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배럴 사라질 수도"…'리비아 생산 중단' 국제유가, 3%대 급등
WTI 배럴당 77.42달러 "10일 만 최고",
런던 브렌트유도 10일 만에 80달러 돌파
이스라엘과 헤즈볼라(레바논 무장 정파) 간 무력 충돌로 중동 전쟁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산유국 리비아의 생산 중단 소식까지 이어지며 국제유가가 10일 만에 장중 최고치로 치솟았다.
26일(현지시간) CNBC 등에 따르면 서부텍사스산원유(WTI), 브렌트유 등 국제유가 선물 가격은 모두 3%대 급등세를 나타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0월 인도분 WTI 선물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3.46%(2.59달러) 급등한 배럴당 77.42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지난 16일 이후 최고 수준인 배럴당 77.60달러까지 올랐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10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가격 역시 전 거래일 대비 3.05%(2.41달러) 오른 배럴당 81.43달러를 기록했다. 브렌트유 선물 가격이 배럴당 80달러를 넘어선 것도 지난 16일 이후 처음이다.
이날 국제유가는 이스라엘과 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간 가자지구 휴전 협상이 유의미한 성과 없이 마무리되고,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무력 충돌로 중동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리비아의 생산 중단으로 공급 우려가 커진 여파로 급등했다.
리비아 동부 정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불가항력"을 이유로 모든 유전을 폐쇄하고, 추가 공지가 있을 때까지 모든 석유 생산과 수출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외신은 이번 생산 중단이 중앙은행 총재 자리를 두고 리비아 동부를 장악한 국가안정정부(GNS)와 수도 트리폴리 등 서부를 통치하는 통합정부(GNU) 간 갈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짚었다. 실제 국가안정정부는 성명에서 이번 생산 중단이 "리비아에서 가장 중요한 금융 기관을 통제하려는 '무법자 집단'(outlaw groups)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리비아는 2011년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지원을 받아 오랜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을 무너뜨린 이후 수년간의 분쟁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리비아 정권은 현재 압둘하미드 드레이바 총리가 이끄는 통합정부와 군사 독재자 칼리파 하프타르의 지원을 받는 국가안정정부로 분열된 상태다.
리비아의 유전 대부분은 국가안정정부가 통제하는 지역에 있지만 석유 수입과 국가 예산은 모두 통합정부가 통치하는 수도 트리폴리에 있는 중앙은행에서 관리하고 있다. AFP는 "국가안정정부의 이번 결정으로 리비아 전국 유전과 터미널의 약 90%가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에너지 관련 물류 조사업체인 케이플러의 매트 스미스 수석 석유 분석가는 CNBC에 "리비아는 하루 평균 약 120만 배럴의 석유를 생산하고, 100만 배럴 이상을 수출하고 있다"며 "리비아의 생산과 수출 중단은 세계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이어 유럽이 리비아의 공급 손실을 대체하기 위해 미국산 셰일오일을 구매하면 미국산 원유가 이번 생산 중단의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바니 스타우보노 USB 애널리스트는 "현재 석유 시장 관련 최대 위험은 리비아의 정치적 긴장에 따른 석유 생산 감소일 것"이라며 리비아의 산유량이 '0'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따르면 지난달 리비아의 석유 생산량은 하루 평균 118만 배럴에 달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리비아의 생산 중단에도 중국 경기 둔화, 주요 산유국의 산유량 확대 등을 이유로 국제유가의 추가 상승 가능성을 낮게 점쳤다.
모간스탠리는 주간 원유 시장 보고서에서 중국 등 세계 원유 수요 약화와 OPEC+(OPEC 회원국과 비회원국 협의체) 산유국의 공급 확대 등을 반영해 올해 4분기 국제유가 전망치를 기존 배럴당 85달러에서 80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또 2025년 전망치는 기존 76달러보다 낮은 75달러로 조정했다. 보고서는 중국의 경기 둔화와 전기차 전환 등 친환경 움직임 등을 이유로 올해 세계 석유 수요 증가 전망치를 기존의 하루 평균 120만 배럴에서 110만 배럴로 낮췄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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