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생산부터 재활용 시설까지… ‘환경’ 찍고 ‘AI’로 스케일업[Build Up Korea]
국내 최대 데이터센터 공사 맡고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한창
초순수 국산화·산업용가스 공급
AI·반도체 산업 전 분야 아울러
에센코어·SK에어플러스 등
자회사 간 ‘협업 시너지’ 기대
SK그룹이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한 미래·혁신 전략 강화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SK에코플랜트의 역할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환경·에너지 중심으로 포트폴리오 전환을 완료한 데 더해 최근 메모리반도체 및 산업용 가스 기업 에센코어와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 자회사 편입까지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SK에코플랜트는 AI가 SK그룹의 공고한 포트폴리오로 구축·성장하는 데 중추적인 생태계와 인프라를 연결하는 이른바 ‘앵커’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점쳐진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는 AI·반도체 산업 전 범위에 걸친 서비스 역량을 갖추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이를 위해 기존에 수행해 온 반도체 팹(Fab·생산공장) 및 기반시설, 데이터센터 설계·조달·시공(EPC)에 더해 △국산화를 추진 중인 초순수 부문 △산업용 가스 공급 △RE100(2050년 전력 100% 재생에너지 충당) 달성 지원을 위한 재생에너지 전력 직접공급(PPA) △연료전지 기반 전력공급시스템 구축 △폐수 처리 △반도체 모듈 가공 및 메모리 제조 △리사이클링 소재 활용을 위한 금속 공급 등 전 분야를 아우르고 있다.
그동안 SK에코플랜트는 반도체 Fab EPC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 왔다. 현재 SK하이닉스와 함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사업도 한창이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충북 청주 및 미국 인디애나에 대규모 투자도 진행 중이다. SK에코플랜트는 그동안 SK하이닉스 Fab 및 기반공사를 도맡아 수행해 왔다. SK하이닉스 투자 및 AI 관련 반도체 수요 증가로 SK에코플랜트가 중장기 일감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자회사 편입 절차가 진행 중인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와 시너지도 기대된다.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는 질소·산소·아르곤 등 산업용 가스 및 액화탄산 등을 제조하는 기업이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산업용 가스 설비 구축도 도맡는다.
AI 시대를 위한 필수 인프라 격인 데이터센터 사업 진출도 활발하다. 지난 2020년 데이터센터 전담 조직을 신설해 관련 사업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현재 싱가포르 ‘디지털에지(Digital Edge)’와 손잡고 국내 최대규모인 120㎿ 하이퍼스케일급 상업용 데이터센터를 조성 중이다. 최근 1단계 공사를 마무리하며 데이터센터 EPC는 물론 사업개발 수행 역량까지 갖춘 디벨로퍼로 변신을 완료했다.
데이터센터 및 반도체 리사이클링 시장 선점도 기대된다. 자회사 SK테스는 데이터센터 전용 정보기술자산처분서비스(ITAD·IT Asset Disposition) 시설 확충에 한창이다. 데이터센터 서버의 하드디스크·메모리 등에서 각종 정보를 완벽히 파기한 후 재사용·재활용까지 진행된다. 데이터센터 허브로 꼽히는 미국 버지니아에도 연간 최대 개별 서버 60만 대까지 처리가 가능한 공장을 새로 열었다.
