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분양 이점은 아파트값 상승"… 후분양 논란 재점화

이화랑 기자 2024. 8. 27.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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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공사, 주택건설 품질향상을 위한 분양제도 정책 토론회 개최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26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주택건설 품질향상을 위한 분양제도 정책 토론회'에서 후분양제 정착 미비 원인과 개선방안에 대한 논의가 오갔다. 사진은 이날 토론회 모습. /사진=이화랑 기자
공동주택(아파트) 후분양제를 의무화하려면 정부와 국회가 건설업체의 이익 보호를 위한 제도 마련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선분양제 하에서 미분양 리스크와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 문제 등이 드러나며 후분양제의 필요성이 더욱 대두되고 있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안철수(국민의힘·경기 성남분당갑) 의원,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복기왕(더불어민주당·충남아산갑) 의원과 지난 2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주택건설 품질향상을 위한 분양제도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주택 품질 제고를 위한 분양제도 개선방향 모색 차원에서 마련됐다. SH공사는 건설현장의 각종 안전사고와 준공 지연 원인이 후분양 부족에서 기인한다고 지적했다.

후분양은 통상 착공 후 공정률 60% 이후에 입주자를 모집하는 제도다. SH공사는 2021년 오세훈 서울시장이 '후분양제 강화' 계획을 발표한 이후 공정률 90% 시점에 입주자를 모집하는 후분양제를 시행했다. 선분양제는 조감도만 확인하고 2~3년 후 완공되는 주택을 분양받아야 하다 보니 시공 하자와 안전관리 문제가 반복돼 왔다.

토론회에 참석한 안 의원은 환영사를 통해 "국토교통부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하자 분쟁 건수는 4300건으로 10년 전 대비 2배 이상 급증했다"며 "부동산 구조 문제부터 건설 품질과 규제·감독 시스템을 종합해서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복 의원도 개회사에서 "2021년 광주광역시 화정아파트 붕괴와 지난해 인천 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등 부실시공 사례가 잇따라 발생해 보금자리 안전에 대한 국민 불신이 커졌다"며 "공동주택 품질 향상을 위해 단호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헌동 SH공사 사장은 "선분양은 빠듯한 입주 일정으로 부실공사 발생 가능성이 크다"면서 "후분양은 골조공사가 일부 완료된 시점에 입주자를 모집해 공기를 확보할 수 있어 공공만큼은 후분양제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론에 앞서 '공공주택 혁신 위한 주택 분양제도 비교 연구'와 '주택 품질 제고를 위한 주택 분양 제도 개선 연구' 주제로 발표가 진행됐다.

발제자로 나선 오정석 SH 수석연구원은 "주택 공급은 후분양이 원칙이나 사실상 선분양제도로 운영되고 있다"며 "가장 큰 문제는 분양계약자에게 사업 위험성을 전가한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후분양제 활성화를 위한 방안으로 "건설자금 조달을 위해 정부가 다양한 방법을 내놔야 한다"며 "주택품질보증제도 등 추가 보완과 건설사업의 불법 하도급 구조 개선도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26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주택건설 품질향상을 위한 분양제도 정책 토론회'에서 후분양제 정착 미비 원인과 개선방안에 대한 논의가 오갔다. 사진은 김헌동 SH공사 사장이 인사말을 하는 모습. /사진=이화랑 기자


무리한 공사 일정과 이익 보호 위해 부실시공 팽배


김선주 경기대 교수는 "선분양제의 무리한 공기와 원자잿값 상승에 따라 이윤을 보존하려는 문제로 부실시공이 많이 일어났다"며 "대형 건설업체 하자소송이 급증하고 상위 10개 업체의 부실시공 벌점도 늘었다"고 말했다. 이어 "완제품을 파는 건 책임감이 다르다. 문제를 즉시 수정 가능하고 건설 과정에서 투명성이 강화된다"고 후분양제의 장점을 설명했다.

다만 "후분양제는 금융비용 리스크를 소비자에게 전가해 분양가가 상승하고 대형 건설업체 위주로 사업이 진행될 수밖에 없어 중소 건설업체의 참여가 어렵다"는 단점도 짚었다.

이후 권일 한국교통대 교수가 좌장을 맡아 진행한 토론에는 ▲손오성 SH도시연구원 원장 ▲송두한 GH도시주택연구소 소장 ▲고현일 IH공사 건축사업처 팀장 ▲김종엽 LHRI토지주택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허지행 HUG주택도시금융원 원장 ▲조정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위원장 ▲송현수 국토부 사무관이 참석했다.

토론에서 후분양제의 확산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이뤄졌지만 안정적인 금융조달 방안도 뒷받침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허 원장은 "선·후분양의 장·단점이 다르므로 주택 공급자와 수요자가 상황에 따라 선택할 사안"이라며 "후분양제는 소비자에게 선택의 기회를 제공하지만 금융조달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택품질 향상이 분양제도의 문제인지 관리·감독의 문제인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부실시공은 건설현장 시스템 문제에서 발생하므로 시공에 대한 관리로 풀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김 실장은 "후분양제로의 전환이 건설업체 이권을 건드리기에 정부와 지자체가 눈감아주는 것 아니냐"며 "주택사업자에 편향된 제도나 소비자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는 제도를 고쳐야 하는 건 당연한데 건설업체 후생을 위하는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와 건설업체가 짬짜미한다는 의혹이 나올 만한 대목"이라고 비판했다.

송현수 국토부 사무관은 "지가 상승의 기대로 순수한 내 집 마련 투자가 아니라 투기가 대다수인 상황에서 이상적인 제도가 있어도 발현되기 어렵다"며 "대출 확대 등 후분양제 활성화를 위한 제도를 보유했지만 공급 불안 상황과 맞물려 부침이 있었다. 후분양제의 장점에 대해선 추진 의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후분양제의 효용성에 동의함에도 주택품질과 분양제도 개선 사이의 관계성에는 의구심이 든다"며 "선·후분양의 주택 품질 차이가 유의미하게 증명되지 않은 상황이라 증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화랑 기자 hrl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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