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아이이노베이션, 면역항암제 韓美연합군 출범… “2026년까지 미 FDA 승인 신청 목표”
미 머크 면역항암제와 병용 임상시험
“단독요법 효과 뛰어나 해외서 주목”
기존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승인받은 면역항암제의 반응률이 약 10%입니다. GI-102는 단독요법 반응률이 43%로 나왔습니다. 세계적인 제약사와 석학들이 이 약물에 주목하는 이유입니다.
장명호 지아이이노베이션 최고전략책임자(CSO)
장명호 지아이이노베이션 최고전략책임자(CSO)가 지난 26일 서울 송파구 본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피부암의 일종인 흑색종과 함께 간암, 신장암까지 정복하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회사는 면역항암제 후보물질 ‘GI-102′와 미국 머크(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를 함께 투여하는 병용요법 임상시험을 시작했다.
지아이이노베이션과 머크는 흑색종과 간암, 신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2상 시험을 진행한다. 머크와 공동 임상시험에 나선 건 2020년 계약을 체결한 면역항암제 후보물질 GI-101 이후 두 번째다. 국내사가 글로벌 제약사와 면역항암제로 두 번이나 공동 임상을 진행하는 건 지아이이노베이션이 유일하다. 치료제 개발을 목표로 하는 3개 적응증은 머크와 지아이이노베이션이 여러 차례 논의를 거쳐 정했다. 특히 흑색종은 국내에서도 20년 새 환자가 7배나 늘어날 정도로 흔해지고 있어 머크가 주목하고 있다.
장 CSO는 “지아이이노베이션이 글로벌 제약사와 함께 공동 임상에 나선 건 단독요법 성과가 워낙 뛰어났기 때문”이라며 “표준치료에 모두 실패한 말기 흑색종 환자 7명 중 3명은 암세포가 줄어드는 부분 관해가 나타났고, 다른 3명은 종양이 더 커지지 않고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했다”고 말했다. 부분 관해는 종양 크기가 치료 전보다 30% 이하로 감소된 상태를 말한다.
GI-102는 면역세포가 충분하지 않은 암 환자에서 면역항암제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투여하는 또 다른 면역항암제다. GI-102는 면역신호물질인 인터루킨(IL)-2와 면역세포의 표면단백질인 CD80를 작동시켜 항암 면역세포의 암 공격력을 높인다. IL-2는 면역세포 증식과 활성화에 관여하고, CD80은 암세포를 공격하는 면역세포를 억제하는 단백질을 차단한다.
말하자면 암이라는 적군이 면역항암제라는 미사일에 어느 정도 방공망을 갖췄을 때 미사일 수를 늘리는 동시에 방공망을 무력화시키는 셈이다. GI-102는 주로 표준치료를 몇 차례 받아 면역항암제에 내성이 생겼거나, 아예 반응을 보이지 않은 환자에게 투여한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은 단독 임상시험에서 GI-102가 환자 7명에서 종양 크기가 줄거나 완전히 사라지는 비율인 객관적 반응률(ORR)은 43%, 질병을 늦추거나 더 이상 진행되지 않는 질병통제율(DCR)은 86%를 보였다고 밝혔다. 또 GI-102 단독요법으로 항암 치료를 다섯 차례 받은 전이성 난소암 환자에게서 암의 크기가 44.7% 줄어든 부분 관해가, 두 차례 치료를 받은 메르켈 세포암 환자에게서 암의 크기가 40.4% 감소한 부분 관해가 나타났다.
장 CSO는 “머크와 함께 한국과 미국에서 추가로 흑색종 환자 150명에게 GI-102와 키트루다 병용 임상시험을 진행해 2026년 3분기까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가속 승인을 신청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지난 6월 FDA에서 근골격계 암인 육종에 대한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받은 데 이어, 이번에 다시 3가지 암에 대해 머크와 병용요법 공동임상에 착수한 만큼 계획한 대로 순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 CSO는 다른 글로벌 제약사와의 논의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머크가 공동 임상을 진행하다 기술을 도입한 일본 에자이의 항암제 렌바티닙 사례처럼, 공동 임상시험에 이어 기술이전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머크는 2018년 에자이와 함께 렌바티닙, 키트루다 병용요법에 대한 임상시험을 진행하다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과 판매에 따른 기술료를 모두 합쳐 57억6000만 달러(약 7조6613억원)에 이르는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장 CSO는 “GI-102는 단독요법에서 이미 다른 항암제보다 좋은 효과를 보여 에자이 사례와 비슷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은 GI-102 임상을 성공적으로 끝내기 위해 과학자문단을 꾸렸다. 과학 자문단에는 방영주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 문한림 메디라마 대표, 조지나 롱(Georgina Long) 호주 시드니대 의대 교수, 마리오 슈늘(Mario Sznol) 미국 예일대 의대 교수, 이고르 푸자노브(Igor Puzanov) 미국 로스웰파크종합암센터 종양학과 교수가 참여했다. 흑색종 분야에서 괄목할만한 연구 성과를 내는 세계적인 석학들과 국내 최고 임상연구가 들로 구성됐다.
장 CSO는 “GI-102 단독요법의 약물 효과를 확인한 석학들이 기꺼이 자문단에 참여했다”며 “세계적인 석학들의 자문을 받아 GI-102 승인을 성공적으로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간암과 신장암 임상자문단도 꾸릴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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