편입 예정 자회사 에센코어와 리사이클링 전문 자회사 SK테스 간 협업을 통한 고부가가치 창출도 예상된다. 에센코어는 홍콩에 본사를 둔 반도체 모듈 기업으로 D램 메모리 모듈을 비롯해 SSD·SD카드·USB 등 메모리 제품을 전 세계에 제조·판매하고 있다. 에센코어를 통해 SK테스가 폐IT 기기를 확보하고 재사용이 가능한 제품은 ITAD를 거쳐 재판매(리퍼비시)하는 방식이나 파쇄를 통해 반도체 소재 핵심금속을 추출해 반도체 제조사에 제공하는 등 구도가 그려진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기존 역량과 경험에 더해 반도체 산업에 대한 다각적인 서비스 제공도 가능해지면서 SK에코플랜트의 AI 및 반도체 관련 포트폴리오가 한층 풍부해졌다”며 “AI 밸류체인과 AI 리더십을 전방위 지원하는 든든한 조력자로서 역할을 수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AI센서 100여개 통해 데이터 890여개 수집… 하수·폐수 정화 작업
환경·에너지 부문 고도화 성과
올 상반기 영업이익 ‘흑자전환’
건설업종에 선제적으로 인공지능(AI)을 적용하고 있는 SK에코플랜트가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특히 환경·에너지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하면서 AI를 적극 활용한 것이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는 데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7일 SK에코플랜트는 최근 AI 기반 소각로와 수처리 시설 운영에 자동운전이 가능한 수준의 AI 적용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SK에코플랜트는 2022년부터 환경사업 고도화를 위해 AI 분야에 적극적인 투자를 이어 왔다. 소각로 AI의 경우 센서 및 계측기를 통해 온도와 압력, 투입량 등 약 200개의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 중 70여 개의 핵심 데이터를 반복해서 학습해 왔다. 그 결과 AI가 스스로 판단해 직접 폐기물 소각과 하·폐수 정화 작업을 일정 수준 조작할 수 있게 됐다. 수처리 분야의 AI 활용은 하수가 유입되는 순간부터 방류하기까지 전 공정에 걸쳐 적용된다. 100여 개의 센서로부터 수집된 890여 개 데이터가 기반이다. 이를 통해 수처리 시설에서는 송풍기 에너지 사용량과 약품 사용량을, 소각시설에서는 오염물질 배출을 저감 하는 효과 등이 기대된다.
이러한 고도화 노력은 환경 사업 실적에서 특히 빛을 봤다. 올해 상반기 기준 SK에코플랜트 환경사업 매출액은 7763억 원, 영업이익은 364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액은 34.1%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31억 원 적자에서 대폭 상승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SK에코플랜트의 환경 플랫폼 자회사 리뉴어스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약 2.5배가량 올랐다.
에너지 부문에서는 재생에너지 발전량 예측에 AI를 활용 중이다. SK에코플랜트가 지난해 말 가동한 재생에너지 발전량 예측 기반 입찰 플랫폼 ‘파워젠(Power Zen)’은 다수의 재생에너지 발전소의 발전량을 예측하는 것은 물론 생산된 전력을 수요처까지 보낼 수 있는 전력 계통 현황에 대한 예측 데이터까지 제공해 실질 전력공급능력을 판단할 수 있다. 각각의 재생에너지 자원을 하나의 집합자원으로 만드는 가상발전소(VPP·Virtual Power Plant) 기술을 통해 재생에너지 입찰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가격 기반 입찰을 할 수 있다.
파워젠 플랫폼 기반 전력중개사업을 통해 지난 6월부터 시작된 재생에너지 입찰시장 시범사업에도 안정적으로 참여 중이다. 재생에너지 입찰시장은 기상 상황 등에 따라 전력 생산량이 들쑥날쑥한 재생에너지의 전력생산량을 예측하고, 일정 전력생산량에 대한 가격을 제시하는 전력시장을 말한다. 실시간 전력생산량 예측이 여의치 않은 소규모 재생에너지 자원은 가상발전소 기반 전력중개사업자가 일정 규모 이상으로 모아 입찰에 참여한다.
SK에코플랜트는 또한 제주 재생에너지 입찰 시범사업 참여를 위한 자원 구성을 완료하고 이행능력시험을 통과했다. 재생에너지 발전량 예측치 대비 실제 발전량의 오차율을 12% 이내로 유지해야 하는데, SK에코플랜트는 평균 6.4%의 오차율로 업계 최고 수준임을 입증했다. 제주 내 평균 오차율은 약 7%였다.
시장 신뢰도를 바탕으로 재생에너지 발전사가 SK에코플랜트를 통해 입찰시장에 참여할 경우 권리제한 대상(질권설정자)을 전력거래소가 아닌 전력중개사업자인 SK에코플랜트로 변경하는 데도 성공했다. 금융권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SK에코플랜트가 더 많은 발전사업자를 모집하는 원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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