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지출 증가율 3.2%, 역대 4번째로 낮아…“세수고민 없이 지출만 죈 반쪽 건전재정”[2025년 예산안]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윤석열 정부가 재정 준칙을 지키기 위해 2년째 총지출 증가율을 3% 안팎으로 허리띠를 바싹 조였다. 그러나 ‘세수 펑크’ 감세로 인한 총수입 감소 여파로 총지출 증가율은 당초 계획에 크게 미달하게 됐다. 이로인해 내년 성장률이 다소 둔화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재정의 경기 마중물 역할에 일부 공백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재정 건전화 노력은 긍정적이지만 세수 기반 고민 없이 지출만 줄이는 방향은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조언했다.
정부가 27일 발표한 2025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도 총지출 증가율은 3.2%로 지난해 발표된 중기계획(4.2%)에 못 미친다. 총지출 개념이 도입된 2005년 이후 올해(2.8%)와 2010·2016년(각 2.9%)에 이어 4번째로 낮다.
2년째 총지출 증가율이 3% 내외에 묶인 탓에 윤석열 정부 3년간 총지출 증가율(본예산 기준)은 연평균 3.9%를 기록, 4%에 미달하게 됐다. 문재인 정부(8.6%)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이명박(6.3%)·박근혜(4.2%) 정부보다도 낮다.
정부는 내년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지출 효율성 제고를 위해 24조원 규모의 지출구조조정에 더해 부처 간 칸막이를 허무는 ‘협업 예산’도 추진했다.
하지만 올해 최소 10조원 이상의 ‘세수 펑크’가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법정 의무지출과 연구·개발(R&D) 예산 증액, 의료개혁 등 최소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재정 적자를 늘리거나 지출을 줄여야 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당초 중기 계획 대비 ‘긴축 재정’은 선택했다. 유병서 기획재정부 예산총괄심의관은 “건전재정과 재정의 지속가능성이 정부의 기조라는 점을 감안했고 총지출 증가율도 당초 계획(4.2%)보다 상당히 낮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2.9%(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를 타깃팅하거나 숫자 자체에 집착하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정부가 당장 ‘재정수지 관리’에 주력해도 될 만큼 향후 경기 여건이 여유롭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특히 최근 가계부채 급증세로 통화정책 운신의 폭이 좁아지면서 재정 역할에 대한 기대감은 오히려 더 커지고 있다. 내년 성장률이 올해보다 소폭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 역시 내년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한국은행이 전망한 내년 성장률은 2.1%로 올해(2.4%)보다 낮다. 정부 전망치 역시 올해 2.6%, 내년 2.2%로 비슷한 흐름이다.
정부는 내수 부진 장기화 조짐에도 내년 재정 역할을 ‘인센티브’ 중심의 간접 지원에 한정하고 있다. 대표적인 내수 예산으로 꼽히는 사회간접자본(SOC·25조5000억원) 분야 지출은 올해보다 3.6% 줄었다.
또 저출생 등 구조적인 과제들이 상황을 반전할 만큼의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한다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정부가 밝힌 저출생 대응 예산은 올해보다 약 3조6000억원 늘어난 19조7000억원이다.
하지만 육아휴직 급여 인상(월 150만→250만원)을 위해 약 1조4천억원을 증액한 것을 제외하고는 굵직한 증액 사업을 찾기 어렵다. 돌봄서비스 확대, 배우자 출산휴가 급여 인상, 대체인력 지원금 인상 등 기존 대책을 확대한 것들이 대다수이고,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등 자영업자는 상당수가 여전히 지원 사각지대에 방치돼있다.
정부는 기초생활수급자 생계급여 인상 등을 부각하며 ‘민생’에 중점을 두고 예산안을 편성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재정 여력이 줄면서 전체 보건·복지·고용 분야 지출 증가율(4.8%)은 올해 증가 폭(7.5%)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2023년(4.1%)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세수 기반 확충에 대한 고민 없이 지출만 줄이는 방향의 건전재정은 중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세수 펑크에 대한 고민·대책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건전 재정만 강조하는 것은 전체를 보지 않고 하나만 생각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해외에서도 통합재정수지와 유사한 지표를 활용하지만 이를 경직적으로 지키는 나라는 많지 않다”라며 “재정수지 목표를 설정하고 집착하면 거시경제 관점에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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