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까지 학습한 AI, 영화 'Her' 현실로...감성형 AI 챗봇 폭풍성장

고석용 기자 2024. 8. 27.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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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업팩토리] 감성형 AI 시장 2032년 18조원 전망
[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챗GPT로 생성한 'AI와 사랑에 빠진 사람들의 이미지'
수많은 매개변수(파라미터)로 사고력을 갖춘 AI(인공지능)가 인터넷 지식 다음으로 학습하기 시작한 것은 '감정'이다. 인간의 감정이 담긴 대화나 콘텐츠를 학습하면서 감정 해석·모방·생성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런 '감성형 AI 챗봇'이 등장하면서 미국에서는 AI 연인 서비스도 등장했다. 영화 '그녀(Her)'가 실제로 가능해진 셈이다.
유명인 모방에서 시작…감정교류 대상 된 AI 챗봇
감성형 AI 챗봇 서비스의 원조격인 기업은 미국의 유니콘기업 캐릭터닷AI(Character.AI)다. 캐릭터닷AI는 유명인의 발언을 집중적으로 학습해 해당 인물의 말투를 따라하는 AI 챗봇 서비스를 개발했다. 이후 사용자가 특정한 말투나 성격을 가진 가상의 캐릭터를 AI 챗봇으로 만들어 대화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확장시켰다.

AI 챗봇이 인간처럼 성격을 갖자 사용자들은 AI 챗봇과 감정적 교류를 시작했다. 일부에선 AI 챗봇을 연애대상으로 생각하는 사용자도 나타났다. 이 같은 서비스를 토대로 캐릭터닷AI는 MAU(월간활성이용자수)가 2억을 돌파했고, 기업가치는 50억달러(6조6700억원)까지 불어났다.

다른 스타트업들도 비슷한 도전에 뛰어들었다. 블러쉬(Luka)와 노미AI(Glimpse.ai)는 시작부터 'AI 연인 서비스'를 표방하며 성장했다. 연애감정을 극대화하기 위해 사용자와의 과거 대화를 추억처럼 상기한다거나 AI 챗봇에 일러스트나 3D캐릭터를 입혀 몰입감을 높이는 등의 방식이다. 재니토(janitor)와 스파이시챗(Spicychat) 등은 성적인 대화나 농담을 가능하게 AI 챗봇을 만들어 급성장했다.
"2032년 시장규모 18조원 달할 것"
감성형 AI 서비스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은 감정을 가진 AI 개발의 기술적 허들이 낮아져서다. 자연어처리(NLP)기술의 발전으로 AI가 인간의 감정표현을 이해하고 학습하는 게 가능해졌다. 이후 생성형 AI 기술이 학습한 감정을 조합하고 생성시키면서 '감성형 AI 챗봇'이 가능해졌다. API(응용프로그램 개발 인터페이스)를 통해 LLM 활용이 쉬워지면서 다양한 스타트업들이 '감성형 AI 챗봇'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아직 오픈AI나 앤트로픽 같은 빅테크에서 관심을 보이지 않은 시장이어서 유망하단 평가를 받았다. 김하정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GPT 같은 범용AI는 '목적 지향형 챗봇'으로서 명확한 정보 전달이 목적이지만 감성형 AI는 일관되지 않은 주제에 대해 자연스러운 대화를 이어가는 '오픈 도메인 챗봇'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조사기관 얼라이드마켓리서치는 감성형 AI 시장이 연평균 22.7%씩 성장해 2032년 138억달러(18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술적으로 인간과 대화하는 것처럼 어색함이 줄었고,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없다는 장점 때문에 사용자들이 몰릴 것이란 설명이다. 챗봇이 아니어도 이를 활용해 기업의 마케팅이나 사회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 가능하다는 점도 관련 시장이 유망한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국내도 관련 스타트업 속속 등장…"확장성·윤리충족 등 과제"
감성형 AI 챗봇 서비스들/그래픽=김지영
국내에서도 다양한 기업들이 감성형 AI 챗봇 시장에 뛰어들었다. 스캐터랩, 뤼튼테크놀로지스 등이 대표적이다. 스캐터랩은 생성형 AI가 대중화되기 전인 2020년부터 감성형 AI 챗봇 시장에 관심을 보였다. 20대 여대생 콘셉트의 AI 챗봇 '이루다'가 시작점이었다. 이용 과정이나 데이터 수집 과정에서의 윤리 논란이 있었지만 국내에 감성형 AI 챗봇의 존재를 알린 첫 번째 기업이다.

스캐터랩은 최근 '이루다', '강다온' 등 특정 캐릭터를 가진 AI 챗봇과 대화하거나 대화 기반으로 일종의 웹소설을 만들어가는 플랫폼 '제타'를 출시했다. 웹소설은 사용자의 발화나 지시문을 기반으로 소설을 만들어가는 방식이다. 스캐터랩은 SK텔레콤, 엔씨소프트 등 전략적 투자자(SI)들과 벤처캐피탈(VC)에서 누적 408억원을 투자받았다. 기업가치는 600억원 안팎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뤼튼테크놀로지스도 지난해 말부터 캐릭터 챗 기능을 운영하고 있다. 다양한 캐릭터를 가진 AI 챗봇으로 감정교류 뿐 아니라 생산성 관련 대화에도 활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예컨대 코딩에 대한 질문을 학교 선배 컨셉으로 답한다거나 멘토 컨셉으로 사용자의 일정을 관리해주는 방식이다. 뤼튼 플랫폼이 챗GPT처럼 범용AI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사용자들을 빠르게 끌어모으는 것도 가능하다.

그밖에 워프스페이스(케이브덕), 타인에이아이(러비더비), 레플리, 투플랫폼(재피), 커뮤트(로판AI), 슬로그업(티카) 등 10여곳이 넘는 스타트업이 감성형 AI 챗봇을 활용한 서비스를 내놓은 상태다. 대부분이 아직 초기단계 스타트업들이다. 이들은 소통의 형태, AI가 가진 캐릭터의 차별화, 성인향 서비스 등으로 솔루션을 특화시켜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다만 업계 한 관계자는 "많은 솔루션들이 서브컬쳐나 성인향 서비스로 내세워서 아직은 확장성에 의문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기반이 되는 거대언어모델(LLM)이 비슷해 답변에 특색이 크지 않은 점, 비윤리적 대화를 제어할 인력·기술이 부족한 점 등은 스타트업들이 극복해야할 과제로 꼽힌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고석용 기자 gohsy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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