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기 시흥시유소년야구단 감독 "창단 5년 만에 유소년리그 백호 첫 우승! 이제 진짜 시작이죠"[일구일행인터뷰-19]
"기본기와 자신감이 가장 중요하다!"
일구일행(一球一幸). 공 하나하나에 행복을 느끼는 아이들이 있다. 드넓은 운동장에서 공을 던지고 치고 달리며 건강하고 올바르게 자라는 소년들. 바로 대한유소년야구연맹(회장 이상근) 소속 유소년야구 선수들이 주인공이다. '공부하는 야구, 행복한 야구, 즐기는 야구'를 지향하는 대한유소년야구연맹은 2011년 문을 열고 한국 야구 유망주 육성 산실이 됐다. 두산 베어스에서 활약 중인 왼손 투수 최승용을 비롯해 여러 프로 선수들을 배출하며 한국 야구 저변 확대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한국 야구를 넘어 스포츠 전체에 좋은 모범사례가 되는 대한유소년야구연맹을 이끌어 나가는 사람들과 진솔한 이야기를 나눠 본다. (편집자 주)
[마이데일리 = 순창팔덕야구장 심재희 기자] 일구일행 인터뷰 열아홉 번째 초대 손님은 시흥시 유소년야구단을 지휘하는 정선기(45) 감독이다. 야구를 즐기는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탄탄한 교육을 약속하는 그는 오늘도 열심히 달린다. 구단 이름에 'RUN'을 붙여 꾸준히 전진하겠다는 뜻을 항상 되새긴다. 정 감독은 "시흥시 '런' 유소년야구단이 2019년 창단해 다른 구단들보다 역사는 짧지만, 야구에 대한 열정과 실력은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힘줘 말한다.
◆ 2019년 창단한 신흥강호
정선기 감독은 현역 시절 센스 넘치는 선수였다. 중학교 때부터 대학교 때까지 내야 수비 모든 포지션을 소화했고, 타선에서는 테이블 세터를 맡았다. 야구 지능이 높고 발이 빨라 작전 수행 능력도 탁월했다. 서울 경기고를 거쳐 경희대에 입학하며 프로 무대 진출을 꿈꿨다. 그러나 너무나도 아쉽게 매우 일찍 선수 생활을 접어야 했다.
조기 은퇴 이유는 큰 부상이었다. 그는 "경희대 1학년 여름 때 팔꿈치 부상을 입었다. 재활 불능 판정을 받았다. 선수 생활을 접어야만 했다"고 과거를 담담하게 돌아봤다. 이어 "그 때 당한 부상으로 25년이 지난 지금도 오른쪽 팔꿈치가 굽어 있다. 그래도 이젠 통증이 없어서 선수들을 지도하는 데에는 불편함 없이 함께 훈련한다"고 설명했다.
20살의 어린 나이에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2017년 리틀야구단 코치를 맡으면서 지도자 길에 본격적으로 접어들었다. 이어 2018년 시흥시 유소년야구단과 인연을 맺었다. 올해까지 구단 지휘봉을 잡고 어린 아이들과 함께 힘차게 전진하고 있다. 정 감독은 "2018년 8월 지금의 시흥시 유소년야구단 첫 훈련을 시작했다. 당시 20명 정도의 선수로 구단을 꾸렸다"며 "2019년 1월 정식으로 시흥시 유소년야구단을 창단했다. 창단과 함께 대한유소년야구연맹에 가입했다. 감독을 맡으며 현재까지 달려 왔다"고 덧붙였다.
◆ 유소년리그 백호 정상 정복
13일 한여름 무더위 햇살이 강하게 내리쬔 전북특별자치도 순창군 팔덕야구장 B구장. 대한유소년야구연맹 주최 제8회 순창강천산배 전국유소년야구대회 결승전이 펼쳐졌다. 13세 이하 선수들이 나서는 유소년리그 백호에서 명승부가 나왔다. 시흥시유소년야구단이 6회말 마지막 공격 2사 1, 2루에서 끝내기 안타를 터뜨리며 세종시유소년야구단(감독 장재혁)을 6-5로 눌러 이겼다. 창단 5년 만에 유소년리그 백호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정 감독은 대회 감독상을 받았다. 그리고 우승의 영광을 선수들과 학부모들에게 먼저 돌렸다. "올해 초 선수들이 유소년리그 우승을 하겠다고 약속을 했다. 쉽지 않은 약속을 지켜 줘서 정말 고맙고 자랑스럽다"며 "항상 선수들과 소통하며 결과보다 과정을 중요하게 강조한 것이 우승 밑거름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우승을 이룬 선수들이 자랑스럽다. 또한, 구단을 물심양면 지원해 주신 학부모님들께 우승 영광을 돌리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창단 5년 만에 대한유소년야구연맹 메인 무대인 유소년리그 백호에서 우승을 차지했지만 들뜨지 않는다. 우승에 도취돼 평정심을 잃으면 안 된다는 것을 그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다. 우승의 기쁨을 잠시 함께 만끽하고, 더 노력해서 새로운 목표를 잡아야 한다고 스스로 주문을 건다. 더 냉정하게 더 높은 목표를 바라본다. 정 감독은 "올해 더 많은 경험을 쌓은 후 내년에는 유소년리그 청룡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게 목표다"고 다짐했다.
