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쉬운 이어폰·충전선·손풍기 수리법

이연주 2024. 8. 27.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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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상점 곰손 선풍기 수리 워크숍···간단한 물건 수리까지
오래 쓰면 친환경···고쳐 쓸 권리 보장하는 '수리권'도 중요
[서울경제]

지난 레터에서 소개했던 수리상점 곰손을 기억하십니까. 이번에는 객원에디터 수박과 수달이 다녀왔습니다. 선풍기 수리 워크숍을 듣고 곰손 전파사 체험 팝업을 둘러보러 말입니다. 겸사겸사 낡은 이어폰이랑 옷, 충전기도 챙겼습니다. 곰손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정말 많거든요.

금세 부활한 이어폰, 구멍난 옷, 충전선

이날 곰손에는 이어폰을 청소할 수 있는 수리존이 마련됐습니다. 안 쓰는 칫솔, 면봉, (코로나 때 쓰고 남은)에탄올이면 충분합니다. 에디터도 따로 챙겨간 줄 이어폰을 깨끗이 청소했습니다. 이어폰을 잘 쓰다가 갑자기 안 들려서 새로 구매한 경험, 다들 한번쯤 있을 겁니다. 이어폰 고장은 대부분 청소를 잘 하지 않아서 발생한다고 합니다. 관리만 잘 해주면 더 오래 쓸 수 있을 텐데 말입니다.

옷을 오래 입고 싶은데···구멍이 나고 얼룩이 져서 입을 수가 없다고요? 옷을 오래 입고 싶은 용사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귀여운 꿀팁이 있습니다. 바로 ‘와펜’ 붙이기입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우선 수선하고 싶은 옷이나 가방을 평평하게 펴주고, 와펜의 위치를 결정합니다. 다리미 온도를 150℃로 설정하고 예열한 다음, 수선할 옷 위에 얇은 천을 깔고 그 위를 다리미로 눌러줍니다. 10초 정도면 충분합니다. 곰손에는 다양한 종류의 와펜은 물론이고 다리미와 여분 천까지 준비돼 있으니 지구용사님들은 헌 옷만 들고 가면 됩니다.

충전기도 쓰다 보면 너덜너덜해져서 새로운 걸 사게 되는데요. 자기융착 실리콘 테이프만 있으면 10초 만에 셀프 수리가 가능합니다. 실리콘 테이프를 필요한 만큼 자르고(쭉 늘어나는 소재라 조금씩 쓰면 됩니다) 수리하고 싶은 부분을 중심으로 테이프를 잘 둘러 감아주면 됩니다. 충전 단자가 깨지고 전선 피복이 벗겨져 충전선 구매만 n번째라면 셀프 수리에 도전해 보시길 바랍니다

여름 필수템 '손풍기' 내 손으로 직접 고쳐보기

그리고 이번 방문의 주된 목적인 손풍기 수리. 무려 5년 동안 애용한 낡디 낡은 손풍기는 사실 특별히 고장 난 곳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 아이도 언젠가는 고장 날 터, 이번 기회에 수리법을 배우면 먼 훗날 고장났을 때 고쳐 다시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리를 하려면 분해를 해야하고 분해를 하려면 구조를 알아야 합니다. IFIXIT라는 사이트에서 웬만한 제품들의 분해·수리 설명서를 확인할 수 있는데요, 아쉽게도 제가 쓰는 손풍기 설명서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구조를 모르니 분해 방법도 오리무중인 상황. 마침 제 손풍기에 붙여진 스티커 표면이 울퉁불퉁하길래 여기에 나사 구멍이 있다고 확신하고 신나서 스티커를 뜯어봤지만...분하게도 페이크였습니다.

