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경제] '큰손 고객'서 경쟁자로…"대중 수출 '좋은 시절' 다시 안 온다"

권애리 기자 2024. 8. 27.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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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화요일 친절한 경제 권애리 기자 나와 있습니다. 권 기자, 우리나라에서 중국으로 수출하는 양이 2022년 이후에 급격하게 줄었다가 조금씩 회복하고 있잖아요. 그런데 앞으로는 전처럼 대중 수출로 큰돈을 벌기는 어렵다. 이런 분석이 나오고 있다고요.

<기자>

지금 보시는 그래프는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과 대미국 수출 규모를 나란히 놓고 살펴본 겁니다.

대중 수출은 추세적으로 줄어들고 대미 수출이 늘어나면서, 올해 22년 만에 처음으로 연간 기준으로 미국에서 벌어들이는 돈이 중국에서 벌어들이는 돈을 추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사상 처음으로 지난해 중국과의 무역에서 적자를 보기도 했지만요.

이 그래프를 자세히 뜯어보면, 좀 더 의미 있는 추세가 눈에 띕니다.

대중 수출이 뚜렷하게 늘어나면서 우리나라가 중국에서 큰돈을 벌어왔던 2018년과 2021년은 반도체 수출이 그만큼 잘 됐던 시기와 보시는 것처럼 딱 일치합니다.

반도체 수출이 잘 된다는 건 곧 중국으로의 반도체 수출이 잘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면도 컸던 겁니다.

그런데 올해는 반도체 수출이 기록적으로 잘 되고 있는데, 대중 수출 규모는 그때만큼 살아나는 모습이 나오지 않고 있죠.

올해 중국으로 팔린 반도체가 지난해보다 30% 넘게 늘어나긴 했지만요.

전체 반도체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분명히 줄어들고 있습니다.

2019년에서 22년 사이에는 전체 반도체 수출에서 중국 비중이 39~40%까지도 차지하다가 올해 상반기에는 35.5%로 줄어들었다고 무역협회가 집계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중국이 우리의 큰 시장인데 분석도 잘하고 또 대비도 잘해야겠습니다. 왜 이런 겁니까? 

<기자>

중국이 자국 내에서 만드는 반도체 비중을 지속적으로 높여오면서 한국 반도체를 전처럼 찾고 있지 않다고 무역협회가 최근에 진단하기도 했습니다.

중국이 경기 침체로 우리 반도체를 전만큼 사 가지 못하는 것도 있고, 미국의 대중 견제로 우리가 중국에 첨단 반도체를 마음껏 팔지 못하는 점도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홍콩으로의 수출에서 반도체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건 사실 우회적으로 중국으로 간다고 보는 게 맞겠다.

중국과의 숫자에서 보이는 것만큼 대중 반도체 수출이 줄어든 건 아니라는 시각도 한편에 있고요.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만드는 게 상대적으로 좀 쉬운 반도체부터 중국 안에서 해결하는 비중이 분명히 늘고 있고요.

전 세계 반도체 투자의 3분의 1을 중국이 차지할 정도로 중국이 막대한 규모의 투자를 계속하고 있어서 앞으로도 중국은 반도체 자급률을 더 높일 거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세계시장에서 우리 제품을 많이 사가는 큰손 역할에서 경쟁자 위치로 중국이 전환하는 모습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행이 어제(26일) 앞으로도 대중 수출에서 예전 같은 호조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기도 했는데요.

사실 2000년대 초중반에는 우리보다 일본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모습이 뚜렷했고, 우리는 중국에 기술 격차를 유지하면서 위치를 다진 면이 있지만요.

2018년 이후 3년간은 중국이 우리나라에 대한 의존도가 줄어드는 모습이 제일 빨랐다는 겁니다.

이 기간에 우리가 중국에서 베트남 같은 곳으로 생산 거점을 많이 옮기면서 베트남과의 연계성을 크게 늘린 영향도 있습니다.

사실 반도체 같은 중간재뿐만이 아닙니다.

스마트폰, 자동차 우리의 주요 완성품 수출에 있어서도 중국은 한국 의존도를 방금 보신 것처럼 그동안 큰 폭으로 줄여왔습니다.

<앵커>

미국 대선이 얼마 안 남았잖아요.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이것도 우리 수출에 영향을 미치겠죠.

<기자>

지금 바이든 행정부가 발표한 대로 관세 정책이 진행되고, 그리고 EU가 여기까지 동참하게 되면 앞으로도 우리의 대중 수출은 3~5% 정도 더 줄어들 걸로 한국은행은 추산했습니다.

그런데 만약에 다가오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된다고 하면, 대중 수출과 그에 연계된 우리나라 내 생산은 더 큰 폭으로 6% 넘게 줄어들 걸로 전망했습니다.

중국도 타격이 크겠지만 우리 GDP가 1% 정도 하락하는 수준까지 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아무튼 우리가 중국에서 큰돈을 벌어들이는 구조 자체가 앞으로는 다시 돌아오기 쉽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나 동남아를 비롯해서 수출 다변화가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 대중 수출의 감소폭을 메꿀 만큼은 아닌 만큼 좀 더 다각도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점점 더 절실하게 나오고 있습니다.

권애리 기자 ailee17@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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