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보다 확전이 더 이득…중동전쟁 불길 부채질하는 네타냐후
정의길의 글로벌 파파고는?
파파고는 국제공용어 에스페란토어로 앵무새라는 뜻입니다. 예리한 통찰과 풍부한 역사적 사례로 무장한 정의길 선임기자가 에스페란토어로 지저귀는 여러분의 앵무새가 되어 국제뉴스의 행간을 알기 쉽게 풀어드립니다.
☞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지?
이스라엘이 레바논의 헤즈볼라에 대한 선제공격을 하고, 헤즈볼라도 로켓 320발 이상을 발사하며 맞섰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방위군(IDF) 대변인은 25일(현지시각) 아침 “조금 전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영토를 향해 로켓 발사를 준비 중이라는 점을 확인했다”며 “위협을 제거하는 자위적 조처로 이스라엘 민간인들을 향한 공격을 계획하고 있는 레바논 내 헤즈볼라 표적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 이스라엘은 이날 새벽 전투기 100여대를 동원해 레바논 남부의 헤즈볼라 로켓 발사대 수천 곳을 폭격했으며 레바논 내 40곳 이상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 이스라엘군의 선제공격 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북부로 로켓 320발 이상을 발사하고 드론을 날려 보내 군사기지 11곳을 타격했다고 주장했다. 헤즈볼라는 보복 공격의 “첫 국면은 완전한 성공으로 끝났다”고 주장했다. (…) 이번 충돌은 이스라엘이 가자에서 군 주둔을 고집하면서 가자 전쟁 휴전 협상이 결렬된 가운데 일어났다. 이란은 최근 가자 전쟁 휴전이 성립되면 보복 공격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쳐 왔다. 이스라엘 외교부는 이날 전면전을 추구하지 않는다면서도, 현장의 상황 전개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겨레 8월26일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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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어휴, 이번에는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가 한판 붙는 거야? 또 왜 이러는 거야?
A. 지난 7월30일에 이스라엘이 레바논 베이루트를 공습해 헤즈볼라 고위 지휘관 푸아드 슈크르를 제거한 데 이어 31일에도 이란 테헤란에서 하마스 최고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를 암살한 것이 이번 충돌의 직접적 배경이야. 이란과 헤즈볼라는 보복을 다짐해 왔는데, 최근 들어서는 가자전쟁 휴전이 되면 보복을 고려할 수 있다고 내비쳤어. 하지만 가자전쟁 휴전 협상이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주둔 주장으로 다시 결렬되자, 이번 충돌이 일어났지.
이란과 헤즈볼라는 자신들의 보복 공격을 미룬 명분인 가자전쟁 휴전 협상이 이스라엘의 비토로 결렬되는 상황에서 보복 공격을 계속 유보할 수 없게 된 거지. 하지만 헤즈볼라나 이란은 확전을 피해야 하는 딜레마가 있어.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극우 정부가 이란 등의 보복공격에 대응해 확전으로 나가면, 가자전쟁 휴전에 대한 국제적 압박을 피하면서 미국 등 서방도 이스라엘을 지원할 수밖에 없게 되기 때문이야. 이 때문에 헤즈볼라는 25일 “보복 공격의 첫 단계가 성공적으로 끝났다”고 발표하며 확전을 피한 거지.
Q. 그럼, 이스라엘에 대한 헤즈볼라의 보복 공격은 이걸로 끝나는 거야?
A. 이번 충돌은 지난 4월13일 미사일과 드론을 동원한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을 상기시키네.
앞서, 이스라엘이 4월1일 시리아 다마스쿠스 이란 영사관을 폭격해,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고위 사령관 중 한명인 모하마드 레자 자헤디 준장을 암살했지. 이란은 보복을 벼르다가 300여대 이상의 미사일과 드론을 동원해 사상 최초로 이스라엘 본토를 공격했지.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은 이스라엘로 향하던 도중에 미국 등 서방과 요르단 등 인근 국가들이 나서서 대부분 방공망에 격추됐어. 사실, 이란이 공격에 앞서 인근 국가들에 비공식적으로 통보해줬기 때문이야. 미국이나 튀르키예 등이 나서 이란에 확전을 피하라는 압력과 회유를 했지. 일종의 약속대련이라 할 수 있지.
