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한일전' 호주 호위함 사업, 우리끼리 경쟁해서야
한국 군사문제연구원 객원연구원
미국의 전략 이론가 콜린 그레이는 “역사상의 전쟁에서 도전국들은 대부분이 대륙 국가에서 나왔고, 승리한 국가들은 대부분 해양국이었다. 전쟁이 장기적으로 지속될 경우 전쟁 물자를 끊임없는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바다를 장악한 국가가 궁극적인 승자가 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요즘 이러한 시대 조류에 편승하여 세계 각국의 군함 수요가 대폭 늘어나며 한국조선소가 조명을 받고 있다. 폴란드, 캐나다, 필리핀과 중동의 한 국가는 잠수함을, 호주, 페루, 태국, 필리핀은 호위함 구매 의사를 한국의 조선소에 타전해오고 있다. 잠수함, 수상 전투함의 국내 수요가 한계에 이르러 조선소의 생산라인을 축소해야 하는 상황에서 수출길이 보이고 있다.
이중 가장 먼저 호주가 3000톤 급 호위함 11척을 구매하려고 하고 있어, 우리의 판매전략 수립이 시급하다. 현재 호주가 구매하고자 하는 대상함정으로는 한국의 충남급과 대구급 호위함, 일본의 모가미급 호위함, 독일 A-200급 호위함 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한국과 일본의 함정이 크기와 성능이 호주가 원하는 수준에 가장 근접하고 있어 한일간의 호위함 수주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한국과 일본의 군함은 성능에서는 유사하지만 가격면에서 한국이 유리하다. 단, 경쟁환경에서는 한국이 다소 불리하다. 일본은 미쓰비시조선소가 단일 모델로 국가의 지원을 받으면서 경쟁에 참여하는 반면, 한국은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두 개의 조선소에서 각기 다른 모델로 경쟁에 참여한다. 호주 측에서는 기술이전 정도, 현지건조와 지역 경제 기여도 등 우리 정부가 관여하는 절충교역 분야도 요구하고 있어 방위사업청과 우리 조선소간 협력이 절실하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가. 한국은 현재 방사청과 수주전에 참여하는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간 협력은 고사하고 신뢰가 붕괴된 상태이다. 그 이유는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수주전에서 발생된 법정다툼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유를 막론하고 사업관리의 총 책임은 방사청에 있는 바, 방사청장은 과열 경쟁으로 발생된 KDDX 문제에 대하여 솔직하게 국민들의 양해를 구하고, 하루빨리 양사간 협력체계를 구축하여 호주 수주전에 참여해야 한다. 양사간 갈등으로 해군의 KDDX 전력화가 1년 이상 지연된 데 이어 대형 국제 수주전에서 마저 탈락한다면 국민들은 방사청의 존재 이유를 따질 것이다.
한국의 방위산업은 국민들의 혈세로 구축됐다. 국민들의 관심은 국익이 우선이지 기업들의 잘잘못에 의한 자존심 싸움에는 싸늘할 뿐이다. 방사청과 조선소 임직원들은 모처럼 맞이한 해외 대형 수주전에서 우리끼리 경쟁하다 실패하면 조선소 생산 라인마저 중단될 수 있음을 명심하고 승리를 위하여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
김관용 (kky144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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