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성화는 꺼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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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 담당기자로서 고백하건대, 나는 체육에 소질이 없다.
나와 공통분모를 찾기 힘든 이들의 선전에 얼굴을 붉힌 이유는 경기장 곳곳에 감춰진 드라마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다행이라면 아직 전 세계 체육인의 축제가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양궁 최나미(58·대전시장애인체육회) 선수는 올림픽에서 볼 수 없는 '컴파운드'를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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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 담당기자로서 고백하건대, 나는 체육에 소질이 없다. 특히 공을 다루는 종목엔 영 맥을 못 춘다. 발로 차든 손으로 던지든 도구로 치든, 죄 똑같다. 원하는 방향으로 공이 나아가질 않는다. 개인전이면 그래도 낫다. 단체전은 곤혹이다. 왜 '노 룩 패스'만 하느냐고 따지는 상대에게 달리 할 말이 없다. 나도 당신에게 공을 건네주고 싶었다.
체육기자로서 이 같은 사실이 다소 쑥스럽긴 해도 부끄럽진 않다. 나는 선수가 아니라 기자로서 경기장에 섰다. 수많은 체육인이 온전한 스포츠정신을 누릴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해 돕는 일이 자랑스럽다. 비교적 공정한 조건 아래 선수들이 불굴의 의지를 불태우는 걸 지켜보면 행복하다. 최근엔 펜싱 오상욱과 양궁 김우진, 사격 김예지 등 충청 선수들이 파리올림픽에서 활약하는 걸 보며 가슴이 벅찼다. 나와 공통분모를 찾기 힘든 이들의 선전에 얼굴을 붉힌 이유는 경기장 곳곳에 감춰진 드라마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들의 경기엔 감동과 재미, 기쁨과 슬픔이 있다.
다행이라면 아직 전 세계 체육인의 축제가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센강을 밝히는 성화는 28일(현지시간)부터 열이틀 동안 지속된다. '제17회 파리패럴림픽'의 이야기다. 대한민국 선수단은 17개 종목, 83명의 선수로 꾸려졌다. 충청권도 7개 종목에 12명의 선수가 출격한다. 이들의 경기에 억지로 관심을 가지란 말은 않겠다. 그래도 한마디 조언은 거들고 싶다. 장애인체육은 비장애인체육과 다른 유형의 '보는 맛'이 있다.
양궁 최나미(58·대전시장애인체육회) 선수는 올림픽에서 볼 수 없는 '컴파운드'를 사용한다. 도르래가 달린 기계식 활이다. 비장애인 선수가 쓰는 '리커브'보다 화살의 속도가 90㎞ 정도 더 빠르다. 진행 방향도 달라서 하늘에 포물선을 그리지 않고 곧장 과녁으로 가 꽂힌다. 색다른 묘미다. 본래 수영선수였던 최 선수는 물 밖에 나오면서 은퇴를 결심했으나 남편과 자녀들의 격려에 15년 전부터 활을 잡았다. 이들의 경기에서 드라마를 찾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야말로 일분일초마다 장애를 뛰어넘고 있지 않나. 긴말은 필요 없다. 우선 한번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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