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장도 국민연금도 연일 '압박'…'2차 정정' 두산 합병 또 제동

김정현 기자 2024. 8. 27.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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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5일 주총 앞둔 두산…국민연금·소액주주 반대 가능성↑
두산에너빌리티·밥캣 주가 매수청구권 아래로 '뚝'…매입 한도 '촉각'
서울 강남구 두산건설 본사 모습. 2022.9.16/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김정현 기자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두산밥캣(241560)·두산로보틱스(454910) 합병과 관련해 '합병가액 10% 할증'을 언급했다. 앞서 국민연금도 SK이노베이션(096770)과 SK E&S(056550) 합병에 '주주가치 훼손'을 언급하면서 두산의 지배구조 개편에도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6일 두산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증권신고서 2차 정정 요구를 했다. 두산그룹이 직전 증권신고서에서도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의 합병 비율을 동일하게 고수하자 압박 강도를 또 한 번 높이는 모습이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5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두산밥캣·로보틱스 합병 문제에 대해 "(합병비율을) 시가를 기준으로 하도록 돼 있지만 할증, 할인이 법에서 허용된 상태"라며 "이에 대해 주주들의 목소리가 있다면 경영진이 들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두산(000150) 그룹은 지난달 11일 그룹 전체 영업이익의 97%인 1조 3899억 원을 책임지는 '캐시카우'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지배구조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두산은 두산에너빌리티(034020)의 자회사 두산밥캣을 떼어내 상장폐지하고 두산로보틱스의 완전 자회사로 두며, 두산밥캣 주주들에게는 두산로보틱스의 신주를 두산밥캣 주식 1주당 0.63주 비율로 교환하기로 했다.

두산밥캣 주주들의 불만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알짜기업' 두산밥캣에서 적자기업인 두산로보틱스의 주주가 되는 것도 모자라, 교환비율도 단순 시가에 따라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번 구조개편으로 두산 지주사의 두산밥캣 간접지분율이 13.8%에서 42%로 급증한다는 사실도 이번 지배구조 개편의 '진짜 목적'에 대한 의구심을 더 키우고 있다.

ⓒ 뉴스1

이에 금감원에서도 소액주주 피해를 우려해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했다. 그러나 두산 측은 논란의 합병 비율을 그대로 유지한 증권신고서를 다시 제출하며 '요지부동'인 모습이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금융당국뿐 아니라 국민연금도 최근 SK이노베이션·SK E&S 합병에 대해 주주가치 훼손을 이유로 반대 의견을 밝힌 점을 고려할 때, 오는 9월 25일 예정된 두산 주주총회에서 제동이 걸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수탁위)는 지난 22일 SK이노베이션·SK E&S 합병과 관련해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크다"며 반대표를 던졌다. 수탁위에서도 합병가액 할증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현행 자본시장법 시행령에 따르면 상장사 간 합병과 주식교환 등은 시가를 기준으로 가치를 정한다. 그러나 계열사 간 거래인 경우에는 10% 이내 범위에서 할인 또는 할증이 가능하다.

현재 국민연금은 두산에너빌리티의 지분 6.94%, 두산밥캣 지분 6.49%를 보유 중이다. 국민연금이 합병안에 반대하고 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경우 합병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

특히 주식매수청구권이 큰 변수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은 2만 890원, 두산밥캣의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은 5만 459원이다. 26일 종가 기준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밥캣의 주가는 각각 1만 7430원, 4만 1750원으로 주식매수청구권 가격보다 한참 낮다. 시세차익을 위해 매수청구권 물량이 쏟아질 수 있는 상황이다.

국민연금공단 /뉴스1

국민연금과 소액주주들이 △두산에너빌리티(6000억 원) △두산밥캣(1조 5000억 원) △두산로보틱스(5000억 원)의 주식매수청구권 매입 한도를 상회하는 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경우 합병은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장주가가 가장 중요한 판단기준이기는 하나, 시장주가 외에도 다양한 기업가치를 반영해 적정한 합병가액을 산정해야 하는 책임이 각 회사의 이사회에 있다"며 "두산 각 계열사의 이사회는 합병비율의 적정성에 대한 충분한 설명 없이, 자본시장법에서 허용된 10% 이내 증감이나 외부평가기관의 평가를 거친 10% 초과 증감도 없이 시장주가만을 기준으로 합병비율을 계산했다"고 지적했다.

황 연구원은 "소액주주에 불리한 합병의 경우,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합병유지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고, 독일은 소멸회사의 경영진에게 주주의 손해를 막기 위한 주의 의무를 부여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현행 국내 상법에서는 법원이 주주의 손해를 제한적으로 인정한다는 한계가 있어, 불공정한 합병시 주주들을 보호하기 위한 구제수단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Kri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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