이번에도 전날인 24일 사전 경고가 있었어. 미국은 찰스 브라운 합참의장을 중동에 급파해 요르단을 시작으로 이스라엘 및 이집트군 수뇌들과 회동했어. 이날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최근 독일, 프랑스, 영국 지도자들과 통화에서 이스라엘의 하니야 암살에 대해 논의했다”며 “보복은 적절한 시기와 방법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지. 이번에 이스라엘이 헤즈볼라 로켓 공격 징후를 사전에 파악해 15분 전에 선제공격으로 원점을 타격했다고 밝힌 것도 그런 차원에서 가능했던 거지. 일종의 약속대련 성격이 엿보이네. 이스라엘은 사전에 파악하고 선제공격해 헤즈볼라의 보복을 막았다고, 헤즈볼라는 보복 공격을 완수했다고 서로 자위하는 거지.
이번 충돌은 서로 체면을 살리면서도, 압박하는 것도 있지. 헤즈볼라의 “보복 공격의 1단계가 끝났다”는 말은 추가 공격의 여지를 남겨둔 것이야. 또, 이란의 보복 공격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지. 이는 서방으로 하여금 이스라엘에 대한 가자전쟁 휴전 압박을 재촉하는 효과를 주면서도, 이스라엘이 원하는 확전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거지. 네타냐후도 이란 및 헤즈볼라와의 충돌과 긴장을 확전 위협으로 이용해, 휴전 압박을 피하면서 정권 유지를 하는 거지.
Q. 이스라엘은 지금 가자전쟁을 하고 있잖아. 이란이나 헤즈볼라까지 건드려 확전되면, 여러 세력과 여러 전선에서 전쟁을 해야하는데, 왜 그러는 거야?
A. 네타냐후 정권은 가자전쟁을 촉발한 하마스의 지난해 10월7일 이스라엘 기습 공격을 못 막은 책임을 져야 해. 가자전쟁 이후 네타냐후 정권의 지지율은 20∼30%에 머무는데, 휴전이 되면 정권을 내놓아야지.
네타냐후 정권은 이미 가자전쟁 수행의 명분이 증발하던 지난해 말부터 시리아나 레바논을 공습해, 이란 및 헤즈볼라 등을 자극해왔어. 이란 쪽과 확전이 된다면, 지금 휴전을 압박하는 미국 등 서방도 다시 이스라엘을 지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지. 특히, 가자전쟁 휴전이 된다면,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 건설 논의가 재개되고, 이는 네타냐후 및 극우 세력에는 결코 수용할 수 없는 사안이야. 네타냐후와 그 지지층인 강경 우파들은 이란 쪽과 확전으로 중동 정세를 완전히 뒤집어 버리는 것이 정권 유지나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문제를 사장시키는데 유리하다고 보는 거지.
Q. 듣다 보니 이스라엘만 꽃놀이패 아니야? 이스라엘은 이란이나 헤즈볼라를 필요하면 주저 없이 때리는데, 이란과 그 동맹 세력들은 이스라엘에 대해 보복을 하면 오히려 말려들까 봐 주저하는 거잖아.
A. 꼭 그런 것만은 아니야. 이란과 이스라엘은 40년 이상이나 이른바 ‘그림자 전쟁’을 벌여왔어. 이스라엘은 이란의 요인을 암살하고 주요 시설을 파괴하는 사보타주 공격을 공공연히 벌인 반면, 이란은 그런 이스라엘에 비례적 대응을 삼가는 대신에 이스라엘 주변으로 반이스라엘·친이란 세력을 확장해왔지. 이번에 이스라엘을 공격한 레바논의 헤즈볼라,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 팔레스타인의 하마스, 이라크의 시아파 무장세력에 더해 최근에는 예멘의 안사르알라(후티 반군) 등이 있지.
