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이는 이승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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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앞에 서는 일에 두려움이 있었죠.
그런 성격인데도 무대에 오르고 싶은 마음은 있었어요.”
오늘 촬영에서 어떤 사진이 제일 마음에 들어요?
아무래도 팀이다 보니 혼자 이렇게 착장이 많은 화보는 처음 촬영해봐요. 하나하나 제대로 보진 못했는데, 가장 인상적인 사진은 모자 쓰고 왼쪽, 오른쪽 상반되게 찍은 거요. 제가 되게 멋있게 보이더라고요. 원래 딱 맞게 입는 걸 좋아해서 상체 라인이 보이는 그 착장이 좋았어요.
그래서 열심히 운동하는군요?
무릎을 다친 적이 있어서 운동은 쉴 수 없어요. 어릴 때부터 몸 만드는 걸 좋아했어요. 중학생 때 이상하게 친구들이 배에 ‘왕(王)’자가 있었어요. 그게 부러워서 윗몸일으키기를 계속하면서 100개까지 늘렸어요. 그 어린 나이에 하루에 10개 하고 그다음 날 11개 하면서 열심히 운동했죠. 그때부터 운동에 관심이 생겼어요. 고등학생 때는 너무 마른 게 콤플렉스여서 또 운동하고요.
그런 노력이 지금의 몸을 만들었군요?
지금은 좀 빼야 해요. 원래 살이 안 찌는 게 콤플렉스였는데 이젠 살이 오르더라고요. 많이 찐 거예요.
요즘 어떤 기분으로 하루를 보내나요?
하루도 빠짐없이 계속 뭔가 하고 있어서 하루하루가 무척 재밌어요. 약간 워커홀릭 기질도 있는 거 같은데, 잠을 못 자더라도 이렇게 활동하고 사람 만나는 게 즐거워요. 오늘도 사진가님과 얘기하면서 사진 찍고 포즈도 배워서 재밌었죠. 스스로 자유분방하지 않다고 느끼기 때문에 찍으면서 모니터하고 느끼는 일도 너무 즐거워요. 연기할 때도 그렇고요. 드라마 <엄마친구아들>을 찍을 때도 선배님들과 선생님들께 배우는 게 많아서 하루하루 다시 돌아오지 않을 순간인 것처럼 지내고 있어요.
반짝이는 순간을 즐기는 청춘 만화의 주인공 같네요. 원래 긍정적인 성격인가요?
어릴 때는 엄청 내성적인 성격이었어요. 사람들 앞에 서는 일에 두려움이 있었죠. 그런 성격인데도 무대에 오르고 싶은 마음은 있었어요. 하고는 싶은데 막상 하지는 못하는 성격이었죠. 그러다가 고등학생 때 실용음악을 전공하려고 두려움을 품은 채로 무대에 서게 됐는데, 그 순간만큼은 두렵지 않고 즐기는 자신을 발견했죠. 결국 즐기니까 너무 재밌더라고요. 그러면서 점점 바뀌었어요.
<선재 업고 튀어>(이하 <선업튀>) 얘기를 안 할 수 없어요. 드라마 이후로 관심 많이 받으며 변화가 생겼을 텐데 실감 나나요?
일단 SNS 팔로워 수가 늘어나는 게 보이니까 실감되더라고요. 한 두 배 정도 늘어나서 신기했죠. 이런 결과를 예상하지 못했거든요. 그동안 많은 드라마는 아니어도 연기는 계속해왔는데 이런 반응은 처음이다 보니까 정말 많이 사랑받는다고 느꼈죠. 일단 어머니가 배역이 너무 좋다고 말씀하시는 게 처음이었어요.
드라마의 인기가 어떤 식으로든 밴드에 좋은 영향을 미칠 텐데 밴드 맏형으로서 뿌듯하겠어요.
멤버들이 군대 가기 전에 약속했어요. 돌아왔을 때 더 큰 공연장에 설 수 있게 남아 있는 저랑 회승이가 열심히 ‘엔피아’를 모으겠다고 했죠. 회승이는 뮤지컬로 대극장에 서면서 승승장구하니 제가 조급해지는 거예요. 나도 뭔가 하면서 멤버들이 돌아왔을 때 약속한 성과를 내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죠. 그게 <선업튀>가 될진 몰랐죠. 그냥 열심히 했는데, 하다 보니까 사랑을 많이 받았죠. 밴드로서도 <선업튀> OST를 부르고 사람들이 너무 좋아해주시니까 뿌듯하더라고요. 노래 첫 마디가 딱 나올 때 사람들이 환호하는 소리를 같이 들어야 했는데 하는 마음이었죠. 빨리 다 모이면 좋겠어요. 9월이랑 11월, 내년 2월 이렇게 돌아와요. 한 명씩 차례대로 합류할 거예요.
