시간 작업을 한껏 선보인다. 그러나 작가의 초점이 이전과는 조금 달라졌다. 디아스포라적 삶을 통해 습득한 '다름'이 서로 연결되는 지점을 본능적으로 찾아가는 것을 작업에 스며들게 했다면, 이번에는 이 다름이 그에게는 결국 '같음'이었고, 그것은 '최고'로 귀결된다는 것을 말하고자 한다.
불교의 무등등은 모든 존재가 동등하고 차별이 없다는 개념을 나타낸다. 이는 모든 존재가 동일한 가치와 권리를 가지고 있음을 의미하며, 모든 생명체가 고통과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며, 어떤 존재도 다른 존재보다 우월하거나 열등하지 않다고 믿는 것이다.
이번에 선보이는 '빛비(Lightfall)' 작품들은 빛이 비처럼 쏟아지는 숲들을 상상하며 그린 화려한 숲속 풍경이다. 인도의 보리수 숲이거나 혹은 한국의 소나무 숲이지만 동일한 빛들이 여러 갈래의 선, 색깔들로 겹겹이 쌓여 비슷한 하나의 공간들을 형성한다. 다른 환경의 한국과 인도를 오가며 쌓고 지워 나가기를 여러 번, 결국 작가에게 회화로 기능하는 최고의 아름다운 감성은 같은 것이었다. 작가는 이러한 과정이 결국 같은 하나의 '무등등(평등)'한 지점을 만들어 간다고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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