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정의와 효율성 사이…이재명의 ‘먹사니즘’ 균형 찾을까

한겨레 2024. 8. 27.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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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리포트] 최한수의 경제현안 풀어보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종합부동산세와 금융투자소득세, 상속세를 포함한 세제개편 논의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실거주 1주택자의 종부세 폐지를, 고민정 전 최고위원은 완전 폐지를 주장했다. 이 모든 논의의 중심에는 이재명 대표의 ‘먹사니즘’이라는 실용주의적 접근이 자리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미 종부세 완화와 금투세 유예를 시사했으며, 상속세에 대해서도 전향적 입장을 취할 것으로 예상한다. 새로운 당 지도부는 이러한 방향의 세제개편 논의를 끌고 갈 것이며, 이 내용은 정기국회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질 어젠다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우클릭’ 방향에 대해 ‘부자감세’라는 비판도 적잖다. 종부세는 ‘민주당의 영혼’이자 ‘불가침의 성역’으로 여겨졌는데 이를 손대려 한다는 것이다. 상속세 개정 역시 불평등 해소라는 시대 정신과 상충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주로 진보 진영에서 제기되는 이러한 불편한 목소리들은 원론적으로는 흠잡을 데 없는 ‘언제나 맞는 말’이다.

상속세와 종부세 개편…불평등 구조를 응시해야

현재의 민주당을 둘러싼 이러한 논란은 단순히 세금정책의 문제를 넘어, 변화하고 있는 한국 사회의 불평등 구조와 정치적 지형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거기에는 한국에서 주택 자산이 갖는 이중성의 문제도 숨어있다. 우리 사회의 불평등 구조는 생각보다 복잡하다. 일반적으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하면서 중간 계층이 사라지고 양극화가 두드러진다는 통념이 있다. 하지만 이 흐름 속에서 또다른 움직임이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상위 10% 내부에서조차 ‘부의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이는 소수의 ‘슈퍼리치’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에서 상위 10%의 소득은 정체 상태에 있지만, 상위 1%의 소득은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다. 더 중요한 건 최상위 0.1% 이상의 소득점유율이 더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들의 소득 구성을 분석하면, 금융소득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음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배당소득 상위 0.01%의 평균배당소득(69억원)은 근로소득 상위 0.01%에 속하는 100대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근로소득(24억원)의 3배 수준이었다. 특히 재벌 총수일가와 같은 슈퍼리치(상위 0.001%)의 금융소득 비중은 압도적이다. 8개 주요 재벌 가문의 연간 현금수입 1350억원 중 70%가 배당소득이며, 이를 통해 한세대 동안 축적되는 자산은 최소 3조5천억원에 이른다(여기에는 이들이 보유한 지분의 가치는 포함돼 있지 않다).

이러한 슈퍼리치의 출현과 존속을 제한하는데 여러 제도 중 세금이 일정 역할을 할 수 있다. 나는 과거에 과세소득 탄력성과 소득분포를 이용하여 슈퍼리치에게 적용할 수 있는 ‘최적 최고 소득세율’을 55~70%로 계산한 적이 있다. 이는 최적 상속세율의 판단에서도 기준이 될 수 있다. 경제학자들은 ‘최적 최고세율’을 결정할 때 두 가지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고 본다.

첫째 세율인상이 충분한 세수확보로 이어져야 하며, 이는 소득과 부의 불평등도와 연관된다. 상위 구간의 분포가 극단적일수록 높은 세율이 정당화된다. 둘째, ‘과세소득 탄력성’을 고려해야 한다. 낮은 탄력성은 세율 인상에 따른 경제적 왜곡이 적음을 의미하여, 더 높은 세율 적용을 가능케 한다. 이 이론에 따르면 상속세의 최적 최고세율은 소득세율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 상속 자산분포가 소득분포보다 더 극단적이고, 상속세율 인상에 따른 경제 활동 왜곡 효과도 소득세보다 낮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벌총수 일가에 대한 현재의 상속세율-최대주주할증과 50% 상속세율 적용-은 바꿀 필요가 없어 보인다. 이를 어설프게 건드리려 한다면 진실로 ‘부자감세’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오히려 고민해봐야 할 문제는 최고 상속세율 구간의 시작을 어디로 할 것인가에 있다. 현재는 30억원(과표기준)인데, 주택 자산가치가 상승함에 따라, 이 기준이 적당한 것인가에 대해 논란이 있다. 실제 상속세 부담이 과거 상위 3% 수준에서 서울의 대형 주택 소유 가구로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종부세의 적용 범위가 확대된 과정과 유사하다. 이러한 면에서 종부세와 상속세 개정 문제는 동전의 양면이다.

