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슨의 통역사 “마오는 진시황, 덩샤오핑은 유방” 시진핑은?
“미중 관계는 적대와 경쟁 사이의 적대적 대결의식 단계”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미국과 중국은 경쟁과 적대 관계 사이의 중간인 ‘적대적 경쟁관계(adversarial antagonism)’의 단계에 있다”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이 1972년 2월 베이징에서 마오쩌둥 전 중국 국가주석과 ‘죽의 장막’을 여는 역사적인 회동을 할 때 통역을 맡았던 찰스 프리먼 전 사우디아라비아 주재 미국 대사는 미중 관계를 이같이 진단했다.
“키신저도 처음에는 중국에 무지했다”
그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26일자 인터뷰에서 “양국이 전략적 비전과 숙련된 외교로 평등과 상호 이익에 기반한 관계로의 평화로운 전환을 관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헨리 키신저는 중국에 대해 무지한 사람으로 시작해서 그 시대 많은 유럽인들처럼 중국을 경멸하고 반대하는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과의 직접적인 만남이 그를 미중 관계 관리에 대한 존경받는 조언자로 변화시켰다며 중국과 미국의 정치 엘리트들이 새겨봐야 할 대목이라고 충고했다.
프리먼은 중국이 남중국해 대만 홍콩 문제 등으로 국제적인 이미지를 관리해야 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강대국으로서 자신의 성명과 행동이 이웃 국가를 포함한 다른 국가로부터 두려움과 존경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고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오만하다고 여겨지면 다른 국가들이 중국에 맞서게 될 것”이라고 충고했다.
“마오는 존경과 공포의 대상”
닉슨은 지정학에 대한 정교한 이해를 가진 정치인으로 중국에 대한 개방적인 태도가 잘 보여준다.
그에 비하면 최근 미국 대통령들은 중국에 대해 이념적으로 공감하지 않고, 발전하는 세계 질서속에서 미국의 세계적 영향력이 빠르게 줄어드는 것을 부인한다.
마오는 위대한 신념을 가진 사람만이 견뎌낼 수 있는 힘과 에너지를 가지고 있었다. 그는 부하와 친밀한 사람들에게 존경과 공포가 뒤섞인 대상이었다.
프리먼 대사는 “마오가 웅장하지만 비실용적인 비전에 덜 고집했다면 나라를 그렇게 절망적으로 뒤흔들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문화대혁명 10년의 대혼란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그가 갑작스럽고 폭력적인 변화를 시도해 나라를 미치게 만들지 않았다면 중국이 지금처럼 국내 안정에 몰두하게 하거나 국제질서를 쉽게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았을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마오가 좀 더 일찍 사망했더라면 그의 사상은 새로운 중국에서 더 잘 받아들여지고 역사에 의해 더 위대한 사람으로 여겨졌을 것”이라고 했다.
마오의 덩 제거 실패해 중국과 세계는 나아져
마오가 덩을 제거하는 데 성공하지 못해 중국과 세계는 훨씬 나아졌다는 것이다.
“저우언라이는 우아한 매너와 재치를 가졌으면서도 무자비한 현실주의를 감춘 뛰어난 외교관이었다.
저우언라이는 마오쩌둥의 충실한 고문이자 하인의 역할에 만족하면서도 마오의 가혹한 경향을 완화하려고 한 점에서 위대한 인물이다.”
프리먼은 “마오는 진시황처럼 중국을 정복하고 변형시켰으나 현재 시스템은 그가 선호했던 정치 경제 사회의 모델 일부만 유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현대 중국의 진정한 창조자는 덩샤오핑으로 한나라 유방과 동등한 인물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다.
그는 “유방은 전임자의 정치 군사적 업적을 바탕으로 정치와 천하 질서를 만든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덩이 (사회주의와 시장경제의) 절충적 현대화를 수용함으로서 중국이 부와 권력으로 복귀하는 기반이 됐다고 프리먼은 진단했다.
그는 “시진핑은 현대화되고 강력한 중국과 마오와 덩의 전통을 물려받은 지도자”라고 말했다.
미중간은 ‘적대적 경쟁관계’ 단계
경쟁은 서로를 향상시켜 줄 수 있다. 적대감은 상대방의 몰살을 겨냥한다. 이 사이에 적대적 대결의식이 있다.
그는 “적대적 대결의식은 스스로 발전하는 대신 적대자의 발전을 억제하거나 역전시키는 것으로 미중 관계가 이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지난 10년 동안 미국의 대중 외교에 비판적이었는데 대표적으로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이 중국을 향해 퍼부은 비난은 중국의 늑대 전사 외교와 다를 바 없고 역효과를 냈다고 지적했다.
중국 학자 왕지스는 지난해 자기중심적이고 자기애적인 미국의 역사 관점이 점점 더 대립적인 대중 접근 방식으로 전환하는 핵심이었다고 지적했다.
왕 교수는 “미국의 이런 경향은 패권을 유지하거나 적어도 자신의 쇠퇴를 늦추고 싶어했기 때문이라고 했다”고 지적한 것에 대해 프리먼은 크게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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