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R&D 예산 29조7000억원으로 증가… 과학계 “예산 증액은 환영, 분배가 관건”

이병철 기자 2024. 8. 2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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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정부 예산, 올해보다 11.8% 늘어
역대 최고였던 지난해보다 4000억원 증액
“신진 연구자 지원 대책은 다소 부족”

정부가 내년도 연구개발(R&D) 예산을 증액한다. 올해 초유의 예산 삭감 사태를 맞은 과학기술계는 정부의 입장 변화에 환영을 표하고 있다. 예상보다 증액폭이 크지는 않으나 조였던 숨통이 다소 트였다는 평가다. 다만 올해 예산 삭감과 함께 진행된 R&D 구조 변화에 대해서는 개선이 다소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7일 정부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도 주요 R&D와 일반 R&D 예산을 더한 총 예산은 29조7000억원이다. 올해 예산 26조5000억원에서 3조2000억원 늘어 증액폭은 11.8%다. 정부 R&D 예산이 역대 최대를 기록했던 지난해와 비교헤도 약 4000억원 늘어난 수준이다. 지난해 총 R&D 예산은 31조1000억원에 달했으나 올해부터 일반 재정사업으로 분류된 1조8000억원을 제외하면 29조3000억원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월 대전 유성 ICC호텔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내년도 정부 연구개발(R&D) 예산을 역대 최대로 편성하겠다"고 말했다. 27일 공개된 정부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도 R&D 예산은 29조7000억원으로 배정됐다./뉴스1

정부 R&D 예산은 과기정통부가 확정하는 주요 R&D 예산과 기획재정부가 짜는 일반 R&D 예산으로 나뉜다. 주요 R&D 예산은 기초·응용·개발 등 기술개발과 정부출연연구기관, 국공립연구소, 대학의 연구비에 쓰인다. 일반 R&D 예산은 대학의 지원금이나 정책연구비로 쓰인다.

정부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도 정부 R&D는 인공지능(AI)·반도체, 양자기술, 첨단바이오 등 ‘3대 게임체인저’와 국가전략기술 중심으로 증액이 이뤄진다. 우선 3대 게임체인저 연구에는 총 3조5000억원이 투입된다. AI 반도체인 신경처리장치(NPU)와 범용인공지능(AGI) 개발에 1조2000억원을 투입한다. 선도국 수준의 양자기술 확보를 위한 양자과학기술 플래그십 프로젝트 예산은 2000억원이다. 첨단 바이오 분야에서는 정부 주도 첫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 기술 개발 사업도 신설해 총 2조1000억원을 투자한다.

12대 국가전략기술 분야에는 총 7조1000억원이 배정됐다. 반도체 후공정인 첨단 패키징 선도기술개발 사업을 신설하고, 혁신형 소형 모듈 원자로(iSMR) 표준설계를 완성하기 위한 사업이 확대된다. 국가전략기술 연구를 주도하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수행하는 ‘글로벌 TOP전략연구단’ 사업은 올해 예산 1000억원에서 1833억원으로 2배 가량 증액한다.

이공계 대학원생들의 최소 생활비를 보장하는 연구생활장려금(스타이펜드) 제도도 신설해 정부가 600억원을 지원한다. 우수한 박사과정 연구원에게 지급하는 대통령과학장학금을 확대하고 석사과정도 대상 장학금도 신설한다.

과학기술계는 이날 공개된 정부 총 R&D 예산에 대해 증액폭이 다소 아쉬우나, 우선 증액이 이뤄진 데에는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달 발표한 주요 R&D 예산은 24조8000억원 규모로 올해보다 2조3000억원, 지난해보다 1000억원 늘어난 수준으로 책정됐다. 당시 과학기술계와 정치계에서는 “R&D 예산이 역대 최고가 아닌 사실상 원상복구 수준”이라는 의견이 나온 바 있다.

천승현 기초연구연합 부회장(세종대 교수)은 “총 R&D 예산은 확연히 이전보다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기초 연구 예산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증액되며 계속 과제 삭감도 다소 회복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올해 예산 삭감과 함께 진행된 R&D 구조 변화에 대해서는 개선이 다소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천 교수는 “예산이 늘어나는 부분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올해 국제 공동 연구 예산이 큰 폭으로 늘면서 해외에 예산을 퍼주는 상황이 있었는데, 이런 부분은 정상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진 연구자들은 정부가 수월성을 강조하면서 R&D 예산을 삭감했으나 이번 예산 증액도 대형 연구 사업을 중심으로 이뤄졌다는 점을 지적했다. 정부가 대학원생과 우수 연구자 지원에 집중하다 보니 이제 막 연구책임자로 발을 뗀 신진 연구자들은 예산 증액의 혜택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다.

임용 3년차를 맞는 수도권 대학의 한 교수는 “올해 소액 예산을 지원하던 연구 사업이 사라지고 중견 연구자를 위한 사업이 늘면서 신진 연구자들은 연구비를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내년에도 대학원생과 중견 연구자들을 위한 예산 중심으로 증액이 이뤄지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그는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에 있는 신진 연구자, 지역 대학 연구자들을 위한 소규모 과제 신설을 바랐으나, 반영되지는 않은 것 같다”며 “내년에도 체감되는 변화는 크게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출연연의 한 관계자는 “올해 연구자들이 자율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사업들은 사라지고 정부 주도 사업이 확대되면서 신진 연구자들의 불만이 컸다”며 “정부 R&D 구조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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