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산 3.2% 늘린 677.4조…2년 연속 허리띠 조였다(종합)

이철 기자 전민 기자 김유승 기자 손승환 기자 2024. 8. 27.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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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예산]관리재정수지 비율 '-2.9%'…재정준칙 지켰다
내년 총수입 651.8조 전망…법인세·소득세 증가 영향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이 지난 2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중앙동에서 2025년 예산안 및 2024-2028 국가재정운용계획 을 발표하고 있다.2024.8.27/뉴스1

(세종=뉴스1) 이철 전민 김유승 손승환 기자 = 정부가 내년 나라살림 규모를 올해보다 3.2% 증가한 677조 4000억 원으로 정했다.

정부는 내년 불필요한 예산을 덜어내는 지출구조조정을 24조 원 규모로 시행하면서 허리띠를 졸라맨다. 이에 따라 내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비율은 -2.9%로 '재정준칙' 수준을 지켰다.

정부는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2024년 예산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허리띠 졸라맨 정부, 24조 지출구조조정…"재정건전성, 위험요인"

내년 정부 예산안의 특징은 올해와 마찬가지로 지출 억제다. 내년 예산안 증가율 3.2%는 올해 예산안 총지출 증가율(2.8%)보다는 높지만, 문재인 정부 시절 편성한 2018~2022년 예산의 평균 증가율(8.7%)과 비교하면 절반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정부는 불필요한 예산을 덜어내는 지출구조조정을 24조 원 규모로 실행한다. 정부의 허리띠 졸라매기는 정부 출범 첫해인 2023년 24조 원, 올해 23조 원의 지출구조조정을 단행한 뒤 내년에도 다시 24조 원을 기록하게 됐다.

이에 따라 내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비율은 -2.9%로 올해(-3.6%)보다 0.7%포인트(p) 개선된다. 재정준칙 기준인 -3.0% 이내로 관리재정수지가 들어온 것은 2019년(-2.7%) 이후 처음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과거 우리의 강점이었던 재정건전성은 이제는 더 이상 자랑이 아닌 위험요인으로 평가받고 있다"며 "그간 쌓인 국가채무는 1000조 원이 훌쩍 넘어 미래세대의 부담이 한층 더 무거워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 부처가 합심해 관행적·비효율적 사업을 과감히 축소함으로써 총 24조 원 규모의 지출구조조정을 단행했다"며 "관리재정수지 비율은 -2.9%로 정부가 추진 중인 재정준칙 범위 내로 편성했고,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48.3%로 전년 대비 0.8%p 소폭 증가하는 수준으로 억제했다"고 강조했다.

기재부는 내년 총수입을 651조 8000억 원으로 예상했다. 이는 올해 612조 2000억 원 대비 39조 6000억원(6.5%) 늘어난 수준이다.

국세수입은 올해보다 15조 1000억 원 늘어난 382조 4000억 원으로 편성했다. 임금상승과 취업자 증가에 따라 소득세가 2조 2000억 원 증가하고, 주요기업의 실적 개선에 따라 법인세가 올해 예산 대비 10조 8000억 원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부가가치세 역시 올해보다 6조 6000억 원 늘어난다는 게 정부 전망치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저소득층·노인·장애인 예산 늘려…노인일자리 '역대 최대' 110만개

정부는 보건·복지·고용 예산을 전년 대비 4.8% 증가한 249조 원으로 편성하고 저소득층, 노인, 장애인 등 약자복지에 집중한다.

기준중위소득은 4인 가구 기준으로 역대 최대폭인 6.42% 오른다. 생계급여는 4인 가구 기준으로 월 183만4000원에서 195만2000원으로 11만8000원 오른다. 이에 따라 연간 급여액은 2200만 원에서 2341만 원으로 141만원 늘어난다. 또 수급자가 취업에 성공해 수급을 마치는 경우 최대 150만 원의 자활 성공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의료급여 보장성 강화를 위해 건강생활유지비는 월 6000원에서 1만2000원으로 늘리고 정신과 입원수가는 12% 인상한다. 수급권자의 소득인정액에 포함돼 급여를 차감하는 '부양비'는 기존 15~30%에서 10%로 인하한다.