연기를 꾸준히 해왔지만, 새삼 주목받으니 연기를 대하는 마음가짐이 달라지나요?
어쨌든 사람들의 관심이 커지기도 해서, 본질적으로 연기 공부를 더 열심히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연기하면서 스스로 소질이 있다고 느끼나요?
아니요. 솔직히 그런 소질에 대해서는 항상 좀 느려요. 음악도 그렇고 연기도 그렇고 운동도 그렇고. 처음부터 막 너 재능 있다, 이거 해봐, 이런 느낌을 받은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그래도 서서히 느끼는 건 있어요. 시간이 지나다 보니까 안 됐던 게 되더라고요. 빠르게 뭔가 잘할 수는 없어도 내가 노력하면 할 수 있다는 변화를 느끼죠.
음악에는 재능이 있지 않나요?
그것도 아니에요. 아직도 부모님이 날 무슨 생각으로 음악을 시켜주셨는지 궁금해요. 내가 노래하는 모습도 다 봤고, 어릴 때 작곡도 재미 삼아 해본 적은 있었지만 진짜 별로였거든요. 지금 돌아보면 가사도 최악이었어요. 누나가 고등학생 때 연기하고 싶다고 했는데, 부모님이 단호하게 반대하셨거든요. 그래서 저도 처음에는 말하지 못했죠. 그러다가 부모님 힘이 많이 빠졌을 때 말씀드린 건데 단번에 승낙받았어요. 무언가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부모님께 한 건 처음이었죠. 최근에 이유를 여쭤봤는데 정확한 이유는 없었더라고요.
드라마 <엄마친구아들>은 <선업튀>와 상관없이 그전에 하게 된 건가요?
같이 촬영하고 있었어요. <선업튀>를 11부쯤 찍고 있을 때 동진 역할 오디션을 봤어요. 다행히 감독님이 좋게 봐주셔서 하게 됐죠. 너무 감사하죠. 그 드라마는 가족 이야기가 나와요. 저한테는 새로운 경험이고 그 캐릭터를 통해서 나 자신을 많이 알게 되는 기회가 됐어요. 극 중 배역이 실제 저처럼 누나가 있거든요. 엄청 잘하는 누나와 달리 너무 철없고 의지박약인데 나름 아픔도 있고 성장도 하는 동생 역할이에요.
현실과 배역이 겹치는 부분이 있으면 느낌이 또 달라지죠.
맞아요. 동진이가 감정을 표현하는 신이 있는데 내 모습 같은 거예요. 제가 음악을 시작하고 힘들 때마다 버티고 극복하도록 하는 동기부여가 뭘까 고민했는데, 그 당시에는 못 찾았거든요. 그런데 동진이 캐릭터를 보니 내 동기부여가 이거였구나, 하는 걸 느껴서 갑자기 눈물이 엄청 나더라고요.
“무대에 올라가든, 카메라가 돌든 자유롭고 유연하게
두 가지를 넘나드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오, 그게 뭐였나요?
부모님의 사랑인 거 같아요. 당시에는 딱 집어서 이거 때문에 내가 열심히 하고 있다는 생각은 못 했어요. 그 모든 상황 속에서 부모님과 가족이 있다는 걸 알게 됐죠. 아, 나도 그랬구나.
관심이 커진다는 건 곧 기회가 많이 생긴다는 뜻이기도 하잖아요. 기회가 생긴다면 해보고 싶은 역할이 따로 있나요?
옛날부터 항상 진한 범죄 누아르에 출연해보고 싶었어요. 어려울 거 같긴 하지만 지방 출신이라 사투리가 편하기도 하니 해보고 싶어요. 진짜 악역인데 멋있는 악역. 주인공의 진짜 적대자 역할이요.
음악과 연기는 계속해나갈 두 기둥이라고 보면 될까요?
맞아요. 사실 신인 때는 뭐든 다 열심히 해서 사람들한테 저를 알리고, 엔플라잉을 알려야 하잖아요. 그래서 오디션을 봤는데 그땐 솔직히 재미를 못 느꼈어요. 그러다가 <구해줘>에 출연하면서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때부터 공부해서 열심히 해보자는 마음으로 하다 보니까 두 개의 기둥으로 자리 잡았죠. 어떻게 보면 이게 멀티잖아요. 사실 전 멀티가 잘 안 되거든요. 연기하면 음악 작업에 집중하기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무대에 올라가든, 카메라가 돌든 자유롭고 유연하게 두 가지를 넘나드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연기 활동이 곡 작업이나 밴드 활동을 하는 데 도움 되는 부분도 있겠죠?
