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잘해 명문대 왔는데" 군복 입고 총부터 쏜다…사람 잡는 중국 '쥔신'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2024. 8. 27.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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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문사태 이후 강화된 대학·고교 군사훈련 쥔신 올해도 일제 실시…사망·구타사고, 명문대 세과시 등 무용론도
칭화대 쥔신 야간행군 홍보영상./사진=칭화대


매년 중국 명문대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실시되는 일종의 군사훈련 '쥔신'(軍訓)이 올해도 시작됐다. 훈련 강도가 높기로 유명한 일부 학교들은 사관생도들을 불러다 교관으로 임명하고 20km 심야행군을 진행하기도 했다. 결속력을 강화하고 체력을 단련한다는 취지지만 사고도 끊이지 않아 "저래서 내가 명문대를 안 간다"는 비아냥 섞인 무용론도 매년 제기된다.

27일 칭화대에 따르면 칭화대 신입생들은 지난 25일 새벽 0시부터 약 4시간에 걸쳐 야간 20km 행군을 진행했다. 칭화대 신입생 3500여명은 4개 대대 32개 중대로 구성된 '학생군사훈련여단'을 구성해 지난 19일부터 내달 6일까지 학교 내에서 군사훈련을 받고 있다. 한국 군대의 신병교육대 훈련처럼 야간 20km 행군은 칭화대 쥔신 프로그램의 하이라이트다.

칭화대는 20km 행군의 이모저모를 홍보영상으로 만들어 온라인에 게시했다. 훈련을 준비하는 신입생들의 모습과 이를 통제하는 교관들, 후배들을 응원하기 위해 출동한 학교 밴드와 응원단 등의 모습이 모두 담겼다. 앳된 학생들이지만 훈련에 임하는 모습은 나름 결기가 있다.

중국은 1984년 병역법을 개정, 대학교와 고등학교 신입생의 쥔쉰을 의무화했다. 학생들 대상 군사훈련이다보니 실상은 유명무실했다. 그러나 이 제도는 1989년 톈안먼(천안문)에서 발생한 민주화시위 '천안문사태'를 계기로 본격 장려된다. 천안문사태 이후 사상교육과 집체화 강화 필요성을 느낀 중국 정부가 쥔신을 강조하기 시작했고 명문대를 중심으로 앞다퉈 쥔신에 무게를 싣기 시작했다.

칭화대뿐 아니라 베이징대(북경대)와 상하이교통대의 쥔신 프로그램은 훈련 강도가 높기로 유명하다. 명문 반열에 오르기를 꿈꾸는 중국의 대학교들도 쥔신에 열성을 다한다. 코로나19 확산 당시 오프라인 수업을 하지 못하자 일부 대학은 급기야 온라인으로 쥔신을 진행하기도 했는데, 당시 중국에선 "전쟁도 온라인으로 하라"는 비난여론이 일기도 했다.

쥔신 프로그램은 학교별로 다소 다르지만 대부분 실제 군사훈련을 방불케한다. 한국의 민방위교육과 비슷한 전시체계 교육이나 방역, 구급법 등이 기본이지만 실탄사격은 물론 개인전술 훈련도 포함한다. 중국 정부가 규정한 쥔신의 목적 역시 애국사상과 국방개념, 조직성과 규율성 강화다. 신입생들의 체력과 극기가 향상되고 친구들 간 유대감이 강화된다는 평가도 있다.

상하이교통대 륀신 훈련 홍보영상./사진=상하이교통


특히 칭화대 쥔신은 훈련강도가 강해 '사관학교, 경찰대, 그리고 칭화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상하이교통대도 쥔신을 위해 예비역 학생들을 소집하고 사관생도들을 별도로 초빙해 교관단을 꾸린다. 베이징대 쥔신에선 훈련 휴식 간 모두 스마트폰을 보는 학생들의 사진이 유출되자 청년층의 스마트폰 중독 우려 여론이 확산되기도 했다.

중국 정부는 쥔신을 흐뭇하게 바라보지만 중국 현지서는 무용론이 상당하다. 자유롭게 연구하고 사고해야 할 학교에서 군사훈련을 진행하는 게 구시대적이라는 지적과 함께 구타와 사망사고도 적잖이 보고되기 때문이다. 중국 명문대들의 과도한 세 과시라는 지적도 있다. 칭화대 야간행군 소식에 대해서도 중국 현지 온라인포털 바이두에는 "대학에서 과연 저런 훈련이 필요하냐"는 자조 섞인 지적이 나온다.

사망사고 역시 올해도 보고됐다. 산둥성 허쩌(하택)시 한 직업기술고에서 군사훈련 중 여학생 1명이 열사병으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25일 숨졌다. 앞서 2020년엔 장쑤성 쉬저우의대 신입남학생이 아침 훈련 준비 중 돌연사했다. 2016년엔 운남공과대 신입 남학생이 역시 쥔신 훈련 기절했고 심폐소생술 중 숨졌다.

사망사고는 아니지만 폭력사건과 과도한 체벌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2022년엔 후난대 쥔신 중 교관이 쪼그려 앉은 학생을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차 논란이 일었고, 2014년엔 후난성 룽산현 한 고교에서 신입생 40명과 교관이 난투를 벌이기도 했다.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cheer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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