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즈모폴리턴 뮤지션' 미나 오카베, 다양한 음악의 익숙함
덴마크계 父·일본계 母 사이 英서 태어난 덴마크 뮤지션
지난 22일 첫 단독 내한공연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코즈모폴리턴(cosmopolitan·세계주의의) 뮤지션'의 서정주의는 마냥 감상적이지 않다.
덴마크계 아버지·일본계 어머니를 둔 덴마크 싱어송라이터 미나 오카베(Mina Okabe·23)는 중저음의 단단한 목소리로 서정적인 멜로디와 노랫말을 현실에 단단히 붙들어 맨다.
음악의 감성이 숏폼을 통해 표정의 순간으로 소비되는 나날이지만, 잴 수 없는 감성의 깊이를 함부로 재단하지 않고 그걸 음악의 몫으로 온전히 맡겨두는 겸손함을 오카베는 지녔다. 2021년 발매한 첫 정규음반 '베터 데이스(Better Days)'의 타이틀곡 '에브리 세컨드'가 대표적이다.
영국에서 태어나 미국 뉴욕, 필리핀 마닐라 같은 대도시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그녀는 다양한 장르를 흡수했다. 어쿠스틱틱 사운드가 중심이지만 팝, 발라드, 재즈 등을 무람 없지 않게 오간다. 열다섯 살 무렵 덴마크 코펜하겐에 둥지를 틀었고 투어를 통해 여전히 해외 곳곳을 누비며 여러 토양의 자양분을 흡수하는 중이다.
이달만 해도 지난 17~18일 일본 도심형 페스티벌 '서머 소닉, 22일 서울 홍대 앞 무신사 개러지에서 첫 단독 내한공연하며 다채로운 음악 스펙트럼을 보여줬다. 다음은 홍대 앞에서 만난 오카베와 나눈 일문일답.
-지난해 '서울 재즈 페스티벌' 출연 이후 1년 반 만에 한국을 다시 찾았습니다.
"음악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전 세계를 돌면서 연주하고 싶었어요. 작년 서울 첫 공연이 정말 기뻤고, 너무 돌아오고 싶었습니다. 특히 이번에는 조금 더 길게 머물 수 있어서 좋아요."
-다양한 문화권에서 자라서 그런지 음악 세계도 유연하게 느껴집니다. 성장 배경이 음악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나요?
"제가 만드는 음악들엔 굉장히 개인적인 부분이 녹아 있어요. 다양한 곳들에서 자란 환경이 저를 만들었죠. 각지에서 다양한 음악들을 들은 모든 경험이 저를 만들었어요."
-어떤 영향이 음악에 묻어 났는지 우리가 찾아볼 수 있을까요?
"구체적인 것보다는 익숙하게 들었던 음악들이 굉장히 다양하다고 할까요. 예를 들어서 런던에 살았을 때는 더 큐어나 오아시스 같은 음악들을 접했고, 뉴욕에 살 때는 아버지가 (영국 뮤지션이지만) 에이미 와인하우스 음악을 들려줬죠. 또 필리핀에 사는 동안에는 팝 문화에 깊이 빠져들어서 에이브릴 라빈이나 테일러 스위프트 음악을 많이 들었어요. 덴마크에 살게 되면서는 솔(soul)음악 그리고 현지 음악을 접하게 됐습니다. 필리핀에서 국제학교를 다니던 시절엔 합창단 활동을 하면서 다양한 언어로 소통하기도 했죠. 동생이 남아프리카 음악을 접하는 걸 지켜보기도 했어요. 여러 곳에서 살며 다양한 음악들을 접한 게 제게 영향을 미쳤죠."
-덴마크엔 메디나라는 유명 일렉트로 팝 가수가 있고 메탈 강국이기도 한데, 현재 살고 계시니 이곳에서 영향을 받은 부분도 있을까요?
"음악 자체보다는 콘서트를 보러 다닌 경험이 제게 영향을 줬어요. 그리고 지금 밴드 구성원들이 모두 덴마크인이고 프로듀서도 덴마크 사람이죠. 그런 점들로 인해 간접적이고 무의식적인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해요."
-기타 위주로 미니멀하면서도 그루브를 살리는 느낌을 받습니다.