정부는 노인인구 증가에 따라 노인일자리를 올해 103만개에서 내년 110만개로 확대한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다. 기초연금 역시 월 33만 3000원에서 34만 4000원으로 1만 원 인상한다.

한부모 가정을 대상으로는 양육비 미이행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구에 국가가 양육비를 선지급하고 추후 회수하는 '양육비 선지급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대상은 중위 100% 이하 가구며 자녀 1인당 월 20만 원, 최장 18년까지 받을 수 있다.

장애인을 위해서는 최중증 발달장애인 긴급돌봄센터 2곳을 신설하고 장애인활동지원을 12만 4000명에서 13만 3000명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민간취업 지원을 위해 장애인 고용장려금 대상을 기존 63만 3000명에서 75만 6000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육아휴직급여 150만→250만원…일·가정 양립 지원

정부는 내년 초저출생 위기 극복을 위해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워라밸' 지원을 대폭 확대한다.

이에 따라 육아휴직급여가 현행 150만 원에서 최대 250만 원(1~3개월)까지 인상된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급여의 상한액도 200만 원에서 220만 원으로 늘고, 배우자 출산휴가 급여도 현행 5일에서 20일로 4배가 늘어나면서 모성보호 육아지원 예산만 4조 225억 원으로 증가했다.

부모가 육아와 업무를 병행하는 데 사업주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고용안정장려금도 1571억 원 늘어난 3909억 원으로 책정됐다. 이 중 대체인력지원금은 월 120만 원까지 상향됐으며 파견근로자에게도 지원금 지급이 가능해졌다. 육아휴직 동료에 대한 업무분담 지원금(월 20만 원)도 신설됐다.

정부는 또 저출생 대책 중 하나인 '유보통합'(유아교육·보육체계 일원화)을 뒷받침하기 위해 0~5세 교육·보육료 지원,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과 같은 교육과 보육 관련 예산 8조 5000억 원을 보건복지부에서 교육부로 이관한다.

저소득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근로장학금 사업은 1667억 원을 추가로 투입해 대상자를 현행 14만 명에서 20만 명으로 늘린다. 저소득층 우수학생에게 지급하는 월 15만~35만 원 규모의 꿈사다리 장학금의 대상은 기존 중·고교생에서 초등학교 5·6학년으로 확대된다.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의료개혁에 5년간 10조 투입…전공의 수련비용·수당 늘린다

정부는 향후 5년간 국가재정 10조 원을 투입해 의료 개혁을 완성해 나가기로 했다. 내년엔 총 2조 원을 들여 필수·지역의료를 확충한다.

필수과목 전공의에 대한 수련 비용과 수당 지원을 늘리는 데 4000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수련 비용의 경우 전공의 9000명을 대상으로 한 교육비 등 직접비용으로 3000억 원이 투입된다.

월 100만 원 전공의 수당 지원 대상과는 기존 소아과 1개에서 내과, 외과, 산부인과, 응급의학과, 흉부외과, 신경과, 신경외과 등 8개로 확대된다. 지원 대상 규모는 220명에서 4600명으로 대폭 늘어난다. 소아·분만 전임의에 대한 월 100만 원 수당 지급 대상도 140명에서 300명으로 늘린다.

내년도 지역의료 예산으로는 6000억 원이 배정됐다. 권역책임·지역거점병원 시설·장비를 현대화하는 데 3000억 원이 사용되며, 중앙-권역-지역 간 협진을 위해 1000억 원이 쓰일 예정이다. 장학금·수련비용·거주 비용 등을 지원받은 의사가 일정 기간 지역에서 근무하는 '지역필수의사제'도 도입된다.

◇R&D 예산 3.2조 증액…AI·반도체·바이오·양자 집중지원

정부는 내년 연구·개발(R&D) 분야에 29조 7000억 원을 투입한다.

R&D 예산은 지난해 29조 3000억 원이었지만 올해에는 26조 5000억 원으로 삭감됐다. 내년에는 29조 7000억 원이 편성되며 삭감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

정부가 3대 게임체인저 기술로 분류한 인공지능(AI)·반도체, 바이오, 양자 등 3개 부문 예산이 2조 8000억 원에서 3조 5000억 원으로 늘어난다.

