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의 근력을 기르는 방법 [새로 나온 책]
A4 한 장을 쓰는 힘
안광복 지음, 어크로스 펴냄
“무엇보다 나는 글을 못 썼다.”
저자는 28년 동안 학생들을 가르쳐온 철학 교사이자 베스트셀러 작가다. 그는 많은 학생들이 글쓰기를 두려워하고 어려워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보고 듣고 읽은 내용을 나만의 생각으로 명쾌하게 정리하는 ‘글쓰기 근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는 글쓰기 근력을 기를 방법으로 ‘독서 기록’을 제안한다. 한 편의 독서 기록을 통해 읽기와 쓰기를 연습할 수 있다. 글쓰기에 대한 책인데 독서법을 자세하게 설명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그의 독서법 가이드는 구체적이다. 가방에 책 세 권을 담으라고 제안하며 이유를 설명한다. 독서 기록을 어떻게 쓰라는 거지? 걱정할 필요 없다. 매 장마다 저자가 쓴 독서 기록이 붙어 있다. 글쓰기에 움츠러든 적이 있는 당신을 위한 책.
이네스는 오늘 태어날 거야
과달루페 네텔 지음, 최이슬기 옮김, 바람북스 펴냄
“하지만 이렇게는 아니에요.”
어떤 새들은 다른 종의 암컷이 이미 자기 알을 낳아놓은 낯선 둥지에 알을 낳는다. 때로는 원래 있던 알을 밀어내기도 한다. 부화기생이라고도 불리는 ‘탁란’이다. 탁란은 소설 〈이네스는 오늘 태어날 거야〉를 가로지르는 단어이기도 하다. 생물학적 부모(혈연)란 실은 얼마나 허약한가. 소설 속 여자들은 출산이나 비출산 여부와 상관없이 다양한 형태로 ‘엄마’를 수행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모성이 아닌 그보다 큰 돌봄과 연대임을 보여준다. 출산은 여성 모두의 경험이 아니지만 돌봄은 성별과 상관없는 모두의 몫이다.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우리 둥지에 누군가 두고 간 알’은 공동체가 기꺼이 감당해야 할 운명이다.
굿바이, 동유럽
제이콥 미카노프스키 지음, 허승철 옮김, 책과함께 펴냄
“이 책은 존재하지 않는 지역에 대한 역사다.”
‘동유럽 같은 것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로 책은 시작한다. 국제관계에서조차 동유럽이라는 용어는 기반을 잃어가고 있고 체코·슬로바키아·헝가리·폴란드는 자국이 중유럽의 일부라고 선언했다. 그러나 동유럽에는 독자적인 것이 있다. 서유럽과 구별되고 유라시아와도 다르다. 한 단어로 말하자면 다양성이다. 언어와 민족, 그리고 무엇보다 종교의 다양성이 있었다. 폴란드와 미국을 오가며 어린 시절을 보낸 작가가 자신의 뿌리를 탐구하기 위해 20여 년 동안 자료를 탐독하고 사람을 인터뷰했다. 동유럽인의 정체성을 좇다 보면 그들의 유산인 ‘비극 속에서 희극을 보는 재능'도 발견하게 된다.
투계
마리아 페르난다 암푸에로 지음, 임도울 옮김, 문학과지성사 펴냄
“나를 죽여, 안 그럼 어떻게 될지 두고 봐.”
여성의 삶을 ‘닭싸움’에 비유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수록된 짧은 소설 13편에는 가족으로부터 고통받는 여성들이 잇따라 등장한다. 주범은 가부장제가 만들어낸 계급과 폭력이다. 창녀가 되기를 선택하고, 아이를 버리고, 스스로를 경매에 부치고, 상주(喪主)가 되어서야 비로소 웃는, 작품 속 여성들이 벌이는 기행에 가까운 행동은 ‘고작 아버지와 남자 형제’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투쟁이다. 저자의 고향이자 작품의 배경이 된 라틴아메리카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일상에서조차 성차별과 성폭력, 혐오 범죄에 대한 공포를 느끼며 살아가야 한다는 점에서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책장을 펼 때는 소설이었는데, 마지막에 다다르면 사례집을 들여다본 듯하다.
중국필패
야성 황 지음, 박누리 옮김, 생각의힘 펴냄
“시진핑은 개혁개방 시대의 수많은 이질성을 말살하며 중국의 경제와 기술을 망가뜨리고 있다.”
국가주석의 임기 제한이 2018년 폐지되면서 중국은 사실상 시진핑 1인 독재 체제로 돌입했다. 이후 중국은 주변국과 세계질서에 위협적인 행위를 서슴지 않고 있다. MIT 경영대학원 교수이자 중국·인도 연구센터 주임인 저자는 중국을 읽는 새로운 접근법으로 ‘EAST 공식’을 제안한다. 시험(Examination), 독재(Autocracy), 안정(Stability), 기술(Technology)의 머리글자를 딴 EAST는 현대 중국을 존재하게 만든 ‘국가 확장 공식’을 의미한다. 고대국가인 수(隋)에서 처음 개발된 ‘시험(과거)’ 제도가 오늘날까지 이어지면서 ‘독재’ 체제 속에서 ‘안정’을 유지하며 국가 주도 ‘기술’ 발전을 촉진하는 메커니즘으로 요약된다. 다만 저자는 혁신을 훼손하고 다양성을 희생시키는 시진핑의 중국공산당이 결국 중국을 파멸시킬 것이라고 내다본다.
세뇌의 역사
조엘 딤스데일 지음, 임종기 옮김, 에이도스 펴냄
“나는 21세기 신경과학과 소셜미디어의 발전이 훨씬 강력한 설득 도구를 만들어낼까 봐 두렵다.”
인간의 자유의지를 거슬러 다른 생각을 심는 것은 권력의 오랜 목표였다. 이 작업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졌고 어디까지 발전했는지 다뤘다. 광신적 종교가 이야기의 시작이다. 저자가 이사한 미국 샌디에이고 인근은 “에덴동산” 같은 곳이었다. 그러나 바로 몇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살던 ‘천국의문’ 신도들은 스스로 거세하고, 1997년 집단 자살을 했다. ‘이상한 믿음’은 통계적으로 드물지 않다고 책은 지적한다. 한국전쟁의 사례도 나온다. 중국 고위 심문관이 미군 포로들을 심문했던 각종 “기술”을 회고했다. 역사가 드러내는 미래는 잿빛이다. 신약과 정신의학, 뉴미디어가 호랑이에게 날개를 단다. “21세기 세뇌 도구로 소셜미디어를 연구하지 않을 국가가 어디 있을까?”라고 저자는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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