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살리고, AI로 돈 번다” SK이노·E&S 합병 ‘큰 그림’ 본격화 [비즈360]
‘전기차 캐즘에 부진’ SK온 배터리 숨통
AI인프라 시너지…2.2조 추가 수익 기대
주식매수청구권 규모 향후 변수
SK, 1조원까지 감당 가능
[헤럴드경제=정윤희 기자] 27일 주주총회에서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 안건이 압도적 찬성으로 승인되면서 오는 11월 자산 100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에너지 전문기업이 탄생하게 됐다. SK그룹은 두 회사의 합병으로 SK온의 유동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에너지 포트폴리오를 강화, 경쟁력과 수익성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합병법인은 석유와 화학, 액화천연가스(LNG), 재생에너지, 수소 등에 이르는 에너지분야 전 영역에 걸친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됐다. 합병 법인의 자산은 100조원, 매출은 88조원 수준으로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합병 전보다 1조9000억원 늘어난 5조8000억원에 달한다. 합병 이후 SK E&S는 사내독립기업(CIC) 형태로 운영될 예정이다.
박상규 SK이노베이션 대표는 이날 주총에서 “기존 SK이노베이션의 석유, 배터리 사업에 더해 SK E&S의 LNG, 전력, 신재생 에너지가 결합되면서 에너지 포트폴리오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합병을 통해 안정적인 재무 및 손익 구조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이번 합병으로 위기에 빠진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자회사 SK온의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된다. SK그룹은 매년 1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알짜기업’인 SK E&S를 합병함으로써 SK이노베이션의 내재가치를 끌어올려 SK온에 대한 지원 여력을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SK온 역시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엔텀과 합병한다. 이를 통해 SK온의 재무구조 역시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온은 막대한 초기 설비투자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정체)의 영향으로 11분기 연속 적자를 면치 못하는 상태다.
초대형 에너지기업으로 진화하면서 특히, 인공지능(AI) 시대에 중요도가 높아지는 에너지 분야 경쟁력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은 합병을 통해 오는 2030년 EBITDA 2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키도 했다.
구체적으로 SK이노베이션은 석유 및 화학 사업을, SK E&S는 액화천연가스(LNG)와 발전사업을 중심으로 신재생에너지와 수소사업을 진행 중이다. 양사 합병으로 석유·가스 등 기존 화석연료에서부터 수소, 풍력,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까지 에너지 밸류체인 전반에 걸쳐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게 됐다.
중복 인프라를 결합하고 운영비용을 절감, 신규 고객 확보를 통한 수익성 개선도 예상된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는 석유와 LNG 사업의 인프라를 통합해 5000억원, 고객 맞춤형 에너지솔루션 제공 등 전기화 사업에서 1조7000억원의 수익성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총 약 2조2000억원 이상의 추가 수익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ESS), 재생에너지, 수소 등이 상호보완적으로 결합해 AI시대 폭증하는 전기 수요 문제에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태원 회장 역시 지난달 제주포럼에서 양사 합병을 ‘AI시대에 대비한 결정’이라며 “데이터센터 등에 엄청난 에너지가 들어가는데 양사의 시너지를 통해 문제를 풀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합병까지의 남은 변수로는 주식매수청구권 규모가 꼽힌다.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은 이날부터 다음달 19일까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만약 반대의사를 표했던 국민연금이 보유한 지분 전량(6.2%)에 대해 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경우 규모는 6000억원이 넘는다. 여기에 개인 주주들까지 합하면 총 청구 규모가 SK이노베이션이 설정한 한도인 8000억원을 넘어갈 수 있다. 주식매수청구권 규모가 설정한 한도를 넘으면 합병 계약을 해지하거나 조건을 변경할 수 있다.
실제 청구 규모는 주총 이후 SK이노베이션의 주가 흐름에 따라 정해질 전망이다. 주총 이후 주가가 상승하면 국민연금 및 개인 주주들이 청구권을 행사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시장에서는 국민연금이 반대의사를 표했더라도 청구권까지 행사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SK이노베이션의 주가는 전날 종가 기준 10만6500원으로, 행사 금액은 11만1943억원이다.
아울러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금액이 한도를 넘기더라도 양사 합병은 계획대로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SK그룹 안팎에서는 약 1조원 가량의 금액까지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상규 대표는 “예상한 범위 내에서 청구권 나올 것으로 기대되나 초과된다면 이사회와 협의해서 진행 여부 결정해야 한다”면서도 “회사 내 현금이 1조4000억원 이상이기 때문에 매수청구권을 감당 못할 수준은 아니다”고 했다.
yun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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