서울 용산구 후암동 일대 빌라 단지 모습. 연합뉴스

주택자산의 이중적 속성

주택자산이 불평등에 미치는 영향은 단순하지 않다. 부동산은 금융자산과 다르다. 주택자산은 세대 간 자산불평등을 심화시키는 동시에, 세대 내 불평등을 완화하는 이중적인 역할을 한다. 주택가격 급등은 청년세대의 자가보유 가능성을 제한하고 주거격차의 대물림을 초래한다. 실제로 강남의 고가주택 소유 가구들은 문재인 정부의 각종 금융 및 세제규제에 증여로 대응하며, 주거격차의 세대 간 대물림을 가속하는데 일조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현재의 종부세, 특히 고가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누진 보유세는 일종의 부유세로 정당화될 수도 있다.

그러나 주택은 저소득층의 중산층 진입수단이기도 했다. 정부는 1주택자에게 저금리대출과 양도세 면제 등 혜택을 주며 이를 지원했다. 이러한 전략은 효과를 봤다. 한국의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여러 연구를 진행한 한국노동연구원의 홍민기 박사는 한국의 경우 다른 나라에 견줘 소득불평등이 높지만 자산 불평등은 상대적으로 낮다고 지적한다. 이는 개인 자산 중 부동산 자산 비중이 크기 때문이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에서도 유사한 경향이 관측된다. 주택 소유율이 높은 국가일수록 순자산 불평등도가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투기 억제책이라는 명분 아래 주택소유자의 부담을 단기간에 과도하게 높이는 정책은 문제가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종부세가 4배 이상 인상된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 비판받아 마땅하다. 문재인 정부 아래에서 서울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면서 대형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는 약 19억원에 달했다. 민주당이 신승하거나 석패한 강남 11개 지역의 평균 매매가는 이보다 높은 약 22억원이었다. 이들 지역의 아파트를 소유한 가구는 사는 동안 고액의 종부세를 부담하고, 상속할 땐 40%의 높은 상속세율이 적용되는 상황을 감내해야 한다. 임계점에 이르면 이들의 정치적 선택지는 정책의 변화를 촉구하는 ‘응징투표’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대상은 국민의힘보다 민주당이 될 가능성이 높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앞. 연합뉴스

이재명의 균형점은 어디쯤?

이런 시각에서 상속세와 종부세 개정에 있어 민주당이 직면한 과제를 일반인의 언어로 표현하면 서울의 고가주택을 보유한 가구의 생애주기별 적정 세 부담의 정도를 어떻게 바라보고 현실에서 설정할 것인가란 문제로 귀결된다. 이는 다음 선거에서 서울과 수도권의 중상층 유권자들, 이른바 ‘스윙보터’의 표심을 좌우할 핵심쟁점이 될 것이다. 따라서 이 문제는 단순히 세금 정책의 차원을 넘어, 사회 정의와 경제적 효율성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가에 대한 규범적 과제이자, 동시에 선거 승리를 위한 정치적 과제이기도 하다. 이재명호 민주당이 이번 국회에서 이 복잡한 방정식을 풀어내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 그들의 정치적 역량이 시험대에 오르게 될 것이다. 결국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이재명 대표가 이끄는 민주당의 정책 비전과 정치적 미래를 가늠하는 중요한 가늠자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이는 단순한 ‘우클릭’이 아닌, 복잡한 현실을 반영한 섬세한 정책 조정이 돼야 할 것이다.

※ 참고문헌

국가미래연구원, OECD 국가의 주택자산 불평등과 정책 시사점(2024)

홍민기, 소득 불평등 현황과 대책, 2022

최한수 경북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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