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사롭지 않은 '고수온 바다'…'아열대 어종' 연구 속도

경남CBS 최호영 기자 2024. 8. 27.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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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남해안 2년 연속 역대급 양식어류 피해
지난해 1466만 마리에 이어 올해 1710만 마리 폐사 '진행 중'
고수온 취약 조피볼락 등 양식품종 육종연구 본격화
잿방어·벤자리 등 아열대 신품종 개발 속도
한반도 위성 수온 자료. 국립수산과학원 누리집 캡처


경상남도가 2년 연속 역대급 양식어류 폐사 피해가 이어지고 있자, 고수온 대응 품종 연구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30도를 웃도는 고수온이 경남 남해안에 닥치면서 지난 16일 8천 마리로 시작한 양식어류 폐사가 지난 25일까지 열흘도 되지 않아 1710만 마리로 급증했다.

이는 경남 전체 양식어류(2억 2700만 마리)의 약 7.5%에 해당하는 것으로, 정확한 조사를 해야 하지만, 피해 규모만 291억 원에 달한다.

지난해에도 1466만 6천 마리가 떼죽음을 당해 207억 원의 피해가 났다. 역대 최대 규모의 피해로 기록돼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지만, 1년 만에 이를 넘어선 최악의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55년간 우리나라 해역의 연평균 표층 수온이 1.36도 상승하는 등 세계 평균 0.52도의 약 2.5배 이상 높아 고수온에 따른 양식어류 대량 폐사가 빈번해지고 있다.

고수온에 적합한 양식어류 개발이 시급한 이유다.

이에 도는 기후변화 대응에 필요할 시점이라고 보고 주요 양식품종의 육종 연구와 아열대 신품종 개발 등 고수온 대응 품종 연구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경남의 양식어류는 조피볼락과 참돔 위주다. 이 중 고수온에 취약한 조피볼락이 경남 전체 어류 양식의 46%나 차지한다. 올해 고수온 폐사 양식어류의 70%가 '국민횟감'이자 우럭으로 불리는 조피볼락이다.

양식어류 폐사. 경남도청 제공


조피볼락은 찬물을 좋아하는 습성 탓에 수온이 26도를 넘기며 생리 기능이 약화되고 폐사 가능성이 커진다.

이에 따라 도는 올해를 주요 양식품종의 육종연구 원년으로 삼고 조피볼락을 비롯해 숭어, 참돔, 굴, 가리비 등 5종에 대한 본격적인 품종 개량 연구에 착수했다.

고수온과 질병에 강하면서 성장은 빠르게 품종을 개량하는 등 아열대 바다에 잘 적응하는 신품종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그나마 고수온에 강한 난류성인 참돔 역시 성장 속도가 빠르고 질병에 강한 1세대 우량종자를 생산하고자 연구 중이다.

특히, 벤자리와 잿방어 등 아열대 양식 신품종도 개발에 속도를 낸다. 벤자리와 잿방어는 지난해부터 연구를 시작했다. 벤자리는 국립수산과학원 아열대수산연구소와 공동으로 연구해 현재 5만 마리 종자 생산에 성공했다.

벤자리는 한국·일본·중국에 걸쳐 분포하며 제주도와 추자도 남부 해역에 많이 분포하지만, 수온이 상승하면서 남해안에도 자주 출현하고 있다.

벤자리. 경남도청 제공


최대 60cm까지 자라며 지방 함량이 풍부해 여름철에 횟감과 구이용으로 인기가 있다. 도는 겨울철 생존율 확인과 어미 고기 확보 등을 거쳐 내년부터 어업인에게 수정란을 보급한다.

고수온에 적합한 대형 양식어종인 잿방어도 2027년 어업인 보급을 목표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고등엇과 중 최대어가 참다랑어라면 잿방어는 전갱잇과 중 최대어로 100kg까지 빠르게 성장하는 특징이 있다.

잿방어. 경남도청 제공


육질은 지방 함량이 풍부하고 탄력도가 방어보다 우수해 식감도 좋다. 붉은 살 생선의 대명사로 국내 대표적 겨울철 횟감인 방어와 달리 잿방어는 여름부터 가을까지가 가장 맛이 뛰어나 여름철 제철 생선으로 육성이 가능하다.

지난해 통영 인근 해역에서 어획된 800g 내외 크기의 자연산 잿방어 500마리를 확보했다. 대형 육상수조에서 사료 길들이기부터 시작해 기초 생리·생태를 확인하고 수정란 생산, 인공종자 생산기술 개발에 들어간다.

2017년부터 수정란 대량 생산에 들어간 능성어 보급에도 집중하고 있다. 전국 능성어 수정란의 80% 이상을 경남이 보급하고 있다.

능성어는 국내 남해안과 제주도 등 주로 아열대성 지방에 분포한다. 수심 5~60m의 해조류가 많은 암초 바닥에 서식하는 연안 정착성 어류로, 고급 횟감의 대명사로 불린다.

능성어 수정란. 경남도청 제공


도는 올해 어가 18곳에 능성어 수정란 5300만 알을 분양하는 등 2017년부터 현재까지 3억 알 넘게 보급하며 품종 전환을 지원하고 있다.

도는 고수온 대응 품종 연구를 위한 육종 담당을 신설했다. 앞으로 '수산육종연구센터'로 조직을 키워 고수온에 강한 어패류를 보급할 방침이다.

경남도 조현준 해양수산국장은 "연안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산업화가 가능한 다양한 아열대 품종을 연구와 양식품종 개량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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