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효과 두 달 반짝?…줄어든 외국인 주식투자

김보라 2024. 8. 2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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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주식 순매수 규모 2월 7조 넘긴 뒤 하락
순매수도 코스피 위주…코스닥은 규모 적어
전체 상장사 중 0.3%만 밸류업 공시 참여해
두산그룹 합병 이슈 등 밸류업 한계 드러나

지난해부터 이어진 일본의 증시 활황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일본 증시로 들어온 것이 결정적 계기였다. 한국의 금융당국도 이를 본떠 지난 2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기업가치제고)을 도입했다. 

하지만 외국인들이 한국 증시에 투자하는 금액은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이후 반짝 상승한 뒤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밸류업 프로그램을 시행하면 코스피 지수가 3000까지 간다는 기대감도 있었지만 시장은 코스피지수가 연말까지 박스권(주가 지수가 일정한 가격 범위 안에서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하는 움직임)에 갇혀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다.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한 지 반년이 지나고 있지만 시장에서 체감하는 효과는 아직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밸류업 효과 두 달 반짝…주식투자 줄인 외국인들 

금융감독원이 매달 발표하는 외국인 증권투자동향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을 발표한 뒤 2월 한 달 외국인 투자자들의 한국 주식 순매수 규모는 7조3750억원을 기록했다. 한 달 전인 1월 순매수 규모가 3조3530억원인 것과 비교하면 무려 120% 증가한 수치다. 

외국인 증권 주식 투자 순매수 매도 액수 추이

금감원은 밸류업 효과라고 평가했다. 당시 금감원 관계자는 "영국·미국·스웨덴 등 주요국들이 한국 주식투자를 크게 늘렸다"며 "특히 현대차, KB금융지주 등 저PBR 종목들을 중심으로 투자를 크게 늘린 만큼 기업 밸류업 정책효과로 인해 외국인 투자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한다"고 설명했다. 

밸류업 효과는 3월까지 이어졌다. 3월 외국인 투자자들의 한국 주식 순매수 규모는 5조1020억원으로 2월보다는 규모가 줄었지만 1월보다는 규모가 컸다. 금감원은 외국인 주식투자를 집계하기 시작한 1998년 이후 1분기 기준 순매수 금액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고 평가했다. 역시 밸류업 효과가 이어진 영향으로 본 것이다. 

하지만 4월 이후 한국주식 순매수 규모는 줄어들기 시작했다. 4월 외국인 투자자들의 순매수 규모는 2조6260억원으로 3월 대비 반토막이 됐다. 5월에는 1조5290억원으로 더 감소했다가 6월 2조8980억원, 7월 2조4960억원을 기록했다.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하기 전인 1월(3조3530억원)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밸류업 외면 받는 코스닥 시장 

그나마 다행인 점은 지난해 11월부터 9개월 연속 순매수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외국인 증권 주식 투자 추이

다만 이마저도 코스피 위주로 움직이는 모양새다. 순매수 규모가 7조원을 넘었던 지난 2월 외국인 투자자들은 코스피에 상장된 주식 위주로 한국 주식을 사들였다. 당시 코스닥 순매수 규모는 1000억원에 불과했다. 

또 코스피는 2월부터 7월까지 규모는 줄었어도 꾸준히 순매수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코스닥은 순매수 규모가 2월 1000억원, 3월 8870억원으로 늘더니 4월에는 1조240억원을 순매도했다. 5월에는 다시 순매수 기조로 돌아섰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5월 코스닥 주식 1610억원을 순매수했고 6월에는 이보다 늘어난 9490억원, 7월에는 1890억원을 순매수했다. 

다시 순매수 기조로 돌아서긴 했지만 지난해 7월 외국인 투자자들이 코스닥 시장에서만 2조4960억원을 매수한 것과 비교하면 규모는 적은 편이다. 밸류업의 효과 역시 코스피 시장 위주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지점이다. 

외국인은 커녕 국내 기업도 외면하는 밸류업

금융당국은 밸류업 프로그램의 효과를 가늠할 수 있는 외국인 투자자금의 변화 추이를 애써 외면하는 모습이다. 밸류업을 발표한 지 반년이 지났지만 외국인 투자는 둘째치고 국내 기업들의 참여도 미미한 수준이다. 

지난 5월 말부터 기업들은 한국거래소 기업공시채널(KIND)에 따로 만들어 놓은 기업 밸류업 통합페이지에 밸류업 공시를 할 수 있다. 

공시를 한 지 세 달이 됐지만 기업가치제고 계획을 공시한 기업은 8곳에 불과하다. 코스피 상장사 845개, 코스닥 상장사 1749개(총 2594개) 중 0.3%만 밸류업 공시를 한 것이다. 밸류업 공시를 올린 곳은 △키움증권 △에프앤가이드 △콜마홀딩스 △메리츠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신한지주 △DB하이텍 △미래에셋증권 8곳이다. 

언제 밸류업 공시를 하겠다는 안내 또는 예고 공시를 올린 곳은 △KB금융 △HK이노엔 △콜마비앤에이치 △BNK금융지주 △카카오뱅크 △케이티앤지 △컴투스 △LG전자 △지역난방공사 9곳(안내·예고 공시 이후 밸류업 공시를 올린 기업은 제외)이다. 

기업가치제고 계획을 올리거나 안내·예고 공시를 한 기업 중 코스닥 상장사는 4곳(△에프앤가이드 △HK이노엔 △콜마비앤에이치 △컴투스)에 불과하다. 

금융당국 "밸류업 잘 되고 있다"…국내에선 참여 호소

이처럼 밸류업 프로그램의 이행이 지지부진한 상황인데도 금융당국은 밸류업이 잘 되고 있다며 자평하고 있다.  

지난 7월 영국 런던을 방문했던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현재 여러 기업이 참여를 시작하는 등 이미 시장에서 상당한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금융당국 역시 밸류업 참여가 저조하다는 점은 인식하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7월 31일 취임한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 12일 한국거래소, 금융투자협회, 한국상장사협의회, 코스닥협회 등 유관기관을 만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주제로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김병환 위원장은 "보다 단단하고 회복력을 갖춘 증시로의 체질 개선을 위해서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확산‧내실화를 통한 상장기업과 증시의 경쟁력 제고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업 밸류업의 핵심적 성공요인은 시장 참여자들의 자발적, 적극적 참여"라며 "선제적으로 공시에 참여해주신 기업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다른 상장기업들도 참여의 흐름에 동참해 주시기를 기대한다"며 기업들의 적극적인 밸류업 참여를 다시 한번 독려했다. 

금융당국의 참여 호소에도 한국 밸류업 프로그램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19일 한국 자본시장 밸류업 정책의 방향성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기업가치제고 계획에 대해 공시의무를 부여하지 않아 기업의 참여를 끌어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가 있다"며 "강제성이 없어 실효성도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보고서는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가 불분명한 사업결합(두산그룹 합병 이슈)이 추진되면서 지배주주와 일반주주의 이해가 상충하는 상황이 시장 논란의 한 가운데 있고, 이사회가 감시와 견제의 기능을 독립적으로 수행하는지도 의구심이 해소되지 않고 있어 밸류업 정책의 실효성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보라 (bora5775@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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