◆ 가장 중요한 것은 '기본기'
시흥시 유소년야구단 선수들은 자신감 있게 플레이를 펼친다. 선수들의 기량이 고르기 때문에 팀 전체 경기력 기복이 적다. 꾸준히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는 비결이다. 정 감독은 이런 강점에 대해 '기본기'의 중요성을 내세운다. 성장하는 아이들에게 기본기가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항상 강조하고 또 강조한다. 그는 "식상한 이야기일수는 있지만 야구에서 기본기를 뺀다는 건 '앙꼬 없는 찐빵'이라는 표현이 맞을 수 있다"며 "어린 아이들일수록 기본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 저희 구단도 항상 기본기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기본기가 잘 갖춰져야 다음단계로 나아갈수 있다"고 짚었다.
기본기를 잘 갈고닦으면서 긍정적인 마인드와 자신감을 주문한다고 보탰다. 정 감독은 "기본기는 하루 아침에 갖출 수 없다. 꾸준히 갈고닦으면 좋은 기량의 밑거름이 된다. 그 다음 중요한 부분이 마음가짐이다. 선수들에게 항상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라고 말한다"며 "좋은 생각을 가지고 자신 있는 플레이를 하면 결과도 잘 따라온다. 실수를 해도 좋으니 자신감을 잃지 말라고 주문한다"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현재 시흥시 유소년야구단은 총 30여 명으로 이뤄져 있다. 취미반 20명, 선수반 10명으로 구성된다. 여기에 취미반과 선수반 사이에 대회반이라는 클래스도 둔다. 정 감독은 "저희 구단이 수도권 다른 팀들보다 인원이 많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취미로 야구를 하면서도 선수반 친구들과 함께 경기를 뛸 수 있는 대회반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선수반만 대회에 나가는 다른 팀과 차별화를 둔다"고 구단 운영 방침을 설명했다.
◆ 항상 '긍정의 힘'을 믿는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희망을 품으면 안 되는 일이 없기 마련이다. 이런 부분을 잘 알고 실천하는 사람을 우리는 '긍정주의자'라고 부른다. 정 감독이 바로 '긍정주의자'다. 그는 "과거 딱딱하고 체계에 얽매인 시스템에서 선수 생활을 했던 게 생각난다. 지도자가 모든 부분을 결정하는 수직적인 구조가 선수들의 성장에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했다"며 "유소년야구단 감독이 된 후 자율적인 분위기를 계속 강조했다. 선수뿐만 아니라 학부모님들까지 의견을 적극적으로 제시하고 소통하면서 좋은 구단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지도자, 선수, 학부모 모두 건강한 신체와 긍정적인 마인드로 함께 전진(RUN)하는 시흥시 유소년야구단. 저는 지도자로서 '긍정의 힘'을 항상 믿는다"고 역설했다.
앞으로 목표에 대해 물었다. 정 감독은 구단명처럼 꾸준히 '롱 런'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시흥시 유소년야구단에서 성장한 선수들이 프로야구 무대에 드래프트 지명을 받는 걸 꿈꾼다. 모두가 야구를 즐기는 분위기를 계속 만들 것이고, 그 중 엘리트 선수들을 더 육성하는 것이 목표라면 목표다"며 "현재 저희 구단 출신으로서 가능성을 보이는 엘리트 선수들이 꽤 많다. 서울 자동차고 2학년 손태빈, 안산공고의 2024년 대통령배 우승 멤버 1학년 맹근환, 야탑고 1학년 황지후, 그리고 중학교 소속 다수 선수들이 있다. 이들처럼 야구로 꿈을 키우는 선수들이 더 많아지길 기대한다"고 힘줬다.
2019년 1월 창단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를 잘 헤쳐나와 어느덧 창단 5년을 맞이했다. 정 감독은 시흥시 유소년야구단이 신흥강호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된 건 많은 사람들이 힘을 합쳤기 때문이라고 진심으로 생각한다. "고마운 분들이 정말 많다. 야구장 사용에 있어서 큰 힘을 보태준 시흥시야구협회와 저희 야구단 단장님이시기도 한 성훈창 시흥시의회 부의장님께 감사드린다. 또한, 저희 선수들이 꿈의 무대를 누빌 수 있도록 계속 전국유소년야구대회를 개최해 주시는 이상근 대한유소년야구연맹 회장님 및 임직원들, 고교 시절 은사님이신 김대권 대한유소년야구연맹 전무이사님께도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 끝으로 항상 옆에서 구단을 응원해 주시고 지원을 아끼지 않으시는 학부모님들과 열심히 야구 열정을 불태우는 우리 시흥시 유소년야구단 선수들에게도 이 자리를 빌려 감사함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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