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열세 속 ‘낙태’ 말 바꾼 트럼프…보수도 뿔났다
표심 위해 입장 선회…보수 단체 “비겁하고 부도덕”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낙태를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으며 기존 입장을 뒤집었다. 지지율 열세에 몰린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말을 바꾼 것을 두고 진보 진영 뿐 아니라 보수 측에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며칠 동안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여성과 그들의 생식권을 위해 매우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한 피임약의 우편 배달을 금지하는 150년 된 법을 없애겠다고 약속했다.
그의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인 J. D. 밴스 상원의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연방 낙태금지법안이 의회에서 통과되더라도 틀림없이 서명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트럼프 전 대통령은 보수 우위의 연방 대법원이 2022년 6월 연방 차원의 낙태 권리를 인정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50년 만에 폐기한 데 대해 낙태 문제는 각 주가 결정해야 한다고 옹호하면서 자신이 재임 시절 보수 성향의 판사를 임명한 것을 ‘자랑스러운’ 성과로 내세웠다.
또한 임신 15주 이후 낙태 금지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혀 왔으며 이달 초만 해도 의학적 낙태에 사용되는 인공임신중절약 미페프리스톤에 대한 접근권을 제한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이제 낙태를 지지하는 그룹에서 주로 사용하는 ‘생식권’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태도를 바꾼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게 지지율이 밀리는 가운데 나와 표심을 잡기 위한 새로운 전략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선거 캠프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낙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주들의 권리를 오랫동안 일관되게 지지해 왔으며 백악관에 재입성하면 연방 낙태금지법안에 서명하지 않을 것임을 매우 분명히 해 왔다”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를 “트럼프 전 대통령의 피벗(선회)”이라고 평가하며 “우파(보수)와 좌파(진보) 모두의 분노를 사고 있다”고 전했다.
보수 진영에서는 트럼프가 자신들을 버렸다고 생각하는 지지자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낙태 반대 단체 ‘생명을 위한 학생들’의 크리스탄 호킨스 회장은 엑스(X·옛 트위터)에서 “그들은 대선에서 패배하는 방법에 대해 수업을 하는 것 같다”며 “비겁하고, 부도덕하고, 정치적으로 멍청하다”고 비판했다.
토니 퍼킨스 가족연구위원회 회장은 “만약 이것이 과거 생명권을 옹호했던 정당의 현재 입장이라면 신은 이 나라에 자비를 베풀어 주시길 바란다”고 엑스에 썼다.
진보 진영에서는 트럼프의 발언이 유권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가식적인 계책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의 선거 전략가 셀린다 레이크 레이크리서치파트너스 대표는 “2016년 선거 이후 많은 유권자들은 트럼프가 마음 속으로는 낙태를 반대하지 않지만 행동으로는 그런 척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당신(트럼프)은 당신이 원하는 모든 진술을 할 수 있지만 대법원이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었을 때 한 것을 극복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소속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미국 여성들은 멍청하지 않다”며 “우리는 미국 전역의 여성들의 낙태 접근권을 막았다고 공공연히 자랑해 온 두 남자에게 우리의 딸들과 손녀들의 미래를 맡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복음주의 기독교인들 앞에서는 보수 대법관 임명을 자랑하고, 전국 무대에서는 낙태 문제를 경시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그는 누구와 대화하느냐에 따라 낙태에 대한 입장이 바뀔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압박을 받을 때 이전 발언과 모순되는 답변을 하거나 낙태 주제를 회피해 왔지만 많은 진보 유권자들과 일부 중도층이 생식권 보호에 주목하고 있기 때문에 계속 피하기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경합주인 애리조나, 네바다를 포함해 10여 개 주가 대선 당일 낙태권에 관한 주민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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