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조병규 당국 제재 사정권…거취 영향줄까
미공시·미보고, 고의성 여부에 중징계 가능성도
9월 승계절차 가동 조병규 행장 연임 불투명?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관련 부당대출 후폭풍에 현 경영진도 휩쓸릴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이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조병규 우리은행장 등 최고 경영진에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압박하고 있어서다.
특히 금감원은 임종룡 회장과 조병규 행장이 해당 사안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지만 감독당국에 보고하지 않는 등 은행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중징계를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금융업 특성 상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제재 등 책임이 확정되기 전까지 이사회가 거취를 두고 움직임을 가져가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다만 올 연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조병규 행장의 연임은 더욱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압박 강도 높이는 금감원
이복현 금감원장은 최근 우리금융 경영진을 향한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 20일 임원회의에선 "우리금융이 보이고 있는 행태는 더 이상 신뢰하기 힘든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5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서도 부당대출을 몰랐다는 것은 말이되지 않고 누군가 책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관련기사: 금감원 "알고도 보고 안해, 대응도 쉬쉬"…임종룡·조병규 책임론 '기름'(8월25일)
금감원이 문제 삼는 부분은 현 경영진이 관련 사안을 알고 있었음에도 감독당국에 보고하지 않고 있다가 뒤늦게 자신들의 행태를 정당화하고 있다는 부분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9~10월경 여신감리부서는 전 회장 친인척 대출 사실을 현 은행 경영진에 보고했다. 지주 경영진은 늦어도 올 3월경 감사결과가 반영된 인사협의회 부의 안건을 보고받는 과정에서 전직 회장 친인척 연루 사실을 인지한 것으로 파악된다.
금융당국은 지난해부터 반복되는 금융사고 반복을 위해 내부통제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책무구조도가 아직 본격 도입되기 전이지만 이전부터 임원진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는 등의 조치를 해왔다.
여기에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서도 이사회 권한을 강화하는 등 경영진 견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이는 이복현 금감원장이 취임 후 금융권을 향해 강조한 내용이기도 하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늑장 대응에다 은행법 위반 소지가 있음에도 이를 부인하고 해명하는 것으로 일관했다"며 "사안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당국에 보고나 공시하지 않는 등 고의성이 인정되면 문책경고 이상의 중징계도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조병규 행장, 더욱 멀어진 '연임'
금융권에서 이번 우리은행 금융사고를 주목하는 것은 전 회장과 관련됐다는 점 뿐 아니라 이로 인해 현 경영진의 거취도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임종룡 회장의 경우 작년 3월 3년 임기를 시작한 만큼 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는게 아니라면 당장 거취에 영향은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감독당국 안팎에서도 지주 회장에게 경영상 책임을 물을 순 있지만 은행에서 발생한 사안인 만큼 직접적인 제재 대상에 오를지는 두고봐야 한다는 시각이다.
현재로선 이사회가 움직일 상황도 아니라는 게 금융권 중론이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그 동안 금융지주 이사회가 현직 CEO 교체를 위해 직접 나선 적은 없었고 급격한 실적 악화 등의 사안도 아닌 것으로 본다"며 "금융당국 조사가 마무리되고 징계나 제재 등 결과가 나와야 이사회도 반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조병규 행장 연임은 더욱 불투명해졌다는 평가가 많다. 조병규 행장은 올 연말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다. 다른 행장들과 달리 온전한 2년 임기가 아니었고, 임종룡 회장 취임 후 첫 행장이라는 점에서 연임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다.
하지만 금융사고가 반복되면서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한 처지가 됐다. 금감원 내부에서도 조병규 행장은 은행법 위반 등으로 직접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조병규 행장이 '문책경고' 수준의 중징계를 받으면 연임은 불가능하다.
연임에 제한을 받는 수준의 징계가 아니어도 임원추천위원회가 조병규 행장에게 새로운 임기를 부여하는 것 자체도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또 다른 금융지주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지배구조 개선 등 CEO 선임 절차를 강조했고, 직접적인 책임 소재를 언급하는 등 주목받고 있는 상황이라 임추위는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행장 선임 과정에서 해당 리스크를 충분히 논의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노명현 (kidman04@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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