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 돌린 헤즈볼라…이란은 '이스라엘 응징' 일단 저울질
(서울=연합뉴스) 김상훈 기자 =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는 지난 25일 이스라엘군 및 정보 시설을 겨냥해 320발의 로켓과 드론을 발진시켰다.
당시 공격으로 인한 이스라엘 측 피해가 거의 없었지만 헤즈볼라 최고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는 자신들의 공격이 계획대로 진행됐다면서, 레바논 주민들에게 "한숨을 돌리라"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이스라엘군의 수도 베이루트 공습으로 최고위급 지휘관인 푸아드 슈크르가 사망한 데 대한 1단계 보복이 일단락되었다는 뜻으로 보인다.
이스라엘군의 '예방적 선제 대응'으로 위력이 줄어들었지만, 헤즈볼라와 함께 이란의 지원을 받는 '저항의 축'에 속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이라크 무장세력 등은 축하 성명을 발표했고, 예멘 후티 반군은 환영 메시지와 함께 추가적인 보복을 예고했다.
하지만 지난달 31일 안방인 테헤란에서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된 귀빈인 이스마일 하니예 하마스 정치국장이 암살되는 상황을 지켜보는 수모를 겪은 뒤 '고통스러운 대응'을 예고했던 이란의 반응은 명확하지 않다.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는 헤즈볼라의 대이스라엘 보복 공격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전쟁에는 여러 형태가 있다. 항상 총을 쥐는 것만이 전쟁은 아니다. 정확하게 생각하거나 말하고 식별하며 정조준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란 강경파를 대변하는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마즐리스) 의장도 이스라엘이 지난 2006년 레바논 전쟁 때처럼 헤즈볼라에게 패배했다고 의미를 부여하면서 "이란 외무장관은 이스라엘에 대해 정확하고 계산된 대응을 예고했지만, 시온주의자(이스라엘) 정권과 달리 이란은 긴장을 고조시키려 하지 않고 긴장을 두려워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현지시간) 이란이 이스라엘의 추가적인 공격을 억제하고 역내 전면전 발발을 피하려 하는 만큼, 헤즈볼라의 보복과 성공 선언을 확전 회피용 은폐막으로 이용할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생겼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중동 전문가 사남 바킬은 "이란의 셈법은 항상 나머지 '저항의 축' 구성원들과 필수적으로 시너지 관계에 있지는 않다"며 "이란이 공격을 가하거나 다음에 일어날 일에 개입한다는 가정을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란이 헤즈볼라의 대이스라엘 보복 공격을 얼마만큼 자신들의 공격 계획과 동일시하느냐가 관건인데, 한 이스라엘 안보 관리는 "현재로선 이란이 이것(헤즈볼라의 보복)을 자신들의 보복으로 간주할지는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저항의 축' 구성원 가운데 일부는 더 강경한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예멘 후티 반군 측 국방부 장관인 모함마드 알-아티피는 "시온주의자 적의 범죄에 대한 지하드(성전) 및 저항의 축의 대응은 곧 실행될 것이며 필수적이라는 것을 모두에게 재확인하고자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가 거친 무력 충돌 후 긴장 완화에 무게를 둔 반응을 보였지만, 미 국방부 관리들도 이란의 대이스라엘 보복 예고가 청산되지 않은 채 존재한다고 믿고 있다.
미 국방부 대변인인 팻 라이더 소장은 "우리는 공격 위협이 있다고 계속 평가하고 있으며, 이스라엘의 방어를 지원하고 우리 군대가 공격받을 경우 보호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다른 미국 관리들도 이란의 보복 임박 징후가 나타난 뒤 취한 중동 내 전력 강화 조치를 현재로선 바꿀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 군 정보국 국장을 지낸 아모스 야들린은 이란이 직선거리로 1천600㎞나 떨어진 이스라엘을 타격하기 위해 직접 320여발의 로켓과 드론을 날렸던 지난 4월과는 다른 대응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그 이유는 4월에 비해 보복의 강도가 더 커질 것이라는 미국의 위협과 이스라엘의 약속, 그리고 이란의 경제와 서방과의 관계를 개선하기를 바라는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의 반대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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