<선업튀>에서 ‘음악을 너 때문이라면 내가 해볼 수 있을 것 같다’라는 선재의 대사를 가장 좋아해요. 그 감정이 저한테 너무 진심으로 다가왔어요. 거기서 영감받아 만든 곡도 있어요. 언젠가 앨범에 넣고 싶어요. 내년에 멤버들이 다 모이니까 그때를 위해서 곡을 모아놓고 있죠.
보통 곡을 작업할 때 어디서 영감을 얻나요?
평소에 느끼는 것을 휴대폰 메모장에 써요. 쓰면서 테마를 정하거나 아니면 평상시에 그냥 툭 던진 말이 테마가 되거나 하죠. 제 일상 안에 다 있는 것 같아요.
신곡 ‘네가 내 마음에 자리 잡았다(Into You)’의 제목을 봤을 때 대중이 바라본 이승협의 현재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지금 흐름과 딱 맞아떨어져서 재밌었죠.
딱 그대로예요. 이번에는 완전히 대중적인 걸 해보자는 생각이었거든요. 그 곡 자체가 엔플라잉답다라고 느끼진 않아요. 그동안 써놓고선 컴퓨터에 놔둔 곡이에요. 이번 공연에 한번 풀어볼까 하면서 꺼냈는데, 지금 시기에 이 곡이어야겠다고 느꼈죠. 공연 때 해보니까 반응이 제일 좋더라고요. 차트에도 계속 있는 걸 보니 대중이 픽했구나 싶었죠.
활동한 기간이 어느새 10년 남짓이에요. 시작할 때 세운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했나요?
그때 전 너무 어리고 철이 없어서 단편적으로 뭔가 큰 걸 바라봤어요. 그냥 빌보드 1등.(웃음) 이 목표는 너무 잘못됐다고 스스로 느끼죠. 그때 큰 목표나 야망이 없어서 저렇게 말할 수 있었죠. 멤버들과 밥 먹고 같이 연습하며 지내는 게 재밌어서 이런 멍청한 생각을 했죠. 제가 리더였는데 리더로서 책임감이 좀 없었어요. 데뷔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팬들도 생기고 멤버들도 믿어주면서 내가 이러면 안 되겠다고 정신 차렸어요. 그때 목표인 빌보드 1등과 가까워지고 있느냐고 한다면 멀었죠.
지금 다시 다가올 10년을 생각하며 목표를 세운다면 뭘까요?
나중에 제가 정신 차리고 세운 목표가 있어요. 멤버들이랑 오랫동안 투어 다니면서 맛있는 것도 먹고 점점 늘어나는 팬들 앞에서 공연할 수 있는 밴드예요. 중요한 건 80세까지. 그래서 운동을 쉬면 안 돼요.
그 사이 30대가 됐어요. 20대와 마음가짐이 달라지던가요?
‘30대앓이’ 같은 건 없었어요. 자연스럽게 넘어왔어요. 서른 살이 됐다, 이것도 느낄 새가 없었죠. 그냥 하던 대로 계속했죠. 이제 한 살, 두 살 더 먹는 것보다 멤버들이 돌아와서 다시 한다거나 하는 눈앞의 목표나 환경을 생각하죠.
음악과 연기 얘기만 했으니 다른 얘기도 해보죠. 요즘 특별히 관심 가는 게 있나요?
요새 음악과 연기밖에 생각하지 않아서 아, 밤에 자기 전에 하는 반신욕이요. 릴랙스해야겠다는 마음으로 불도 꺼버리고 조명 하나 켜놓고 아로마 오일 풀어서 반신욕을 해요. 최근 휴식 방법에 관심이 생겨서 꾸준히 하려고 하죠. 그런 점에서 또 다른 관심이라면 체력 관리예요. 페스티벌에서 체력이 달려서 못 뛰면 안 되니까. 평소에는 다이빙이나 여행을 좋아하는데 요즘은 못 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힘들어도 유산소운동은 하고 잔다는 마음이죠.
이것도 일과 연관되긴 하네요. 자신을 위해 선물한 물건 같은 것도 없어요?
최근에 백팩 하나 샀어요. 스물다섯 살 때쯤부터 메고 다니던 애착 가방이 있었어요. 패션도 아닌 진짜 애착 가방인데 너무 낡았어요. 들고 다니기에 민망해서 바꿨죠. 그리고 최근에 기초화장품을 샀는데 피부에 잘 맞더라고요.(웃음) 이 정도밖에 없는 거 같아요.
이제 끝나고 어디로 가요?
끝나고 밥 먹으러 가요. 오늘은 곱창이 먹고 싶어요.
Editor : 김종훈 | Photography : 김영준 | Stylist : 노지영 | Hair&Make-up : 장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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