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배터리 '열' 식혀주는 액침냉각…정유사들 드라이브 건다

최경민 기자 2024. 8. 27. 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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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침냉각'이 정유업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열폭주 변수가 있는 전기차 배터리에도 액침냉각 기술을 적용해 안전성을 보완할 수 있다.

최근 인천 전기차 화재 이후 액침냉각 배터리의 필요성이 본격 거론되기 시작하고 있다.

정유사들은 우선 AI 데이터센터용 액침냉각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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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침냉각 사업 추진 현황/그래픽=김현정

'액침냉각'이 정유업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열 관리'에 이어 전기차 배터리 '안전'이 중요해진 영향이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S-OIL), HD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는 모두 액침냉각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액침냉각은 발열 대상을 비전도성 유체에 직접 넣어 식히는, 차세대 열관리 기술이다. 정유사들은 자사가 보유한 윤활유 기술을 활용해 냉각유를 개발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업계는 향후 10년간 연평균 20% 이상의 액침냉각 시장 확대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막대한 열을 발산하는 AI 데이터센터를 관리할 수 있는 솔루션으로 각광받는 중이다. 데이터센터는 일반 건축물 대비 40~100배 많은 전력을 소비한다. 액침냉각을 활용한다면 이 전력량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냉각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 열폭주 변수가 있는 전기차 배터리에도 액침냉각 기술을 적용해 안전성을 보완할 수 있다. 최근 인천 전기차 화재 이후 액침냉각 배터리의 필요성이 본격 거론되기 시작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윤활유 자회사 SK엔무브를 통해 액침냉각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지난해 SKT를 통해 기술검증을 마쳤고, 올 하반기 상용화가 목표다. SK엔무브는 2022년 국내 최초로 냉각 플루이드 개발에 뛰어들었다. 미국 GRC와 손잡고 고품질 윤활기유를 활용한 유체, 데이터센터 액침냉각 시스템을 함께 개발하기로 했다. 델 테크놀로지스와는 기술 상용화를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최근 AI 사업을 강조하는 SK그룹 차원에서 시너지도 기대된다. SK하이닉스의 반도체, SKT의 AI 소프트웨어·데이터센터, SK엔무브의 액침냉각유 등을 결합한 솔루션 패키지가 가능하다. 지난 2월에는 SKT, 영국의 아이소톱과 함께 시장을 공략하기로 했다. SK엔무브의 냉각유를 아이소톱의 솔루션에 탑재하고, SKT의 AI 데이터센터 테스트베드에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GS칼텍스는 지난해 11월 데이터센터용 액침냉각유 '킥스 이머전 플루이드 S'를 출시했다. 협력 기업들과 실증평가를 완료해 데이터센터 서버의 안정적 구동, 열관리 기능에 대한 성능을 검증했다. 에쓰오일 역시 액침냉각 사업 관련한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고, HD현대오일뱅크는 액침냉각유 시장 진출을 위해 '엑스티어 E-쿨링 플루이드' 상표를 출원해 등록을 완료했다.

정유사들은 우선 AI 데이터센터용 액침냉각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AI 시장이 급격하게 커지면서, 액침냉각 수요 역시 폭발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향후 ESS(에너지저장장치), 전기차 배터리 등으로 액침냉각 적용 범위가 확대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SK엔무브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데이터센터, 중장기적으로는 ESS와 전기차 배터리 등에 적용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실제 최근 SK엔무브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선박용 ESS 액침냉각 기술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정유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의 안전성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가치가 되면서, 관련 액침냉각 수요 역시 가파르게 늘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며 "기업들의 액침냉각 기술 로드맵이 보다 빨라질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의 액침냉각 시스템. /사진=SK텔레콤


최경민 기자 brow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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