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우크라 에너지 시설 공습…최소 7명 사망
폴란드 "러시아 드론 영공 침입 조사 중"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점점 과열되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를 향한 진격을 멈추지 않는 가운데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전역에 있는 에너지 기반 시설에 대규모 공습을 가했다.
26일(현지시간) AP·AFP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이날 러시아가 수백 대의 미사일과 드론(무인기)으로 자국 전역의 에너지 기반 시설을 향한 공격을 감행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의 이웃 국가이자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인 폴란드는 이번 공격과 관련해 드론으로 추정되는 비행 물체가 자국 영공에 진입했다며 관련 조사를 시작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이날 러시아의 공격으로 키이우 일부를 포함한 많은 지역에서 정전과 단수가 보고됐고, 최소 7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또 이번 공격이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된 지 2년 반 만에 우크라이나 전력 또는 기타 중요 인프라(사회기반시설)를 겨냥한 최대 규모의 공습이라고 주장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가 최대 127개의 미사일과 109대의 드론을 발사했다며 "(우크라이나를 향한) 러시아의 최대 공격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미콜라 올레슈추크 우크라이나 공군 사령관은 러시아가 발사한 미사일과 드론 중 각각 102개와 99개를 격추했다고 전했다.
데니스 슈미할 우크라이나 총리는 최소 15개 지역이 러시아의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받았다며 "러시아 테러리스트들이 또 에너지 인프라를 겨냥했다"고 비판했다. 우크라이나 국영전력운영사인 우크레네그로(Ukrenergo)는 전력 시스템 안정화를 위해 긴급 전력 차단을 발표했고, 열차 운영도 중단됐다. 우크라이나 에너지부는 정확한 피해 규모를 조사 중이다.
AP에 따르면 이날 공격은 자정부터 새벽까지 이어졌다. 수도 키이우 주민들은 새벽에 방공포로 추정되는 폭음이 들리자, 지하철역으로 대피하기 시작했다. 인근 지하철역으로 피신한 키이우의 한 주민은 현지 매체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거의 3년 동안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 너무 무섭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이번 공격의 주체임을 인정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시설이 군사 복합체를 지원한다고 주장하며 자국군의 고정밀 무기를 사용해 우크라이나의 변전소, 가스 압축기 스테이션, 항공기 무기 저장소 등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공격으로 우크라이나에서 최소 6명이 사망하고 20명 이상이 다쳤다고 주장했다.
AFP는 "러시아의 이날 공격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 지역에 대한 대규모 국경 침공에서 새로운 영토를 확보하고,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꾸준히 전진하며 (우크라이나 교통 허브인) 포크롭스크에 근접하고 있는 상황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짚었다. 이와 관련, 젤렌스키 대통령은 포크롭스크 지역에서 최소 38건의 전투 충돌이 발생했다며 이 지역의 전선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폴란드는 러시아의 이번 공습 과정에서 드론으로 추정되는 비행 물체가 자국 영공을 침범했다고 주장한다. 마치에이 클리시 폴란드 육군 작전사령관은 이날 이른 오전 우크라이나 서부에서 폴란드 영공으로 비행 물체가 진입했다며 "(문제의 비행 물체는) 최소 3곳의 위치 추적 스테이션에서 확인됐다"고 전했다. 이어 "맨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기상 조건으로 격추 명령을 내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야첵 고리체프스키 폴란드 육군 작전사령부 대변인은 로이터에 "(영공을 침입한 물체는) 비행 궤도와 속도를 볼 때 미사일이 아닌 드론일 것"이라며 "해당 드론은 러시아군이 사용하는 이란의 '샤헤드형 드론'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한편 미국, 영국, 독일 등 서방은 러시아의 이날 공격을 강하게 비판했다. 존 커비 미국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터무니 없다"고 지적했고, 데이비드 라미 영국 외무부 장관은 러시아를 향해 "비겁하다"고 했다. 독일 외무부는 "푸틴의 러시아가 또 우크라이나의 생명줄을 미사일로 포화시키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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