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년 전 고시엔 결승 '한국 이름' 출전→현재는 '연 매출 14조' 대기업 사장
교토 국제고 우승 멤버 중에는 한국인 선수도 있었다. 결승전에 1번타자 겸 좌익수로 출전해 연장 10회초 밀어내기 볼넷으로 교토 국제고의 첫 득점에 기여한 가네모토 유고(金本祐伍·3학년)가 주인공이다. 교토 출신 가네모토는 중학교 졸업 후 다른 지역 고등학교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지만 고향 팀 교토 국제고에 입학했다.
흥미롭게도 그는 고교 입학 전에는 자신이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몰랐다. 25일 일본 스포츠 매체 '넘버'는 "가네모토가 고등학교 시절 처음으로 자신이 한국계라는 것을 알았다"고 전했다. 11년째 교토 국제고 야구부의 스카우트로 일하고 있는 이와부치 유타도 "교토 국제고 선수 중 (가네모토와 같이) 고등학교 입학 후나 여권 발급 시기에 한국 국적이라는 걸 알게 되는 선수가 꽤 많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이 대회가 재일교포 사회를 감동시켰던 이유는 또 있었다. 호도쿠 가쿠엔과 결승전에서 맞붙었던 교토상업고에는 일본 이름이 아닌 한국 이름을 쓰는 선수가 두 명(한유, 정소상)이나 출전했기 때문이다. 정소상은 1번타자 중견수, 한유는 5번타자 좌익수로 선발 출장했다.
재일 한국인들이 한국 이름을 쓰는 것은 드문 일이었다. 이런 이유로 한국계 선수 가네무라는 대회 개회식 리허설에서 만난 교토상고의 두 선수에게 "너희 한국 이름으로 출전하는 거야? 정말 대단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한유는 지난 2017년 일본 스포츠 매체 '히가시 스포웹'과 인터뷰를 통해 그가 한국 이름으로 대회에 출전한 사연을 소개했다. 그는 "나도 '니시하라(西原)'라는 일본 이름이 있었지만 사용한 적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내 한국 이름으로 대회에 나가겠다는 뜻을 감독에게 전했다"고 말했다.
43년 전 한국 이름으로 고시엔에 출전한 한유에 대해 재일 한국인들은 수많은 편지를 보내왔다. 당시 재일 한국인들은 "당신의 결정에 큰 용기를 받았다. 내 아이도 한국 이름으로 고시엔에 출전시키고 싶다"라는 내용의 격려 편지를 한유에게 보내왔다. 그가 한국인이라는 강한 의식을 갖게 된 것도 여기에서부터 출발했다.
한유는 훗날 일본 귀화 신청을 할 때도 한국 이름을 고수해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당시 일본 법무국에서는 "왜 한국 이름으로 귀화 신청을 하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하지만 그는 "일본에서 살아가기 위해 국적을 얻는 것이지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귀화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뜻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그는 한국 이름으로 귀화 신청을 했다.
한유는 아버지의 가업을 이어 받아 2008년 마루한의 대표이사가 됐다. 그는 야구 선수로 활약하며 경험한 희생과 봉사 정신을 바탕으로 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혁신해 마루한을 연 매출 14조 원(2020년 기준) 규모의 대기업으로 탈바꿈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히가시 스포웹'에 따르면 한유는 2017년 인터뷰 당시 일본 독립리그 야구 팀을 후원하고 있으며 기회가 주어진다면 프로야구 구단을 운영하고자 하는 포부를 드러냈다.
이종성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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