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신상담 산체스의 폭풍샷 “1년간 내 인생 가장 많이 연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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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9시30분부터 밤 10시까지 훈련했다."
자존심을 회복한 그는 "그동안 '산체스 끝났다'는 말도 있었지만 일절 신경 쓰지 않았다. 힘든 시간을 통과한 끝에 나 자신을 증명했다"며 활짝 웃었다.
산체스는 향후 우승 전망을 묻는 말에, "당장 내일 경기를 하면 누구한테도 질 수 있는 게 피비에이 무대다. 지금은 이 순간을 즐기고 싶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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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났다” 소리 신경 끈 채 집중해
“오전 9시30분부터 밤 10시까지 훈련했다.”
평범한 선수의 말이 아니다. 한 시대를 풍미한 세계적인 스타의 증언이다. 모든 우승 뒤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세계 최강의 선수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다니엘 산체스(50·에스와이)가 26일 베트남 하노이 그랜드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2024 PBA 에스와이 바자르 하노이 오픈’ 결승전에서 엄상필(우리금융캐피탈)을 4-2(15:2 15:3 15:6 13:15 2:15 15:6)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우승상금 1억원.
3쿠션 월드컵 15회 우승, 세계3쿠션선수권 4회 제패의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산체스는 이날 결승전 승리 뒤 기자회견에서 “울음이 터질 것 같았는데 참았다”고 했다. 그의 말에는 지난 1년여간의 고통스러운 피비에이 적응과정의 어려움이 들어 있다.
산체스는 이날 결승전에서 3세트까지 애버리지 3.461로 맹폭을 가하며 질주했고, 4~5세트에 이뤄진 엄상필의 반격에 주춤했지만, 6세트에 상대를 6점에 묶으면서 승부의 마침표를 찍었다. 자존심을 회복한 그는 “그동안 ‘산체스 끝났다’는 말도 있었지만 일절 신경 쓰지 않았다. 힘든 시간을 통과한 끝에 나 자신을 증명했다”며 활짝 웃었다.
세계 최고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닌 산체스는 지난해 6월 피비에이 무대에 데뷔했다. 하지만 프로 첫 시즌 9개 투어에서 그는 128강 관문을 통과하지 못한 적도 많았다. 최고 성적은 32강 진출이었고, 시즌 최종 랭킹이 60위 밖으로 밀리는 등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자존심도 상했다.
그는 “내 인생에서 이렇게 바닥으로 밀린 적이 없었다. 정말 힘든 15개월이었다”고 돌아봤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은 기존의 3쿠션 무대와 다른 피비에이의 경기 환경 때문이다. 산체스는 “공도 달랐고, 테이블 천도 달랐다. 경기 방식이나 응원 문화도 새로웠다”고 설명했다.
이런 낯선 상황을 극복하는 유일한 방법은 연습밖에 없었다. 그는 “지난 1년간 내 인생에서 가장 많은 연습을 했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의 숙소에서 당구장으로 가서 오전 9시30분부터 밤 8시나 10까지 훈련에만 집중했다”고 밝혔다. 가족도 없이 홀로 생활하는 그에게 모국인 스페인 출신의 이반 마요르와 팀 동료 등의 지원은 큰 힘이 됐다.
그는 “스페인의 어머니와 아내, 아이들과 ‘톡방’을 통해 늘 대화한다. 80살이 넘은 어머니는 새벽에도 내 경기를 지켜본다”며 가족의 끈끈한 사랑을 전했다. 하지만 “혼자 생활하니 더 집중할 수 있다”고 말하는 등 승부사로서 고독한 한국 생활을 감내했다.
결국 1년여 와신상담한 산체스는 올 시즌 2차 투어에서 16강까지 치고 올라갔고, 3차 투어 격인 이번 하노이 오픈에서 부활하면서 명성을 되찾았다.
첫 우승 물꼬를 튼 만큼 올 시즌 그의 질주에는 가속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산체스는 향후 우승 전망을 묻는 말에, “당장 내일 경기를 하면 누구한테도 질 수 있는 게 피비에이 무대다. 지금은 이 순간을 즐기고 싶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하지만 산체스의 수준 높은 플레이에 팬들의 기대감은 커졌고, 볼거리는 늘어났다. 이날 결승전 경기에는 많은 팬이 유튜브를 통해 접속했고, 방송 해설진은 “그동안의 한풀이를 하는 것 같다” “실력 어디 가지 않는다” 등의 높은 평가를 했다.
산체스가 우승을 계기로 새로운 동력을 마련한 것도 분명해 보인다. 체력적인 부담도 없다. 그는 “당구를 치기에는 아직도 젊다. 은퇴하기까지는 멀다”라며 의욕을 과시했는데, 소년의 미소처럼 해맑은 표정에는 확실히 새로운 자신감이 꽉 차 보였다.
하노이/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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