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둥이 알바생' 고민시, 이번엔 피범벅 얼굴..."보기 드문 코리안 여성 악역"

양승준 2024. 8. 27.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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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의 주인공 성아를 연기한 배우 고민시(29)는 펜션에 도통 나타나지 않는 사장 영하(김윤석)에게 전화로 이렇게 떼를 쓴다.

이 드라마에서 고민시는 전에 없던 광기 어린 얼굴을 보여준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에서 파격 연기를 선보인 고민시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 배우다.

고민시는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촬영을 위해 체중을 43㎏까지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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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광기 연기 
드라마·영화·예능 활약 '고민시 전성시대'
드라마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와 예능프로그램 '서진이네'2에서 상반된 배우 고민시의 모습. 넷플릭스 제공, tvN 영상 캡처

"아저씨이이~ 도대체 언제 올 거예요?"

지난 23일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의 주인공 성아를 연기한 배우 고민시(29)는 펜션에 도통 나타나지 않는 사장 영하(김윤석)에게 전화로 이렇게 떼를 쓴다. 얼굴이 피범벅인 채로. 전화받기 직전 사람을 죽였기 때문이다. 이렇게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투정이 있을까.

드라마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고민시의 모습. 넷플릭스 제공
'악귀'를 압도한 공포, 고민시

이 드라마에서 고민시는 전에 없던 광기 어린 얼굴을 보여준다. tvN 예능프로그램 '서진이네' 시즌2에서 음식 주문이 밀릴까 봐 화장실 갈 시간을 아끼려고 물도 마시지 않고 전전긍긍하는 '순둥이 인턴 고민시'는 없다. 극에서 죄책감 없이 살인을 저지르는 그는 강력반 출신 파출소장 보민 역을 맡은 배우 이정은과 함께 쫓고 쫓기는 여성판 '추격자'를 선보인다. '아귀'(영화 '타짜'에서 김윤석이 맡았던 악역 이름)와의 기싸움에서도 밀리지 않는다. 26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고민시는 "외국 시청자들 반응이 정말 궁금했는데 '(범죄 스릴러에서) 보기 드문 코리안 여성 악역이 나왔다'고 하더라"며 웃었다.

영화 '밀수' 속 고민시.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 제공
드라마 '오월의 청춘' 속 고민시. KBS 제공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에서 파격 연기를 선보인 고민시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 배우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 '오월의 청춘'(2021)에서 누군가의 아련한 첫사랑으로 나왔던 그는 영화 '밀수'(2023)에선 억센 다방 종업원으로 돌변했다. 공상과학(SF) 드라마 '스위트홈' 시리즈(2020~2024) 속 까칠한 사춘기 소녀부터 영화 '마녀'(2018)의 '욕쟁이' 여전사까지. 그는 시대와 장르를 넘나들며 연기의 틀을 깼다. "차분한데 청순하지 않고 가라앉아 있는 것 같은데 강렬한"(박진규 드라마 평론가) 오묘한 이미지가 배우로서 그의 매력. "어떤 대사든 자기만의 방식으로 소화"(이응복 '스위트홈' 시리즈 감독)한다며 제작자들은 고민시를 너도나도 찾는다.

배우 고민시는 26일 "기회가 있다면 정통사극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제공
"조직 문화에 적합"하다는 소리 듣는 연예인

고민시는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촬영을 위해 체중을 43㎏까지 줄였다. 앙상한 모습으로 캐릭터의 성적 매력을 보여주고 싶어서가 아니다. "(연쇄 살인자 역인 만큼) 척추의 뼈가 드러나 기괴하면서도 동물적인 느낌을 확 풍기기 위해" 택한 결정이다. 20대 간판 스타인 그는 배우로서 강점으로 "자기객관화"를 꼽았다. 이유는 그의 성장 과정에서 찾을 수 있다. 충북 청주에서 배우가 되기 위해 서울로 향한 그는 "오디션에 1,000번쯤 떨어졌다"고 했다. "미친 듯 떨어지다 보니 오기가 생겼고, 오디션에서 부족했던 점을 복기하고 수정"하는 습관이 배우로서 자산이 됐다. 미용고를 졸업한 그는 웨딩플래너로 2년 동안 일했다. 고깃집 아르바이트 등 서비스 일을 주로 하며 감정을 다스리는 법도 배웠다. "(연예인인데도) 조직 문화에 굉장히 적합한 사람"(나영석 '서진이네' 시즌2 PD)이란 말을 듣는 이유다.

"어느 대학 연극영화과를 나왔느냐"는 질문을 오디션에서 수없이 들은 고민시는 각본과 연출을 맡아 단편영화 '평행소설'(2016)을 만들었다. 학벌과 상관없이 연기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고 싶어서였다. 주체적으로 길을 찾아 조명받은 후배에 혜수는 최근 연락해 "민시야, 이제 네 시대가 온 것 같다"고 응원했다. 하지만, 그는 들뜨지 않았다. "시대는 변하잖아요. 아직도 연기하며 벽에 부딪히는 느낌인데요, 하하하."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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