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광장] 변호사 사무실도 가까운 병원처럼 들러보세요
누구든지 계약이라고 하면 어렵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나, 현대 사회를 사는 사람들 대부분은 하루에도 몇 번씩 계약을 체결하면서 살아간다. 우리가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도, 대중교통 이용객은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위해서 교통비를 지급해야 할 의무가 생긴다. 대중교통 업체는 교통비를 지급받음으로써 고객을 목적지까지 운송해야 하는 의무를 지게 된다. 이는 일종의 여객운송계약이다. 식당에서 식사할 때나 마트에서 물건을 사는 경우에도 상품에 대한 매매계약을 체결, 각 계약당사자가 의무를 이행하는 것이다. 이처럼 계약은 우리의 실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고, 별다른 어려움 없이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상 의무를 이행하고 있다.
법률상 계약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나 우리가 흔히 생각하고 경험하는 계약은 대부분 쌍무계약에 해당한다. 쌍무계약은 편무계약에 대응하는 말인데, 편무계약은 말 그대로 계약의 당사자 중 일방만이 의무를 갖는 것을 의미하고 쌍무계약은 계약 당사자들 서로가 의무를 갖는 것을 의미한다. 쌍무계약의 예로는 임대차계약, 금전소비대차계약, 매매계약 등이 있고, 편무계약의 예로는 증여계약이 있다. 일반적인 계약은 계약서 작성과는 무관하게 계약 당사자의 청약과 승낙의 의사표시가 합치되면 계약이 성립된다. 음식점의 사례를 예로 들면 식당에서 메뉴를 골라 음식을 주문하는 것을 청약, 음식점에서 메뉴를 주문받아 수락하는 것을 승낙이라 볼 수 있다. 즉, 손님과 음식점 사이에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더라도 음식물 매매에 관한 의사의 합치가 있을 때 계약이 성립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계약의 효력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도 않는 계약서를 작성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계약서를 작성하는 이유는 계약의 각 당사자가 계약의 내용을 더욱 정확하게 하고자 하는 것이고, 향후에 발생할지도 모르는 계약 내용에 관한 분쟁이 발생했을 때 시시비비를 가리기 위함이다. 따라서 분쟁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필히 계약서를 작성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과, 계약서를 작성할 시 꼼꼼히 살펴봐 불공정하거나 불합리한 조항이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필자가 변호사로서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일을 해오면서 경험해 본 결과, 계약서만 작성했더라도 피해를 보거나 억울한 일을 안 당했을 사례들을 많이 봤다.
계약서를 작성하는 데 특별한 양식을 요구되거나, 어려운 법률용어를 사용해 작성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간단하게라도 필요한 내용만 담기면 되는 것이다. 여기서 필요한 내용은 계약당사자의 권리와 의무, 불이행 시의 책임 등을 말한다. 예를 들어 누군가에게 돈을 빌려주었고 돈을 갚으라고 했는데, 돈을 빌린 상대방이 돈을 빌린 게 아니라 증여받은 것이라고 주장하는 경우, 결국 돈을 빌려줬다는 사실을 증명할 책임은 돈을 빌려준 사람에게 있다. 여기서 돈을 빌려줬다는 사실을 가장 쉽게 입증할 수 있는 게 차용증이라 불리는 금전소비대차계약서다. 금전소비대차계약의 계약당사자는 채권자와 채무자로 구분할 수 있다. 채권자의 의무는 돈을 빌려주는 것이고, 채무자의 의무는 이자를 지급하고 정해진 기간에 돈을 갚는 것이다. 이러한 각 계약당사자의 권리와 의무의 내용을 계약서에 풀어 작성하면 되고 구체적으로는 언제, 얼마를, 누구에게 빌려주었는지, 이자는 있는지, 갚는 날은 언제인지 정도만을 작성하면 되는 것이다. 이 같이 간단한 계약서만 작성하면 법률적인 분쟁이 발생하더라도 계약의 체결 사실과 그 내용을 쉽게 입증할 수 있게 된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계약서를 작성하는 경우 그 내용을 살펴보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계약은 각 계약당사자의 권리와 의무를 부담하는 것이기 때문에, 계약에 있어 권리는 많이, 의무는 적게 하려고 하는 것이 사람으로서 당연한 태도이기에 계약에 있어 서로 간에 우위를 차지하기 위하여 불공정한 계약서가 작성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법률로서 불공정하거나 강행법규를 위반한 계약은 무효이고, 사기나 착오에 의하여 체결한 계약은 취소할 수 있으나, 일반적으로 계약자유의 원칙상 계약의 효력을 무효화시키거나 취소하기는 매우 까다롭다. 따라서 애초에 계약서를 작성할 때 불공정한 조항을 넣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기도 하지만 예방주사를 맞기도 한다. 예방주사를 맞는 이유는 병에 걸리지 않을 수도 있지만, 만일 병에 걸리더라도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서이다. 이와 비슷하게 분쟁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법률전문가에게 계약서를 작성하거나 검토를 맡겨 더 큰 피해를 예방하는 길이고 비용도 절감하는 길이라고 생각된다.문현철 법무법인 공감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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