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이 더 위험해? 낭설에 감춰진 전기차의 '진짜 위험'

김필수 교수, 김정덕 기자 2024. 8. 27.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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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화재로 공포의 대상 된 전기차
예방과 무관한 물어뜯기 횡행
제조사 공개로도 화재 못 막아
정확한 원인 밝혀 대책 내놔야

# 정부가 전기차 화재사고를 막겠다면서 스프링클러 확충, 질식소화포 비치 등 다양한 방안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그 방안들로 전기차 포비아를 완전히 해소하는 덴 한계가 있다. 더군다나 지금은 중국산 배터리를 둘러싼 낭설들이 '전기차 포비아'를 확산하고 있다.

#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은 전기차 화재사고의 원인을 명확하게 짚고, 그 원인을 풀어낼 족집게 해결책을 내놔야 할 때다. 낭설부터 잡아야 본질이 보인다는 거다.

전기차 화재사고를 예방할 장치가 필요하다.[사진=뉴시스]

인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일어난 전기차 화재사고 이후, '전기차 포비아(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아파트 단지는 물론 공공기관에서조차 전기차의 지하주차장 출입을 제한하거나 충전기 전원공급을 막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지하주차장에서의 전기차 화재는 대응과 진화가 어려우니 사고 가능성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이게 합당한 해결책인지는 의문이다. 우선 우리나라 아파트 주거비율은 51.9% (2022년 기준)로 상당수 국민이 아파트에 산다. 이런 아파트들 가운데 지상주차장만 있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최근에 지은 아파트 중엔 지상주차장 자체가 없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무작정 전기차의 지하주차장 충전과 주차를 막거나 출입을 제한하는 건 곤란하다. 전기차 포비아로 인한 전기차 배제와 외면은 전기차 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가능성마저 있다.

일부에선 한국산 전기차 배터리가 중국산보다 우수하다는 주장과 함께 중국산 배터리를 비난하는데, 이 역시 바람직한 행태는 아니다. 객관적 증거도 없는 데다, 서로의 장단점이 분명해서다.

오히려 전문가들은 중국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한국산 삼원계(NCM)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화학적 특성이 더 안정적인 것으로 평가한다. LFP 배터리는 화재 이슈도 적고, 화재가 발생했을 때 확산하는 속도도 훨씬 느리다. 에너지가 집중되는 니켈과 코발트가 들어가지 않아 내화성이 높아서다.

더구나 이번에 전기차 화재를 일으킨 배터리는 LFP 배터리가 아닌 중국산 리튬이온 배터리다. '중국산은 위험하다'고 결론 짓는 건 확증편향적이다. 국산 배터리를 탑재했다고 해서 화재가 발생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이럴 때 중요한 게 정부의 역할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례에서 그렇듯 정부는 이번에도 엉뚱한 곳에 힘을 쏟고 있는 듯하다. 최근 정부가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의 제조사를 공개하라고 전기차 제조사에 권고한 게 대표적이다.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하는 건 그렇지 않은 것보단 나은 측면이 있다. 하지만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하는 게 전기차 포비아를 근본적으로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진 않는다. 자칫하면 중국과의 통상 문제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중국은 각종 원자재 공급처다. 특정 국가의 배터리를 근거 없이 배척하는 일은 경계해야 할 일이다.

화재사고 원인을 밝혀내지 못하면 전기차 공포도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사진=뉴시스]

더구나 내연기관차의 엔진과 변속기를 어디서 제작했는지 따져가면서 자동차를 구입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자동차 브랜드를 믿고 구입하기 때문이다. 문제가 발생하면 자동차 제조사가 책임진 후 추후 엔진이나 변속기를 만든 기업에 구상권을 청구하면 그만이다.

리콜 이슈도 제조기업엔 흔히 있는 일이다. 이렇게 볼 때 특정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를 단순히 중국회사라는 이유로, 혹은 리콜 이슈가 있었다는 이유로 비난하는 건 옳은 방향이 아니다.

물론 정부가 배터리 제조사 공개 권고만을 유일한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건 아니다. 정부는 스프링클러 확충, 차단벽 설치, 질식소화포 비치, 공간 확충을 통한 이동용 수조 설치, 배터리 이력제 도입, 배터리관리시스템(BMS) 인증제 도입, 배터리 이상 시 알림 시스템 구축, 과충전 예방 기능을 갖춘 충전기 보급, 충전기 지상 유도, 경소형 소방차 도입, 지하공간 CCTV 설치 등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열폭주가 없는 배터리 개발 등 다양한 방안을 내놓고 있다. 이런 것들을 모두 갖추고 있다면 좀 더 안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 또한 전기차 포비아를 직접적으로 해소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아무래도 가장 중요한 건 지하공간에서의 전기차 화재 발생 가능성을 근본적으로 줄이는 거다. 다시 말해 피부에 와닿는 예방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러기 위해선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원인부터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갑론을박이 있지만, 주요 원인은 과충ㆍ방전과 배터리셀 불량으로 압축된다.

물론 배터리셀 불량의 원인은 여러 가지다. 배터리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량도 있겠지만 과도한 전기차 운행으로 인한 충격 누적, 관리 소홀로 인한 누수, BMS의 잘못된 운영 등이 원인일 수도 있다. 이런 원인들을 토대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전기차의 과도한 운행으로 인해 과속 방지턱에 전기차 바닥을 자주 친다든지, 침수도로 통행으로 인해 배터리셀 불량이 발생한다면 운전자에게 전기차 운행방법을 새롭게 교육할 필요도 있다. BMS의 문제라면 배터리 제조사와 전기차 제조사가 함께 방안을 찾아야 한다.

과충ㆍ방전 문제는 어떨까. 전기차 제조사 측에선 전기차 화재와 과충ㆍ방전은 상관관계가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충전율을 낮추면 화재사고 예방에 도움이 되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충전율을 낮추면 에너지양이 줄어 화재 발생 빈도가 줄고, 화재의 확산도 늦출 수 있어서다. 국제 해상물류업계가 전기차를 운송할 때 전기차 충전율을 30% 미만으로 권장하는 것도 그래서다.

이런 점에서 환경부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완속충전기 과충전 예방장치 탑재 지원사업'은 의미가 있다. 더구나 25만기에 달하는 전국 아파트 지하주차장 완속충전기에는 과충전 예방 기능이 없는 만큼 보완할 점이 적지 않다.

남는 건 배터리 제조사의 배터리셀 불량 문제다. 이 문제는 입증이 쉽지 않다. 전기차 화재가 발생하면 높은 온도에 배터리가 다 녹아버려 책임 소재를 가려내기가 어려워서다.

그렇다면 국내 시장에 출시되는 전기차에 들어간 배터리셀을 전수검사하는 것도 방법이다. 전기차 제조사가 직접 배터리셀 전수검사를 하고, 인증서를 제출하는 거다. 이 과정에서 제조 불량이나 이물질 포함 여부도 걸러낼 수 있을 것이다.

우려스러운 건 이번 전기차 화재사고의 원인이 증거 불충분으로 인해 제대로 밝혀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렇게 된다면 전기차 포비아는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게 분명하다. 정부가 원인 규명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이유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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