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활력 마중물이 없다"…유일하게 줄어든 SOC 예산
2025년도 예산안은 2년 연속 세수 결손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건전재정' 기조를 지키기 위한 정부의 고육책에 가깝다. SOC(사회간접자본) 예산은 삭감됐고 산업 정책을 뒷받침 할 예산은 금융지원 위주로 편성됐다.
이를 두고 경기 반등을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할 정부 재정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단 우려가 제기된다. 재정건전화 노력은 필요하지만 과도한 건전재정 집착으로 정부 스스로 경기 불안을 키우고 있단 지적이다.
정부가 27일 발표한 '2025년 예산안'의 분야별 재원배분을 살펴보면 12개 분야 중 올해보다 예산이 감액된 분야는 SOC가 유일하다. 내년 SOC 예산안은 총 25조5000억원으로 올해 예산(26조4000억원)보다 3.6%(9000억원) 줄었다.
정부는 도로와 철도 등 완공 노선이 많았고 신규 사업의 경우 초기 단계에선 상대적으로 소액의 설계비·착수금만 들어가 SOC 예산안이 감액 편성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내년 예산안에는 용인산단을 관통하는 국도 45호선 이설·확장(4→8차로) 예산이 담겼는데 실제 착공은 2026년 이뤄지는 까닭에 2025년엔 설계비만 반영됐다.
다만 일각에선 SOC 사업 축소에 따른 일자리 감소와 경기 위축 우려가 제기된다. SOC 예산 축소가 가뜩이나 부진한 건설 경기 위축을 부추길 수 있단 지적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건설투자가 올해와 내년 각각 0.8%, 0.7%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은 "향후 건설투자는 주거용·상업용 중심의 입주물량 축소와 신규착공 위축 영향으로 공사물량 감소가 본격화되면서 당분간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구조조정 관련 불확실성도 하방리스크로 잠재해 있다"고 밝혔다.
산업정책을 위한 예산을 두고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는 이번 예산안에 'ABC+'라는 이름의 첨단산업 육성 예산을 담았다. △AI(인공지능) △Bio(바이오) △Chips(반도체)의 앞글자를 딴 예산이다.
구체적으로 4조3000억원 규모의 장기, 저금리 설비투자자금 대출을 위한 예산 2500억원을 편성했고 반도체 생태계 펀드 규모도 3000억원에서 4200억원을 확대(예산 300억원 투입)해 팹리스·소부장의 대형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또 첨단산업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저금리 R&D(연구개발) 자금 융자를 위한 예산도 기존 900억원에서 1200억원으로 늘렸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새로울 게 없다는 평가다. 앞서 발표된 26조원 규모의 '반도체 생태계 종합지원 방안' 후속 내용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마저도 해당 방안은 보조금 등 지급 없이 산업은행을 통한 저리 대출과 세액공제 등 간접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단 지적이다.
정부는 코로나19(COVID-19) 팬데믹 극복 과정에서 재정 여력이 약해진 상황이지만 재정이 꼭 필요한 곳에는 예산을 과감히 지원했단 입장이다. 김동일 기재부 예산실장은 "재정의 성장 기여도가 낮냐, 높냐를 따질 수 있는데 저희가 판단하기로는 크게 나쁘지 않은 성적을 내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급격한 긴축재정이 경제 전반에 충격이 될 수 있단 우려는 여전하다. 건전재정은 가파른 긴축이 아닌 세수 기반 확충 등을 포함한 중장기 시계에서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가격 상승과 이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로 통화정책 여력이 크지 않은 만큼 정부 재정이 '최후의 보루'로서의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내수를 보완하고 성장잠재력을 확충할 수 있도록 정부 재정이 역할을 해야 하는데 거시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달성하기엔 내년도 예산안이 부족하단 생각이 든다"며 "민간이 부족한 부분을 정부 재정으로 보완해줘야 하고 그 보완을 못해주면 결국 거시경제가 위축될 수밖에 없어 우려가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세종=박광범 기자 socoo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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