신규 사업으로는 △AI반도체 활용 K-클라우드(370억 원) △팬데믹 대비 mRNA 백신 개발(290억 원) △1000큐비트 퀀텀 컴퓨터 개발(98억 원) △양자 컴퓨팅 서비스(59억 원) 등이 추진된다.

최 부총리는 "단순히 숫자를 늘렸다는 차원이 아니다"며 "R&D다운 R&D로 바꾸는 과정을 지난 1년 동안 거쳐 왔고 그래서 질적인 전환을 하는 결과로 양도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31일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배달 노동자가 배달업무를 하고 있다. 2021.8.31/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소상공인 배달비 30만원 지원…4.3조 저리대출 공급

정부는 경제활력 확산을 위해 내년 첨단산업, 소상공인 관련 예산도 편성했다.

정부는 반도체 산업의 민간 부문 대규모 투자를 이끌기 위해 내년 4조 3000억 원 규모의 저리대출을 공급한다. 또 신규 반도체 생태계 펀드를 오는 2027년까지 최대 8000억 원 규모로 조성, 최종 1조 1000억 원까지 확대한다는 구상도 내놨다.

또 유럽 등 해외시장으로의 원전 수출 확대를 위해 내년 신규 사업으로 1000억 원 규모의 '원전산업 성장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원전생태계융자 1500억 원도 공급한다.

중소기업 대상으로는 중견기업으로 '점프업' 할 수 있도록 699억 원을 투입해 유망 중소기업 100개 사를 선정해서 종합적으로 지원한다. 지역혁신벤처펀드 출자금은 기존 1000억 원에서 2000억 원으로 증액한다.

정부는 역대 최대 규모인 총 5조 9000억 원의 소상공인 예산을 편성했다. 2조 원 규모의 전환보증 중도상환 수수료를 지원하고 2000억 원 규모의 대환대출 프로그램 금리를 7%에서 4.5%로 낮추기로 했다.

또 연 매출 1억 400만 원 이하 소상공인에게 배달비 및 택배비 명목으로 30만 원을 지원한다. 대상 소상공인은 67만 9000개 업체 정도로 파악된다.

다만 정부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향후 국회 예산안 심사에서 지역화폐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야당과의 진통이 예상된다.

GTX-A노선 개통 후 첫 평일인 1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 동탄역에서 이용객들이 개찰구를 통과하고 있다. 2024.4.1/뉴스1 ⓒ News1 신현우

◇공공주택 역대 최대 25만가구 공급…SOC 예산, 3.6%↓

내년 예산이 유일하게 줄어든 분야는 사회간접자본(SOC)이다. SOC 예산은 올해 26조 4000억 원에서 올해 25조 5000억 원으로 3.6% 감소했다.

김동일 기재부 예산실장은 "SOC 예산이 약 9000억 원 줄었는데, 이유로는 완료 사업이 약 1조 1000억 원 있다"며 "반면 신공항, 수도권 전철 등 당장 사업 단계상 사업비 부담이 늘어나지 않는 부분이 있어 감소 폭이 컸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출퇴근 시간 단축을 위해 도시철도 투자 확대를 올해 2000억 원에서 내년 3000억 원으로 확대한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등 광역급행철도의 개통 지원에도 4000억 원을 투입한다. 고속철도 병목구간인 평택~오송 구간의 선로 확대를 위해 2500억 원을 지원하고 공항 분야에서는 부산 가덕도(9640억 원), 대구경북(667억 원), 새만금(632억 원) 등 8개 신공항 적기 개항 지원을 위한 예산이 편성됐다.

정부는 내년도 공공주택을 25만 2000가구(임대주택 15만 2000가구, 분양주택 10만 가구) 공급할 계획이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로, 기존 계획대비 4만 7000가구 늘어난 수치다.

또 주거복지 지원을 위해 비아파트를 2년간 16만 가구 공급한다. 신혼부부·출산가구 대상의 주거지원 확대를 위해 6585억 원을 추가 투입한다. 저금리 정책 대출인 '신생아 특례대출'의 부부 합산 소득 기준을 당초 1억 3000만 원에서 2억 5000만 원으로 높여 수혜 대상을 늘린다.

ir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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