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포럼] 눈은 마음의 창
정의의 여신 디케는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 정의와 공평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한 손에 칼을 들고, 다른 손에는 저울을 들고 있으며, 이 모습은 법을 엄정하게 집행하고 불의를 가려내는 힘을 의미한다.
그런데 디케가 어떤 상황에서는 눈을 뜨고 있고, 또 어떤 경우에는 눈이 가려진 모습으로 묘사되곤 한다. 디케는 15세기 독일 인문주의자 제바스티안 브란트의 '바보배'에서도 등장한다. 이야기 속의 한 바보가 탐욕과 사회적 특권, 편견을 보지 말고 마음대로 정의의 칼을 휘두르라며 디케의 눈을 가려버린다. 이는 때때로 시각적 정보가 판단에 혼란을 주거나, 편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아이러니를 반영한다. 눈은 사물을 정확하게 꿰뚫어볼 수 있는 기능을 가지면서도, 동시에 편견과 어리석음을 형성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 눈으로 받아들이는 정보는 마음의 상태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마음이 답답할 때 우리는 탁 트인 바다를 바라보고 싶어진다. 누구나 한 번쯤 느껴본 경험일 것이다. 넓은 바다를 바라보는 순간, 우리는 아름다움과 상쾌함, 그리고 감동을 느끼게 된다. 물론 이러한 감정은 단지 시각 정보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니다. 피부를 스치는 시원한 바람, 파도 소리, 그리고 모래가 파도에 쓸리는 소리들이 더해지면서 종합적인 경험을 만들어낸다.
눈은 사물을 인식하고 해석하는 복잡한 감각 기관이다. 특히, 각막은 투명한 돔 모양으로 빛의 초점을 맞추고, 먼지나 이물질로부터 눈을 보호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람마다 다양한 눈 색깔을 가지고 있지만, 사실 이는 홍채의 색깔 차이에서 비롯된다. 홍채는 눈에 들어오는 빛의 양을 조절하는 기관으로, 동공의 크기를 조절하여 빛의 유입을 통제한다. 흥미로운 점은, 동공의 크기가 단순히 빛의 양에만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상태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이다.
시카고 대학의 심리학자 에크하르트 헤스(Eckhard Hess)의 연구에 따르면, 동공의 크기는 우리의 인지 상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예를 들어, 매력적인 상대를 바라볼 때에는 자연스럽게 동공이 확장되고, 유쾌한 사진이나 음악과 같은 긍정적인 자극을 받을 때도 동공이 커진다. 이는 자율신경계의 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면서 아드레날린이 분비돼 동공이 확장되는 현상이다. 아드레날린은 신경전달물질로, 감정과 반응을 조절하는 중요한 화학 물질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우리의 눈과 마음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궁극적으로 화학작용에 의해 작동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한편, 눈과 관련된 흥미로운 화학적 사례로는 거짓말 탐지 실험이 있다. 사람이 거짓말을 할 때에는 긴장 상태가 되고, 이때 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되면서 아드레날린이 분비되어 동공이 순간적으로 확장되는데, 이는 일종의 방어 반응이다. 눈을 통해 들어오는 정보량을 늘리려는 무의식적인 시도이다. 이런 작은 변화는 쉽게 눈치채기 어렵지만, 정밀한 장비로 측정하면 사람이 거짓말을 할 때 보이는 미세한 신체 반응을 관찰할 수 있다.
결국, 눈은 단순히 외부의 이미지를 받아들이는 도구가 아니다. 눈을 통해 들어온 빛은 망막에서 시각 정보를 전기 신호로 변환하여 뇌로 전달되며, 뇌는 이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우리가 세상을 인식하도록 한다. 이 모든 과정은 화학적 메커니즘에 의해 진행되며, 눈과 마음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눈은 마음의 창'이라는 표현은 단순한 비유가 아니라, 생리학적이고 심리학적인 과학적 사실을 담고 있다. 눈으로 본다는 것은 단지 시각적 정보를 받아들이는 행위일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마음이 반응하고 변형되는 복잡한 화학적 과정을 수반한다. 우리의 감정과 인지 상태를 반영하는 눈은, 그야말로 마음을 비추는 창이라 할 수 있다. 김광록 한국화학연구원 의약바이오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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