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제한·한도 축소"…은행권, 대출 어디까지 조이나
금융당국, 은행권 금리 인상에 "손쉬운 방법" 비판
[서울=뉴시스]이주혜 기자 = 은행권이 가계대출 증가세를 관리하기 위해 금리뿐만 아니라 대출 한도 및 만기 축소 등 추가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금리 인상에도 가계대출이 늘어나고 있는 데다 금융당국이 대출금리 인상에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낸 영향으로 풀이된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KB국민은행은 실수요자 중심의 가계부채 관리대책을 추가 발표했다. 지난달 29일부터 다주택자 주택구입자금 대출 취급과 타행대환용 주담대 신규 취급을 제한한 데 이어 내놓은 방안이다.
국민은행은 이달 29일부터 수도권 소재 주택담보대출 최장 대출기간을 30년으로 축소한다. 현재 최장 대출기간은 만 34세 이하 50년, 그외 40년이다.
생활안정자금 목적의 주담대 한도는 1억원으로 제한한다. 기존에는 한도 제한이 없었다. 다만 임대보증금 반환 목적의 생활안정자금 대출은 한도를 초과할 수 있다. 마이너스통장 한도는 기존 1억~1억5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축소한다.
또신규 주택 구입 대출시 1년 이내, 생활안정자금 대출은 3년 이내로 운영 중인 주담대 거치기간도 없애기로 했다. 나대지(지상에 건물이 없는 토지) 담보 대출과 타행 전세자금대출 대환도 금지된다.
국민은행은 신규 주담대의 모기지보험(MCI·MCG) 취급도 중단하기로 했다. MCI·MCG는 주담대와 동시에 가입하는 보험이다. 이 보험이 없으면 소액 임차보증금을 뺀 금액만 대출이 가능하다. 사실상 대출 한도가 축소되는 셈이다.
MCI·MCG 가입이 제한되면 지역에 따라 서울 5500만원, 기타 지역 2500만원의 대출 한도가 줄어든다고 은행 측은 설명했다.
신한은행이 전날부터 플러스모기지론(MCI·MCG) 취급을 중단한 데 이어 국민은행도 이에 동참한 것이다.
신한은행은 전날부터 조건부 전세자금대출도 취급하지 않는다. 임대인(매수자) 소유권 이전 조건, 선순위채권 말소 또는 감액 조건, 주택 처분 조건 등이 해당한다. 또 신탁등기 물건지 주택금융공사 전세자금대출의 취급도 중단한다. 기존에는 서울보증보험, 도시보증공사 전세자금대출만 취급을 중단해왔다.
우리은행은 다음 달 2일부터 주담대 총량 관리를 위한 조치를 적용한다. 국민·신한은행과 마찬가지로 MCI·MCG 가입을 제한한다. 소유권 이전, 신탁등기 말소 등 조건부 전세대출 취급도 중단한다.
다주택자의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담대 한도는 기존 2억원에서 1억원으로 축소한다. 또 대출 모집법인별 월간 한도를 2000억원 내외로 관리할 예정이다.
지난달부터 대출금리를 인상하며 가계대출 증가세를 조절해온 은행들이 대출 중단, 한도 축소 등 추가 방안을 내놓은 것은 금리 인상에도 가계대출이 급증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금융당국은 금리 인상 외에 다른 대응책을 내놓을 것을 압박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25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일부 은행은 본인들이 예정한 가계대출 관리 스케줄에서 크게 벗어나자 금리 인상 등 손쉬운 방법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감독당국의 바람은 그런 방식보다는 가계대출 포트폴리오를 체계적으로 미리미리 관리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라며 "예를 들어 금리 인상보다는 다주택자 대출 및 갭투자 관리 강화 등을 통해 은행들이 자율적으로 미리 판단하고 관리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국민·신한·우리은행 외에 다른 은행들도 당국의 기조에 맞춘 추가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날 조용병 은행연합회장과 주요 은행장들은 은행연합회 이사은행장 간담회를 열고 가계부채 관리 대응방향을 논의했다. 은행권은 다음 달 시행 예정인 스트레스 DSR 2단계와 은행권 내부 관리목적 DSR 산출 등 금융당국의 정책방향에 적극 협조하기로 했다. 또 실수요자 중심의 자금공급을 유지하되 공급되는 자금이 실수요와 무관한 갭투자 등 투기수요나 부동산 가격 부양 수단 등으로 활용되지 않도록 각 은행이 자율적으로 다양한 조치를 시행하기로 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가계부채 증가세가 심상치 않기 때문에 대응책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다. 각 은행의 여건과 포트폴리오 관리에 맞는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결국 신규 수요를 억제하고 대출 총량을 관리하는 게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이제 금리가 아니라 한도가 중요해졌다"면서 "한도를 제한하지 않는 은행으로 대출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은행권에서 관련 조치가 확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winj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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