이스라엘은 이란에 바늘로 찌르는 식으로 가시적이고 즉각 효과가 나는 공격을 한 반면에 이란은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식으로 이스라엘의 안보 부담을 늘리는 대응을 한 거야. 대차대조표를 보면, 단기적으로는 이스라엘이 우위이나, 장기적으로 보면 이스라엘의 부담과 손실도 적다고 할 수 없지.
가자전쟁 이후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와의 지속적 충돌로 북부 지역에서 주민 10만명이 난민이 됐어. 또, 하니야 암살로 이란이 보복을 계속 을러오자, 이스라엘 국민은 피를 말리는 시간을 보내고도 있지. 야당인 예시 아티드의 대표인 야이르 라피드는 “고통 속에서 보복 공격을 기다리는 삶이 정상이냐?”고 일갈했지.
Q. 이스라엘은 네타냐후와 극우 세력에게 발목이 잡힌 셈이네.
A. 이스라엘은 네타냐후가 처음으로 집권한 1996년부터 심각한 우경화와 내부 분열에 직면해왔어. 건국 세력인 사회주의 성향의 노동당이 몰락한 뒤 극우 및 군소 정당들이 난립해, 1996년 이후 지금까지 무려 11차례나 정권이 바뀌었어. 정권 수명이 평균 2년6개월에 불과했어. 11차례의 정부 중 6차례나 네타냐후가 총리를 했어. 특히, 2019∼2022년 동안 무려 5차례나 총선이 치러졌고, 네타냐후의 실각과 집권이 반복됐어. 네타냐후를 둔 정권 투쟁이었는데, 결국 그가 2022년 말에 극우 세력과 손잡으면서 안정적 의석을 확보했어.
네타냐후가 뇌물 수수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은 중이어서, 권력에 집착하는 것이기도 하지. 이 때문에 그는 지난해 사법부의 권한을 축소하는 사법부 정비안을 내놓았다가, 건국 이후 최대 반대 시위에 봉착해 권력이 흔들렸어. 이런 와중에 하마스의 공격으로 가자전쟁이 일어나자, 지금까지 가자지구 주민 4만명 이상이 죽는 일방적인 공격을 퍼부으면서도 휴전 협상을 결렬시키며, 이란 쪽과의 확전도 조장하는 거지.
Q. 가자전쟁 휴전은 어찌 되는 거야?
A. 이스라엘 언론이나 뉴욕타임스는 네타냐후가 가자전쟁 휴전 협상 고비 때마다 새로운 요구안을 추가해 협상을 결렬시켜 와서, 이스라엘 정부 내에서도 알력이 심하다고 보도했어. 지난 4월 이스라엘 언론에서는 각의 도중에 네타냐후와 안보·정보 각료들이 설전을 벌이는 녹취록이 보도되기도 했지.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은 지난 12일 의회 비공개 브리핑에서 네타냐후가 가자전쟁에서 추구하는 “총체적 승리”가 “헛소리”라고 비판하기도 했어. 정보기관 신베트 수장인 로넨 바르는 23일 내각에 서한을 보내, 요르단강 서안의 극우 단체 및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 등 극우 각료들이 이스라엘 안보를 위태롭게 한다고 신랄하게 비판했고, 갈란트 장관도 동조했어. 네타냐후는 내각 내에서 점증하는 자중지란을 다잡기 위해서라도 외부와의 긴장과 대결이 필요하고, 가자전쟁 휴전에 더욱 발목을 잡을 거야.
네타냐후의 이스라엘이 이란에 공세적 대결 정책을 펼치나, 전면적 광역전쟁을 꼭 추구하는 것만은 아니야. 미국이 이것만은 허용하지 않을 것이고, 이스라엘도 너무 부담이 크지. 네타냐후는 기존의 저강도 전쟁을 넘는 중강도 전쟁 정도를 추구하는 것 같아. 이번에 헤즈볼라와의 충돌 정도이지.
미국 대선 때까지 가자 휴전 협상은 교착 상태를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클 거야.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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