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에 월급처럼 따박따박 꽂힌다"…뭉칫돈 몰리더니 '완판' [일확연금 노후부자]
금융사 신종자본증권 완판 행렬
금리 하락 시 매매차익 기대
리스크 낮추려면 은행·금융지주 물량 주목
요새 목돈을 어디에 맡겨야 할지 고민하는 금융소비자들이 많습니다. 최근 금리가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은행 정기예금 등의 매력도가 크게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주요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2022년 말 연 5%대까지 치솟았지만 최근 연 3.0~3.4%선까지 하락했습니다. 저축은행과 신협·새마을금고 등 2금융권에서도 최근 연 4%대 정기예금을 찾아보기 어려워졌습니다.
이자소득으로 생활하는 연금투자자들의 걱정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데요. 이러한 금리 하락기에 신종자본증권이 인기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신종자본증권은 쉽게 생각하면 만기가 5년인 채권입니다. 최근 발행되는 신종자본증권 금리는 연 5% 안팎으로, 은행 정기예금보다 많은 이자를 장기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미 고액자산가를 중심으로 투자금이 몰리면서 신종자본증권 ‘완판’ 행렬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5년간 연 5% 고정금리
신종자본증권은 주로 금융회사들이 발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신종자본증권은 만기가 아예 없거나 통상 30년 이상으로 길어 주식과 채권 성격을 동시에 지닌 ‘하이브리드 채권’으로도 불립니다. 만기가 없다는 점은 주식과 유사하지만, 매달 또는 매 분기 일정한 이자를 지급한다는 채권으로서의 특징도 있지요.
최근 금융회사들이 발행하는 신종자본증권 금리를 보면 연 5% 안팎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신한캐피탈은 지난 12일 연 5.35% 금리에 1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습니다. 지난달에는 메리츠금융지주(연 5.1%), 한화생명(연 4.8%), 롯데카드(연 5.68%), IBK투자증권(연 5.7%) 등이 연 5% 수준의 금리로 신종자본증권을 찍었습니다.
그렇다면 신종자본증권은 왜 ‘만기가 5년인 채권’으로 불릴까요. 그건 신종자본증권의 콜옵션(조기상환권) 때문입니다. 신종자본증권에는 통상 발행 시점 5년 뒤 콜옵션 조건이 붙습니다. 콜옵션은 말 그대로 ‘옵션’이기 때문에 발행사가 행사 여부를 정할 수 있습니다. 이론적으론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미죠.
하지만 국내 금융시장에서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행사는 일종의 불문율입니다. 발행 후 5년이 지나면 회사들은 콜옵션을 행사해 투자자들에게 자금을 돌려주는 것이 일반적이죠. 그래서 실제 만기는 30년 이상이지만 국내 금융시장에서 신종자본증권은 '만기가 5년인 채권'으로 여겨지는 겁니다.
즉 신종자본증권에 투자하면 5년간 연 5% 안팎의 이자를 보장받을 수 있는 셈입니다. 정기적인 현금 흐름이 필요한 은퇴자는 물론, 고금리에 자금을 묶어두길 원하는 투자자에게 모두 매력적인 수준입니다.
문일영 신한은행 PWM 한남동센터 팀장은 “신종자본증권은 5년 만기 정기예금에 가입하는 것보다 금리가 높고, 매달 혹은 3개월마다 이자를 받을 수 있어 과표를 분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대부분 자산가들이 포트폴리오의 일부를 신종자본증권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후순위채, 신종자본증권보다 안전
신종자본증권과 유사한 상품으로는 후순위채가 있습니다. 후순위채는 말 그대로 상환 순위가 낮은 채권입니다. 일반적인 채권과 비교해 금리가 높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후순위채는 통상 5~10년 만기로 발행되는데, 신종자본증권과 마찬가지로 5년 후 조기 상환할 수 있는 콜옵션이 붙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를 비교하면 후순위채가 상대적으로 더 안전한 자산으로 꼽힙니다. 신종자본증권은 후순위채보다 변제 순위가 후순위여서 ‘후후순위채’로도 불립니다. 리스크가 큰 대신 신종자본증권 금리는 후순위채보다 통상 0.5~1%포인트가량 높습니다.
최근 발행된 금융회사 후순위채를 살펴보면 금리가 4%대 후반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달 초 교보생명은 4.3% 금리에 후순위채 7000억원어치를 발행했습니다. 이달 말 한화손해보험과 KDB생명은 각각 4.78%, 5.82% 금리에 후순위채를 발행할 계획입니다.
금융회사의 신용등급이 낮다면 후순위채 금리가 7~8% 수준까지 육박하기도 합니다. 다만 금리가 높을수록 리스크가 큰 회사이기 때문에 투자에 유의해야 합니다.
금리 하락 시 매매차익 기대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는 형식상 채권이기 때문에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습니다. 향후 금리가 하락하면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신종자본증권의 매매 차익은 비과세가 적용된다는 점도 매력적입니다.
그렇다면 신종자본증권은 어떻게 투자할 수 있을까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증권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등을 이용하는 겁니다. 개인투자자가 직접 신종자본증권 수요예측에 참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습니다. 증권사들이 수요예측에 참여해 물량을 나눠 받으면, 개인투자자들이 해당 증권사를 통해 매입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물론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 투자가 아무런 리스크가 없는 건 아닙니다. 상환 순위가 후순위이기 때문에 회사가 부도나거나 파산 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또 신종자본증권의 경우 발행사가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으면 실질 만기가 연장돼 투자금이 묶일 위험도 있습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발행사가 금융권인 경우 부실 금융회사로 지정되거나 파산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습니다. 원금 손실이 우려된다면 은행이나 금융지주가 발행하는 신종자본증권을 눈여겨볼 만합니다. 다른 금융사 대비 금리는 낮지만 원금 손실 가능성이 매우 작기 때문입니다.
은행과 금융지주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등 자본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꾸준히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고 있습니다. 다음달에는 신한금융지주와 농협금융지주는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 나설 계획입니다.
박경민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국내 은행지주사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은 모두 우수한 수준이기 때문에 5년 만기 동안 보유할 계획이라면 금리가 높은 순으로 투자해도 무방하다”며 “4대 금융지주 중에선 신한·하나금융, 지방금융지주 중에선 JB금융 신종자본증권이 매력적”이라고 조언했습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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