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맥' 명동서 사고 터진 농협…지배구조 개선 힘 받나
횡령 발생 명동지점…지점 위상 고려하면 '의외'
중앙회-금융지주, 지배구조 직격 금감원…힘 받을까
농협은행에서 117억원의 횡령이 또다시 발생하면서 농협금융의 지배구조 개선 목소리에도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횡령 사고가 금융감독원이 금융사고 예방을 위해 지배구조와 내부통제 강화를 강도 높게 주문했음에도 발생한 일이어서다.
특히 그간 금감원은 농협은행 등 농협금융지주 계열사에서 발생하는 잦은 금융사고의 원인 중 하나로 농협금융지주의 독특한 지배구조를 꼽았다.
서울 중심 명동도 뚫렸다…내부통제 '구멍'
농협은행은 지난 23일 서울 명동지점에서 약 117억원 규모의 횡령 의심 사고가 발생, 감사에 착수했다. 해당 지점 과장보 직원 A씨는 지난 2020년 6월부터 2024년 8월까지 약 4년 2개월 동안 횡령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인 명의를 도용, 허위 대출을 내주는 방식이다. ▷관련기사 : '믿을 은행 어디?' 이번엔 농협은행…117억 횡령 사고 또다시 (8월 23일)
농협은행은 지난 3월 이후 사고예방 상시감시 강화 작업에 돌입했고 이에 따라 해당 여신거래 행위를 발견해 자체 적발에 성공했다는 입장이다.
다만 은행권에서 바라보는 시각은 다르다. 횡령이 발생한 시기, 발생 지점 등을 따져보면 농협은행의 내부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는지 의문이라고 보고 있다.
먼저 횡령이 발생한 시기인 2020년 6월부터 올해 8월까지는 우리은행, 경남은행 등에서 횡령 사고가 연이어 적발된 데다가, 배임 등의 금융사고도 터지면서 금감원이 은행들의 금융사고 예방을 강력히 주문했다.
게다가 금감원은 올해 상반기 농협은행에 대한 정기검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즉 금감원이 여느 때보다 눈을 부릅뜨고 은행을 살피던 중에도 횡령이 있었다는 얘기다.
또 하나는 횡령이 발생한 명동지점의 특수성이다. 명동지점은 기업여신이나 가계여신 취급이 몰리는 곳은 아니지만, 서울 중심이자 금융의 본가라는 지역 특성상 은행의 핵심 영업점 중 하나로 꼽힌다.
한 은행 관계자는 "명동지점은 모든 은행의 본사와 위치도 가깝고 보는 눈이 많기 때문에 더더욱 모든 업무가 철저한 매뉴얼 아래에서 이뤄질 수 밖에 없다"라며 "타행에서 발생한 금융사고가 매뉴얼이 있어도 보는 눈이 적어 사실상 매뉴얼을 무력화시킨 측면이 있을 수 있다지만, 명동 지점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이번 사고가 의아한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3자의 명의를 빌려 허위로 대출을 진행 했다고 하는데 이 대출에 대한 지점, 본부 차원에서 리뷰(검토)가 없어 적발되지 않았다면 이 역시도 시스템 미비의 증거라고 보여진다"고 덧붙였다.
금감원, 정기검사 결과도 주목…지배구조 탓일까
앞서 금감원은 올해 초 농협은행에서 초과대출, 배임 등의 금융사고가 발생하자 이에 대한 원인 중 하나로 농협금융지주의 특이한 지배구조를 꼽았다. ▷관련기사 : 연이은 '배임' 농협은행…금감원, 중앙회 '인적교류' 끊어낼까 (5월 27일)
농협금융지주가 농협중앙회로부터 신경분리하기는 했지만 농협중앙회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어 여전히 농협중앙회의 입김이 강하다는게 금융권의 중론이다.
금감원은 농협중앙회가 농협금융지주와 산하 계열사들의 장악력을 유지하기 위해 빈번한 인적교류를 단행해 왔는데, 이 과정에서 금융업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지는 인력들이 배치됐고 이는 금융사고 발생의 원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고 판단한다.
이번 농협은행의 횡령이 발생한 농협은행 명동지점도 농협중앙회 출신 인사들의 관리·감독 아래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금감원의 이러한 지적에 힘을 보탤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관련 농협은행 명동지점은 농협은행 서울 본부에서 관리하는데, 현 농협은행 서울본부장 역시 농협중앙회 출신이다.
반면 농협 내부에선 조직 특성상 이같은 인력구조가 불가피하다는 시각도 나온다. 농협금융지주가 농협중앙회로부터 신경분리한 시기가 올해로 12년째인 점을 고려하면 관리자급 인사는 농협중앙회 출신 인사가 임명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이유에서다. 농협금융지주는 지난 2012년 농협중앙회로부터 신경분리했다.
익명을 요구한 농협금융 관계자는 "농협금융지주가 신경분리한 이후 입사한 직원들이 이제 차장급이 됐을 연차"라며 "신경분리 이전 경제사업, 상호금융 등에서 근무하며 금융업에 대한 경력을 쌓아온 인사들에 대해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보이는데, 그렇다면 중앙회 출신 대신 외부 인재로 인력을 채울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경남 (lk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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