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뜯어보기] 작년 매출액 76억원 이 회사, 피어그룹에 시총 160조 日 대기업

김종용 기자 2024. 8. 2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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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메스의 로봇 솔루션 '랜덤 디팔레타이징' 로봇이 다양한 규격의 상자를 옮기고 있다. /씨메스 제공

이 기사는 2024년 8월 26일 17시 10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인공지능(AI) 로봇 솔루션 기업 씨메스가 코스닥 시장 기업공개(IPO)를 본격화했다. 2022년부터 지속적으로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상황이지만, 미래 성장성 등을 무기로 기술특례 상장에 도전한다. 다만 피어그룹에 재무 구조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글로벌 기업이 포함되면서 고평가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26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씨메스는 지난 23일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희망 공모가 범위(밴드)를 2만~2만4000원으로 제시했다. 밴드 상단 기준 시가총액은 2749억원이다. 공모 물량은 총 260만주, 공모 예정 금액은 520억~624억원이다.

씨메스는 3차원 로봇비전 솔루션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지닌 기업이다. 3차비전 솔루션은 쉽게 말하면 로봇의 눈과 뇌 역할을 대신하는 시스템이다. 3D 기술을 탑재한 로봇이 자체적으로 물체를 스캐닝하고 효율적인 동선으로 다가가서, AI 기술을 통해 공간을 인지한 뒤 최적의 작업을 수행한다. 앞서 상장한 두산로보틱스, 레인보우로보틱스 등 기업들이 하드웨어를 만든다면, 씨메스는 로봇의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설계하는 기업이라고 볼 수 있다.

국내에선 유일한 기술을 보유한 만큼 사업의 유사성 측면에서 비교 대상을 찾기 어렵다. 회사 측이 제출한 증권신고서에도 피어그룹을 선정하는 데 고심한 흔적이 느껴진다. 회사 측은 “씨메스가 개발한 기술은 모두 양산 현장에 최초로 도입된 솔루션으로 글로벌 관점에서 유사한 규모이며 동시에 동일한 사업을 영위하는 상장사는 없다”며 “차선책으로 목표 시장이 유사하고, 비슷한 기술을 기반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회사를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코스닥 상장사 라온테크, 일본의 키엔스(Keyence)와 화낙(Fanuc), 미국의 코그넥스(Cognex) 등 4개 기업 피어그룹으로 선정했다. 씨메스는 이들 기업의 올해 반기 기준 직전 12개월 당기순이익 수치를 비교해 주가수익비율(PER) 평균인 45.12배를 도출했다. 이후 씨메스의 2026년 추정 순이익을 현재 가치로 환산한 후 PER 45.12배를 적용해 주당 평가가액을 2만8472원으로 책정했다. 여기에 할인율 29.76%~15.71%를 적용해 현재의 공모가 밴드가 나오게 됐다.

다만 업계에서는 씨메스가 선정한 피어그룹이 조단위의 거대 기업으로 고평가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씨메스는 지난해 매출액 76억3900만원, 영업손실 99억8800만원을 기록한 반면 키엔스는 같은 기간 매출액 8조8370억원, 영업이익 4조5572억원을 달성했다. 키엔스의 시가총액은 25일 기준 17조245억엔(한화 약 157조224억원) 수준이다. 올해 반기 기준으로 매출액 규모는 2373배, 자산 총액은 1420배 차이가 난다.

화낙도 지난해 매출액 7조5647억원, 영업이익 1조4119억원을 기록한 회사다. 화낙의 시가총액은 4조2076억엔(한화 약 38조8028억원)이다. 씨메스는 화낙과도 올해 반기 기준 매출액 1842배, 자산 총액 기준 923배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유일한 국내기업인 라온테크의 PER은 25.76배로 평이한 수준이지만, 코그넥스의 PER은 84.26배로 전체 평균을 끌어올렸다.

이와 관련해 회사 측은 “비교기업의 매출액과 자산 총계 등은 당사의 재무 규모와 비교할 때 다소 차이가 존재한다”며 “선정 기준의 임의성 및 증권 가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의 차이점으로 인해 유사기업 선정의 부적합성이 존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씨메스의 디랙킹 솔루션. /씨메스 제공

씨메스가 제시한 미래 추정 실적에도 물음표가 붙고 있다. 씨메스는 지난해 매출액 76억원, 당기순손실 145억1216만원을, 올해 반기까지는 매출액 18억원, 당기순손실 62억원을 기록했다. 이후 상장 주관사가 중립적 매출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추정한 손익계산서에 따르면 올해 당기순손실 71억원, 내년 30억원으로 적자를 지속하다가 2026년 당기순이익이 107억원으로 크게 늘어난다.

2026년 추정 당기순이익은 공모가 밴드를 산정하기 위해 쓰인 수치다. 당기순이익률이 올해 반기 기준(-) 344.58%에서 2026년 플러스(+) 25.24%까지 급등한 데는 공모가 밴드를 높이기 위해 장밋빛 미래를 내놓은 것 아니냐고 볼 수도 있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향후 전방시장의 성장과 영업전략 등에 힘입어 매출액 증가와 이에 따른 원가율 개선을 예상하고 있다”며 “올해 매출로 인식 가능한 수주 잔고는 7월 말 기준 약 67억원이 확보된 상태”라고 강조했다.

향후 대규모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 우려도 제기된다. 재무적 투자자(FI)들이 보유한 물량이 1개월 뒤 한꺼번에 시장에 풀릴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씨메스는 국내 벤처캐피털(VC)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 물론 K2인베스트먼트, 코오롱인베스트먼트, SBI인베스트먼트 등을 비롯해 전략적 투자자(SI)인 GS리테일, SK텔레콤, 쿠팡 등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이 가운데 쿠팡과 SK텔레콤으로부터 구주 일부를 사들인 데일리파트너스 2호 펀드 물량 0.43%, GS리테일 보유 지분 1.7%는 1년의 보호예수가 설정된 상황이다. 이 외에는 대부분 상장 후 한 달 뒤면 락업이 풀린다. 공모 직후 유통 물량은 3902만142주(34.07%)지만, 1개월 뒤에는 569만3645주(49.71%)가 시장에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일반 투자자가 공모 가격의 90% 이상에 인수 회사에 주식을 매도할 수 있는 환매청구권(풋백옵션)은 부여하지 않았다.

한편 씨메스는 다음 달 19~25일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해 공모가를 확정할 계획이다. 이후 같은 달 30일부터 10월 1일까지 일반 청약을 거쳐 10월 중 코스닥 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상장 주관사는 삼성증권과 유진투자증권이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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