"처음 음악을 시작할 때는 기타만 가지고 노래했어요. 이후 커버곡을 하게 됐고 시간이 흐르면서 작곡도 하게 됐죠. 여러 프로듀서를 만나면서 드럼 같은 다양한 악기를 결합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음악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진솔한 느낌이에요. 처음 음악을 시작했을 때 그 날 것의 느낌을 담아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기타 그리고 피아노 정도의 간결함을 선호하는 이유죠."
-릴스 등 소셜 플랫폼을 통해 곡들이 알려졌는데요. 당신의 음악은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천천히 음미하면서 들으면 더 좋은데 이런 부분이 아쉽지 않나요?
"음악이 유명해진 것에 대해 먼저 기쁘고 그저 고마울 뿐이에요. 예상 밖의 일이었거든요. 2년 전에 릴스 등에서 제 노래가 유행하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저희 팀은 그것에 대해 잘 몰랐어요. '틱톡에서 초당 2000개씩 영상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해. 어떻게 해야 하지?' '인스타에선 3만 뷰가 넘었는데' 등의 얘기를 하며 놀랐죠. 물론 짧은 시간이긴 하지만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음악을 접할 수 있었다는 게 감사해요."
-지금 주로 들려주는 음악과는 성향이 다른, 좀 더 강렬한 음악을 하고 싶지는 않나요?
"'특정 느낌의 음악을 만들어야 한다'는 조언이나 의견을 많이 받는데 지금은 제 생각을 더 중요하게 여겨요. 스스로 진솔하다고 생각하는 음악을 만드는 게 우선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한국에서 '릴스 여신' '어쿠스틱 여신' 등이라고 불러요. 물론 좋은 표현이지만 대상화하는 측면이 있는 말이긴 하죠. 뮤지션을 팬시화하는 느낌도 있고요. 이 부분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오 마이 가시!(Oh My Gosh!) 그렇게 불리지는 몰랐는데 너무 놀랍고 감사해요. 만약에 부정적인 측면으로 누리꾼들이 그렇게 부르고 계신다고 해도 그건 제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라 생각해요. 다만 사람들이 저를 더 알고, 음악을 더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좋다고 생각해요."
-첫 내한공연은 작년이었지만 '서울 마라톤'에 참가한 부친을 따라 열두 살 때 처음 서울을 방문하셨었다고요?
"당시는 먹었던 음식들의 맛으로 기억이 됩니다. 떡볶이를 처음 먹었고, 삼겹살을 구워 먹었죠. 굉장히 추웠던 기억도 나요. 가족들과 함께 서울 여기저기를 걸어 다니면서 돌아다녔던 것 같아요. 아버지는 아직도 마라톤을 뛰세요. 지금까지 한 열여섯 개 정도의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셨어요. 아버지가 새로운 마라톤에 출전하실 때마다 저를 포함 가족들이 함께 뛰겠다고 공언했지만, 사실 지금까지 한 번도 같이 뛴 적은 없어요. 하하. 마라톤까지는 아니지만 러닝은 좋아해요. 머릿속을 비우는 느낌이거든요. 투어를 다니는 와중에도 짐에서 꾸준히 뛰죠."
-부친을 위한 플레이리스트 같은 걸 만들어주신 적은 없나요?
"아버지가 장난 삼아 내가 뛰면서 들을 수 있는 BPM의 노래를 만들어줘라고 말씀하시기는 했어요. 하하."
-예전에 오카베 씨가 한 인터뷰에서 자신 안의 답답한 것들을 표현하고 싶어 노래를 하게 됐다고 말한 것을 봤어요.
"제가 좋아하는 음악은 그 가수의 개인적인 경험을 담은 것들이에요. 예를 들어서 에이미 와인하우스가 쓴 가사의 진솔함은 그녀가 실제로 겪은 것들을 잘 담고 있다는 게 느껴지죠. 그래서 저 역시 다른 개인의 경험에서 영향을 받아서 음악을 쓰고 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새 음반 계획은요.
"정규 2집 작업이 거의 마무리 단계에 있어요. 내년 초에 발매할 예정입니다. 이후 라이브 연주도 많이 할 텐데 한국에 꼭 다시 돌아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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