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d 금리인하 임박, 깊어지는 한은의 고민 [머니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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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중앙은행(Fed)은 실질적으로 9월 FOMC에서의 금리인하를 시사했다.
2분기 미국의 물가 데이터는 물가 목표(2%)에 대한 자신감을 높여줬다고 평가하면서 물가가 둔화되고 있는 추세라는 것을 인정했다. 또한 과열됐던 고용시장은 정상화됐다고 평가하면서 더 이상 고용시장이 둔화되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고 언급했다.
Fed의 양대 목표는 물가안정(2%)과 최대 고용인데 물가는 둔화되고 고용시장도 균형점으로 이동하면서 팬데믹 이후 물가 급등에 대응해 유지하던 고금리 정책이 마무리되고 금리인하가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7월 FOMC 이후 발언에 나선 대부분의 Fed 위원들도 금리인하에 대해 인정하고 있는 만큼 시장의 시선은 9월 인하 여부가 아닌 9월 인하폭(25bp 혹은 50bp)에 더 관심을 갖고 있다.
Fed의 9월 FOMC에서의 금리인하가 기정사실화되면서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도 팬데믹 이후 물가가 높아지면서 0.5%이던 기준금리를 3.5%까지 인상한 가운데, 지난 7월 소비자물가는 2.55%까지 둔화되면서 목표치인 2%에 근접했으며, 한은은 물가만 바라보면 금리인하의 여건은 조성됐다고 언급했다.
더욱이 지난 7월 금통위에서는 6명의 금통위원 중 2명이 3개월 내 인하 가능성을 열어 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월 금통위부터 3개월 내 인하 가능성을 열어놓는 금통위원이 등장하기는 했지만, 그 이후 꾸준히 1명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금리인하를 예상하는 금통위원 수가 늘어났다는 것은 한은도 금리인하에 더 가까워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한은 총재도 기자회견에서 기준금리 인하에 대해 깜빡이를 켰다고 언급하면서 한은도 1년 넘게 유지하던 동결 기조를 마무리하고 인하가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한은이 금리인하를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물가가 둔화되면서 시장에서는 8월 금통위에서 일부에서는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재기됐으며, 적어도 금리인하를 주장하는 소수의견이 개진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다만, 3개월 내 인하 가능성을 열어놓는 금통위원의 수도 4명으로 지난 7월(2명)보다 더 증가했지만, 시장의 예상과 달리 만장일치 동결을 결정하면서 금리인하까지는 더 시간이 필요함을 시사했다.
한은의 고민은 결국 부동산
한은도 금리인하를 준비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시장이 예상하는 10월보다는 금리인하 시기가 늦어질 것이다. 한은의 통화정책의 목표는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이다. 2분기 민간소비는 전기 대비 0.2% 하락하는 등 경제가 고금리에 부담이 확인되면서 경기를 살리기 위해서는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한은의 통화정책의 목표는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으로 경제성장률에 관련된 부분은 없다. 결국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하기 위해서는 물가와 금융안정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
한은의 첫 번째 목표인 물가를 먼저 살펴보자. 한국의 7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55%로 목표치에 근접했으며 10월까지는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2023년 10월까지 물가가 급격히 상승한 영향으로 기저효과가 소멸되는 11월부터 소비자물가는 재차 반등한다. 또한 상반기 물가를 끌어내렸던 요인인 농산물 가격이 7월 장마로 폭등한 가운데 8월은 폭염과 태풍, 그리고 9월은 추석으로 인해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인플레이션이 둔화되면서 그동안 미뤄왔던 공공요금 인상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 7월 정부는 휘발유와 디젤에 적용하고 있던 유류세 인하를 축소했다(휘발유 25%→20%, 디젤 37%→30%). 유류세 인하폭 축소에 따라 약 40원씩의 가격 인상이 이뤄졌다.
2023년 5월 이후 동결 기조를 이어오던 도시가스 요금이 8월부터 인상됐다. 아직 시기 및 인상폭은 미정이지만 하반기 전기요금과 서울시 지하철 요금도 인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던 2022~2023년 에너지 가격을 소비자에게 그대로 전가했던 미국, 유럽과 달리 한국은 정부가 공공요금 인상을 억제하면서 물가상승률이 높지 않았지만 그에 따른 청구서가 날아오면서 물가의 둔화 경로는 더 불투명하다.
환율이 하락한 점은 긍정적이지만 금융안정도 여전히 우려이다. 한은은 지난 7월 금통위 이후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졌다. 지난 4월 이후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남에서 시작된 부동산 가격 상승은 강북 그리고 경기도로 확산되고 있다. 아직 지방의 아파트 가격은 상승하고 있지는 않지만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하는 주택가격전망은 8월 118pt까지 상승하면서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던 2021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매수 심리는 매우 높다. 과거 서울을 중심으로 시작된 부동산 가격이 전국으로 확산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재차 전국의 부동산 가격이 상승할 수 있는 점을 한은은 우려하고 있다.
물론 부동산 가격 통제가 한은의 통화정책 목표는 아니다. 다만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고 앞으로도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면 소비자들의 부동산 매수 심리는 더 자극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가계부채는 증가한다. 더욱이 고금리가 마무리되고 금리인하가 가까워졌다는 점도 가계부채가 증가할 수 있는 요인이다. 부동산 가격이 전적으로 금리에 연동되는 것은 아니지만 한은 입장에서 부동산 가격 상승을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은 금리이다.
시장의 기대와 달리 한은이 금리인하를 미루면 점차 ‘금리인하 기대감 축소→이자 부담 증가→부동산의 매수심리 하락→가계부채 증가세 안정화’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2021년 8월 한은이 주요국에 비해 빠르게 금리를 인상한 이유는 높은 물가에 대한 대응이 아닌 가계부채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금융안정성이 훼손됐기 때문이다. 2021년처럼 금리인상까지는 아니겠지만 가계부채 증가 억제를 위해 한은은 금리인하 시점을 더 미룰 수 있다.
또한 부동산 가격의 상승은 중장기적으로 경제에도 좋지 않다는 것이 한은의 판단이다. 한은은 지난 5월 20일 BOK 이슈노트 ‘우리나라 기업부채 현황 및 시사점’에서 과거 우리나라는 생산성이 높지 않은 부동산업에 대한 대출 집중도가 높지 않다고 평가했다. 즉 부동산 가격이 상승할 경우 부동산 관련 기업들이 재차 대출이 증가할 수 있는데 부동산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 생산성이 낮은 만큼 중장기적으로 경제에도 이득이 될 것이 없다는 것이다.
한은 총재는 경제에 대해서는 단기적인 방향성보다는 중장기적인 방향성에 더 관심 있다고 밝혔던 만큼 최근의 부동산 가격 상승은 한은으로 하여금 금리인하 시기에 더 고민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임재균 KB증권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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