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최고가 기록 세운 베이브 루스 ‘예고 홈런’ 유니폼, 그런데 정말일까? 논란은 지금도 분분

심진용 기자 2024. 8. 27.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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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브 루스. AP연합뉴스



1932년 월드시리즈 ‘예고 홈런’ 당시 베이브 루스가 입었던 뉴욕 양키스 유니폼. AP연합뉴스



세상을 떠난 지 80년이 다 되어 가지만 베이브 루스는 베이브 루스다.

미국 메이저리그(MLB) 전설적인 홈런왕 베이브 루스가 월드시리즈 ‘예고 홈런’ 당시 입었던 유니폼이 최근 경매에서 역대 최고액 신기록을 세웠다. ESPN 등은 1932년 월드시리즈 3차전 당시 루스가 시카고 컵스 투수 찰리 루트를 상대로 홈런을 때릴 당시 입었던 뉴욕 양키스 유니폼이 24일 헤리티지 경매에서 사상 최고가인 2412만 달러(약 320억원)에 낙찰됐다고 전했다.

스포츠 관련 경매 종전 최고가는 양키스의 또 다른 홈런왕 미키 맨틀의 희귀 신인 카드로 2022년 1260만 달러에 팔렸다. 종목 불문 유니폼 경매 최고가는 1998년 NBA 결승 1차전 당시 마이클 조던이 입었던 시카고 불스 유니폼으로 역시 2022년에 1010만 달러에 팔렸다.

루스가 입었던 유니폼은 이번 경매 전까지 2005년 94만 달러에 낙찰받은 게 마지막이다. 최근 사진 매칭 기술이 발전하면서 루스의 ‘예고 홈런’ 유니폼이 진품이라는 게 인증을 받으면서 경매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1932년 10월 1일 월드시리즈 3차전, 시카고 홈 리글리필드에서 열린 이 날 경기에서 루스는 5회초 담장 가운데 가장 깊숙한 곳을 넘기는 대형 홈런을 때렸다. 4-4 동점이던 5회 당시 컵스 투수 루트는 루스에게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았다. 기세가 오른 컵스 팬들의 함성이 커졌다. 이런저런 이유로 당시 컵스와 양키스는 리그에서 손꼽히는 앙숙 관계였다.

팬들의 야유에 루스는 조용히 오른손을 들어 투수 쪽을 가리켰다. 루트의 2구째, 다시 스트라이크가 들어왔다. 컵스 팬들은 다시 소리를 높였고, 루스는 다시 오른손을 들었다. 그리고 3구째, 루스는 투수의 커브를 받아쳐 그대로 가운데 담장을 넘겼다. 비거리 최소 135m 이상으로 추정되는 대형 홈런이었다. 양키스는 이날 7-5로 이겼고, 이튿날 4차전까지 13-6으로 승리하며 4연승으로 월드시리즈를 제패했다. 루스 통산 마지막 월드시리즈 우승이었고, 3차전 예고 홈런은 그의 월드시리즈 마지막 홈런이기도 했다.

1932년 월드시리즈 3차전 5회초 홈런을 때리기 직전의 베이브 루스. 투수 쪽을 향해 오른손을 들고 있다. 위키피디아



루스가 정말 홈런을 예고한 것인지는 여전히 논란이 분분하다. 당시 현장의 유명 신문 기자가 ‘홈런을 예고했고, 정말로 홈런을 때렸다’는 식으로 기사를 쓰면서 사실로 받아들여졌다.

루스는 이미 일전에도 ‘예고 홈런’ 에피소드가 있었다. 1926년 월드시리즈 4차전을 앞두고, 루스는 말에서 떨어져 크게 다친 11세 양키스 팬 조니 실베스터에게 사인볼을 우편으로 보내며 ‘너를 위해 홈런을 치겠다’고 약속했다. 실제로 루스는 그해 월드시리즈 4차전에서 홈런을 3개나 때렸다.

루스가 1932년 월드시리즈에서 투수 쪽을 향해 손가락질하는 장면은 영상으로 남아있다. 1926년 월드시리즈 당시 실베스터에게 선물한 사인볼도 남아있다. 2014년 경매에 나와 25만 달러에 팔렸다. 그럼에도 두 차례 모두 정말 ‘예고 홈런’이었는지 장담할 수는 없다. 실베스터와 사연에는 어느 정도 과장이 섞였다는 말들이 많고, 1932년 사건 역시 루스가 정말 홈런을 예고한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가 많다. 당장 루스 본인도 그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루스는 자신을 둘러싼 대중의 논란을 즐길 줄 아는 선수였다. 그만큼 스타성이 탁월한 선수였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루스는 1935년 6월 2일 40세 나이로 공식 은퇴했다. MLB 22시즌 동안 통산 714홈런의 찬란한 기록과 숱한 논쟁과 논란은 지금도 여전히 남아있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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