선풍기 워크숍을 진행해 주신 최현철 반장님이 결국 도움을 주셨습니다. 반장님께서 요리조리 살핀 결과, 나사로 조여진 제품이 아니고 부품을 부착시킨 형태의 제품이라 갈라진 틈새를 벌려 분해해야 하는 것으로 판명났습니다. 분해는 5분이면 끝날 간단한 작업이라고 생각했는데 시작부터 고비였습니다. 열풍, 헤라(주걱처럼 생긴 도구), 드라이버에 워크숍 참가자 전원까지 몽땅 동원돼 분해를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습니다. 장장 30분이 걸려서 최 반장님의 도움 끝에 힘겹게 분해할 수 있었습니다.

손풍기는 대부분 중국제품이고, 이렇게 한국으로 수입되는 제품들은 수리를 감안하지 않고 제작하기 때문에 분해 작업이 용이하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일회용 제품처럼 만들어지는 겁니다.

아래 왼쪽 사진이 에디터의 손풍기인데, 복잡해 보이는 디자인처럼 분해도 어려웠습니다. 만약 손풍기를 산다면 손잡이 밑둥이 오른쪽 사진처럼 갈라진 형태로 사길 권합니다. 구조가 단순해 보여야 해체가 쉬울 가능성이 높고 해체가 쉬워야 고쳐가면서 오래 쓸 수 있습니다.

이렇게 뜯어내는 데 성공했다면 수리 작업의 절반 이상은 끝났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손수건과 면봉으로 묵은 먼지를 닦아내고 전동기에 감겨있던 실과 머리카락을 떼어냈습니다. 다음으로는 배터리 교체에 도전했습니다. 손풍기에는 파란 원통형의 배터리가 들어있는데 이 배터리의 정체는 바로 18650 리튬이온 배터리. 온라인에서 대략 4000원 정도에 구매할 수 있습니다. 손풍기 내부 지렛대를 펜치로 뜯어내서 내부 환경을 새로 들어갈 배터리 모양으로 맞춰줬습니다.

새 배터리를 손풍기 안에 쏙 넣어주고 다시 재조립했습니다. 손풍기가 연식이 있지만 풍력은 꽤 강하다고 자부했는데 배터리를 갈아주니까 확실히 차원이 다른 시원함을 선사해 줘서 감동받았습니다. 5년 동안 잘 써왔으니 앞으로 5년은 더 쓰는 게 목표입니다.

소비를 부끄러워하는 마음

혹시 숍스캄(Köpskam)이라는 단어를 아시나요? 소비에 대한 부끄러움을 의미하는 스웨덴 말입니다. 물건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 투입된 대량의 자원, 배출된 탄소를 생각해 보면 소비는 기후위기에 기여하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수리상점 곰손을 다녀와서 더욱 이 '숍스캄'이라는 단어의 가치를 실감했습니다. 대단히 거룩한 일을 해야만 환경보호에 일조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은 작은 무소비가 환경보호 운동이 될 수도 있습니다. 오늘 사려고 마음 먹은 물건이 정말 꼭 필요한 물건인지 다시 한번 고민해보는 건 어떨까요. 그리고 가끔가다 한 번쯤은 나만의 ‘무소비 데이’로 정하고 고장난 물건을 고쳐 써보는 건 어떨까요? 돈도 환경도 아끼는 하루를 만들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분해하기 쉬운 손풍기, 누구나 고쳐서 오래 쓸 수 있는 스마트폰이 더 흔해져야 수리할 결심도 쉬워지겠죠. 지난 레터에서 설명한, 수리권을 보장하는 법과 제도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곰손에서도 수리권 보장을 위한 서명을 받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순환경제사회전환촉진법은 지속가능한 제품 사용을 살짝 권할뿐 품질보증기한, 부품보유기간, 수리정보제공처럼 수리권 강화에 필수적인 내용들까지 담고 있지는 않거든요. 기업들이 어쩔 수 없이(!) 기획 단계부터 수리하기 쉬운 제품을 개발할 수 있다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 소개한 체험 팝업은 끝났지만 곰손에서는 매달 다양한 워크숍을 열고 있습니다. 시계,우산, 아이폰, 깨진 그릇 등 다양한 물건의 수리 워크숍 정보는 수리상점 곰손 인스타그램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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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주 juya@rni.kr양진하 기자 jjing@rni.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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