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베 상생 미래로] 농어촌 마을을 산업지역으로 바꾼 두산비나
담수화 설비 기증 낙도 주민 물 걱정 해결…봉사활동으로 '과거사 치유' 노력도
[※ 편집자 주 = 한국과 베트남은 2022년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맺었습니다. 한국은 베트남에서 가장 비중 있는 투자 국가이고 베트남은 한국에서 외국인 노동자·다문화 가정 등 인력 교류 1·2위를 다투는 국가일 정도로 양국은 동반 성장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국가기간뉴스통신사 연합뉴스는 국영 베트남뉴스통신(VNA), 대한상공회의소와 함께 베트남 현지에서 양국 상생을 위해 노력하는 각 기업·기관·단체 등의 모범 사례를 소개함으로써 두 나라 관계 발전에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꽝응아이성[베트남]=연합뉴스) 박진형 특파원 = "두산비나 덕분에 이 지역 경제가 엄청나게 성장하고 일자리가 많이 생겼습니다. 동네 환경도 좋아지고 주민 삶의 질도 나아졌어요."
베트남 중부 꽝응아이성 북동부 해안 지역 주민 응우옌 비엣 뚜언(54)은 2009년 문을 연 두산비나 공장이 이곳에 가져온 큰 변화를 이렇게 요약했다.
두산그룹 베트남 계열사인 두산비나는 화력발전소용 보일러, 담수화 플랜트, 화학공업 플랜트 모듈, 항만 크레인 등을 생산한다.
두산비나 공장 주변은 원래 드넓은 벌판에 띄엄띄엄 흩어진 작은 마을 주민들이 농사와 어업으로 생계를 꾸리는 한적한 농어촌 지역이었다.
그러나 15년 전 두산비나가 이곳에 꽝응아이성의 첫 대단위 공장을 짓고 문을 연 이후 이 회사는 이 지역 발전을 이끄는 '엔진'이 됐다.
이 회사가 초창기부터 주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활동을 적극적으로 벌였기 때문이다.
그중 한 사례는 2012년 꽝응아이성 육지에서 동쪽으로 약 20㎞ 떨어진 낙도 안빈섬에 바닷물을 민물로 만드는 담수화 설비를 기증, 설치해준 것이다.
이 섬에는 지하수가 거의 없어 전에는 주민들이 식수를 빗물과 외부에서 사 오는 생수에 의존해야 했다. 하지만, 두산비나 도움으로 하루 최대 100t의 깨끗한 물을 얻을 수 있게 돼 주민들은 물 걱정에서 해방됐다고 한다.
두산비나는 이 설비 설치에 약 120만 달러(약 15억9천만원)를 들였고, 지금까지 총 9만 달러(약 1억2천만원)를 들여서 설비 유지·보수도 계속하면서 주민들과 13년째 각별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정현철 전략팀장은 "낙도 환경상 때때로 설비가 고장 나 우리 수리 담당 직원이 섬에 출장을 가 설비를 고쳐줄 때마다 주민들로부터 섬에서 나는 해산물로 환대를 받는 등 거의 이웃처럼 가까운 사이가 됐다"고 전했다.
이 회사는 또 2009년부터 중앙대병원과 제휴해 매년 중앙대병원 의료진 약 20명이 현지에서 주민들을 진료하는 의료봉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수술이 필요한 환자는 한국으로 초청해 무료 수술까지 해주고 있다.
베트남전 당시 격전지였던 이 지역은 극심한 고엽제 피해의 영향으로 구순구개열 환자가 유난히 많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두산비나는 지금까지 구순구개열 환자를 중심으로 심장병 환자 등 85명을 상대로 수술을 실시했다.
이 밖에 꽝응아이 지역 15개 병원·보건소에 필요한 의료장비 약 33만 달러(약 4억5천만원)어치를 기증하고 베트남 의료진을 중앙대병원에 초청해 연수교육을 실시하는 등 현지 의료 인프라 확충에도 기여하고 있다.
두산비나는 2015년부터 중앙대 해외 봉사활동도 주최, 학생 30명과 함께 매년 현지 주민 집을 수리해주고 어린이들 상대로 K팝 치어리딩(응원)·태권도 등 한류 문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꽝응아이성은 파월 한국군의 주요 작전 지역으로 짜빈동 전투 같은 격전이 벌어지고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한 곳이다. 그런 만큼 일부 노년층에서는 한국에 대해 안 좋은 감정이 남아 있기도 하다.
하지만 중앙대생들이 현지 베트남전 희생자 추모비를 찾아 청소하고 참배하는 등 두산비나의 지속적인 현지 봉사 활동은 양국 간 아픈 역사의 상처를 치유하는 역할까지 하고 있다.
꽝응아이성은 또 베트남에서 태풍 피해가 많은 지역 중 하나로 꼽힌다.
태풍으로 주민들의 집이 큰 피해를 볼 때마다 두산비나는 기숙사·사원아파트 등을 임시 대피시설로 제공하고 복구도 지원하면서 주민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현지 출신으로 두산비나에서 14년째 일해온 직원 레 후 아우(39)는 이 회사의 현지 위상에 대해 "주민 대다수가 두산비나가 자신들을 도와주는 기업이라는 것을 잘 알고 우리 고장 기업이라는 친근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무엇보다 두산비나의 가장 큰 기여는 현지 인재 육성이라고 강조했다.
두산비나는 사내 훈련센터에서 농사·어업 일만 알던 주민들에게 용접 등 기술을 가르쳐서 지금까지 3만 명 이상의 기술 인력을 배출했다.
이전에 기술자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던 현지에 이런 인력 풀이 갖춰지면서 다른 기업들도 점차 꽝응아이성 투자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제는 베트남의 대표적 철강업체 호아팟 그룹의 제철소가 들어서는 등 두산비나는 '꽝응아이성의 인재사관학교'라는 별명까지 얻게 됐다는 것이다.
김효태 두산비나 법인장은 "농어업으로만 먹고살던 벽지에서 고군분투하면서 정직원 1천500여명과 협력업체 직원 1천∼1천500여명을 합해 2천∼3천명대의 고용을 지속해 창출해왔다"면서 "그 결과 산업 기반이 갖춰지고 있어 우리가 이 지역 경제 발전을 이끌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다"고 밝혔다.
j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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