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벗’에 안도한 증시, 엔비디아 호실적만 믿는다
미국의 금리 인하가 가시화되면서 시장은 이번주 목요일 오전(한국시간) 나오는 엔비디아의 2분기 실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경기침체 우려가 한풀 꺾이고 위험선호심리가 살아난 상황에서, 인공지능(AI) 대장주 엔비디아의 실적은 증시를 좌우하는 기술주의 흐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엔비디아 실적, 3번 연속 ‘서프라이즈’ 가능할까
오는 28일(현지시간) 엔비디아는 장 마감 후 2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3분기 들어 시장을 흔들었던 엔 캐리트레이드·경기침체·트럼프트레이드의 우려와 영향이 점차 수그러든 가운데, 엔비디아의 호실적은 ‘AI 의구심’을 불식시키고 증시 반등의 ‘마지막 퍼즐’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시장의 기대가 크다.
실제로 올해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는 증시 반등의 직접적 계기가 됐다. 엔비디아의 지난 4분기(2월21일)와 올해 1분기(5월22일) 실적 발표 다음날 주가는 각각 16.4%, 9.32% 치솟았고 이후 한 달간 주가는 35.5%, 33.3% 반등했다. 나스닥지수도 같은 기간 5.27%, 5.3% 올랐다.
엔비디아의 호실적은 국내 증시에도 ‘호재’가 될 수 있다. ‘서학개미’의 기술주 투자 비중이 높은 만큼 해외 투자 증가로 이어져 환율의 낙폭을 만회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주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위험선호 심리 결정에 엔비디아 실적 발표가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라며 “내국인의 투자 수요가 환율 하락폭을 제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진 실적이 시장의 예상을 큰 폭으로 뛰어넘으며 ‘어닝 서프라이즈→ AI 랠리’의 공식을 만들어냈지만, 엔비디아가 시장의 기대에 계속 부응할 수 있을진 의문부호가 따른다. 시장의 눈높이는 갈수록 높아지지만, 성장세는 점차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미 실제 매출과 컨센서스(예상치)의 격차는 갈수록 축소(12.6%→8.3%→7.8%)되고 있다. 엔비디아의 2분기 매출액 컨센서스는 전 분기보다 약 27억달러 늘어난 287억달러(약 38조820억원)로 추산되는데, 매출액이 이를 소폭 상회하는데 그칠 경우 기술주의 반등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가이던스와 컨센서스, 그리고 실제 발표치의 차이를 감안할 때 매출은 300억 달러, 매출총이익률은 77% 이상이 나와야 시장의 실질적인 기대에 부합하지 않을까 생각된다”며 “이 정도 수준의 실적이 아니라면 지난 두 번의 실적 발표 때와 같은 강한 주가 상승세가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AI 이외의 투자처가 마땅치 않았던 상반기와 달리 4분기 금리인하로 수혜를 보는 투자처가 넓어지는 만큼 AI 쏠림이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정다운 LS증권 연구원은 “금리인하가 마법의 탄환처럼 여겨지는 상황에서 상당 기간 소외됐던 업종들이 관심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라며 “엔비디아가 동일한 성장성을 보이더라도 수급이 더 쏠리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경민 기자 kim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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